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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한 전술에 말려들지 않을 것" 본문
북한이 우라늄 농축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고 플루토늄도 무기화하고 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이는 가운데, 미국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이 같은 북한의 ‘전술’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북한과 미국 간 교착상태는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미국 해군대학의 군사 전문가인 조나단 폴락 박사는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회견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낸 북한의 서한은 북한이 핵 문제와 관련한 기존 입장에 전혀 변화가 없음을 방증하는, 기존 입장의 반복에 불과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3일 유엔에 주재한 북한대표 명의로 유엔 안보리 의장에 보낸 편지를 통해 우라늄을 농축하는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으며 폐연료봉 재처리를 통해 추출한 플루토늄도 무기화하고 있다면서, “안보리 결의 1874호를 전면 배격하며 그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2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민간인 신분으로 방북했을 때 동행했던 폴락 박사는 미국 여기자의 석방을 포함한 북한의 일련의 유화적 움직임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 놓여 있던 일부 장애를 제거하는 데는 도움을 주었지만 이를 북한의 핵개발과 연계한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으로 보는 시각은 잘못됐다고 지적합니다.
조나단 폴락: (I don't see this as contradictory to what we have seen in recent weeks. That's been oriented much more to deal with very specific issues that impeded...) 이번 서한 내용은 지난 몇 주간 국제사회가 봐온 북한의 행태와 모순된 게 아닙니다. 최근 미국과 북한 간 기류는 단지 양자 간 의사소통(communication)에 장애가 됐던 특정 사안을 다뤘다고만 봐야 합니다. 북한의 핵 문제는 훨씬 더 중대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4월에도 북한을 방문했던 폴락 박사는 특히 북한이 우라늄을 농축하는 능력을 개발했다는 주장에 회의적 시각을 나타냈습니다. 여러 군사 정보를 종합해 북한의 기술적 수준을 고려해볼 때 아직 우라늄 기술을 개발할 단계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단순한 주장'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조나단 폴락: (I have serious doubts North Korea would be anywhere remotely close to developing and testing...) 북한이 농축 우라늄을 사용한 무기를 개발하고 시험하기까지는 아직 상당히 멀었습니다. 따라서 우라늄 농축의 성공을 언급한 이번 편지는 북한의 정확한 능력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위협하는 차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실험을 포함한 위협적 태도에도 여전히 자신을 대화상대로 인정하면 '진정한 협상'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 수립에 관여하는 고위 관리들과 깊은 친분을 쌓고 현재 관련 연구에도 참여하는 폴락 박사는 그러나 미국 정부가 북한의 이 같은 ‘전술(tactics)'에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조나단 폴락: (I don't believe that they (US administration officials) feel the need to be pressured, even for tactical reasons, into some kind of a quick trip or quick negotiation with Pyongyang. We'll do it if we think it will serve long-term interests, but...) 미국 정부는 현재 북한의 최근 전술로 압력을 받아 일종의 지름길을 택하거나 신속하게 협상에 나설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물론 미국의 장기적인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때면 대화를 하겠지만, 미국과 북한 간에는 견해차가 너무 큽니다.
폴락 박사는 이어 현재 6자회담과 북한의 핵개발을 둘러싼 미국과 북한 간 입장이 ‘심각한 교착상태(major impasse)’에 빠졌다고 평가하고, 당분간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이 상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