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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플루토늄 무기화 유엔 통보 Q/A 본문
북한이 3일 신선호 유엔주재 대표의 명의로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전달한 편지에서 “폐연료봉 재처리가 마무리되고 있고 추출된 플루토늄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측은 또 “우라늄 농축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의 박성우 기자와 함께 그 의미와 배경을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박 기자, 안녕하세요.
박성우: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북측이 “폐연료봉 재처리가 마무리되고 있고, 추출된 플루토늄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불능화 작업을 되돌렸다고 이해하면 되는 거지요?
박성우: 네, 그렇습니다. 먼저 배경 설명이 좀 필요한데요. 북한이 지난 4월5일에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죠. 이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4월14일에 의장성명을 채택했는데요. 이걸 북측이 비난하면서 4월14일에 외무성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 성명을 보면, 첫째로 6자회담에 “절대” 불참하고 경수로 건설을 검토한다, 둘째로 불능화 작업을 되돌리고 폐연료봉을 재처리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그 이후로 북측은 우선 재처리 시설을 1-2개월가량 걸려서 복구했고, 당시 수조에 보관 중이던 폐연료봉 6,500여개와 원자로 안에 있던 1,500여개를 지난 4개월여 동안 재처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폐연료봉을 이 정도 갖고 있으면 플루토늄은 약 7~8kg 가량을 생산할 수 있는데요. 이번에 북측의 “플루토늄을 무기화 하고 있다”는 언급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북핵 상황이 상당히 퇴보한 셈이군요?
박성우: 그렇죠. 6자회담 참여국들이 2007년 10월3일에 불능화를 위한 이른바 ‘2단계 조치’에 합의했지요. 북측의 이번 조치로 북핵 상황은 2007년 10월3일 이전으로 되돌아간 셈이 됐습니다.
진행자: 북측은 또 ‘우라늄 농축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고 결속단계에 들어갔다’고 말했는데요. 이건 무슨 말입니까?
박성우: 네, 북측이 편지에서 밝힌 데로 ‘우라늄 농축 시험에 성공’했다는 게 우라늄을 90% 이상 농축해서 무기급 우라늄, 그러니까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는 단계에 들어갔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고 보는 게 맞는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진행자: 박 기자, 차근차근 짚어보죠. 먼저 우라늄으로 무기를 만들려면 어떤 과정을 거칩니까?
박성우: 네, 광산에서 캐낸 우라늄은 먼저 ‘정련’ 과정을 거칩니다. 여기서 나온 우라늄 분말을 원심분리기를 통해 농축하게 되는데요. 쉽게 말하자면, 원심분리기를 많이 돌리면 고농축 우라늄이 되는 것이고, 덜 돌리면 저농축 우라늄이 되는 거지요. 바로 이 저농축 우라늄으로 핵 연료봉을 만듭니다. 이걸 원자로에 넣어서 태우면 에너지가 생산되고, 그 과정에서 연료봉 안의 우라늄이 플루토늄으로 변환되는데요. ‘사용후 연료봉’을 재처리하면서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거지요. 반면에 농축 과정에서 원심분리기를 많이 돌리면 고농축 우라늄이 되는데, 이건 복잡한 재처리 과정 없이, 그리고 핵실험 과정 없이도 바로 핵무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진행자: 어쨌건 첫 단계 작업은 우라늄의 ‘농축’이라는 말이군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저농축 우라늄으로 원자로에 집어넣을 연료봉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고, 90% 이상으로 농축해서 무기급 우라늄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북측은 바로 이 고농축 기술의 개발이 시험을 통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는 점, 그리고 여차 하면 고농축 우라늄을 실제로 생산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이번에 말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진행자: 그럼 북한이 실제로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해서 무기를 만들 수도 있겠군요?
박성우: 네, 가능은 합니다만, 아직 설비가 부족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기술은 있지만 농축시설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북한은 90년대 중반부터 파키스탄의 도움을 받아서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리고 99년경부터 농축을 위해서 필요한 원심분리기를 만들기 위해서 고강도 알루미늄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농축시설을 가동할 만큼 충분한 설비를 갖췄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현 상황에서 북한이 말하는 ‘우라늄 농축’은 뭐가 목적이라고 이해하면 되나요?
박성우: 네, 북한이 고농축인지 저농축인지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서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건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도 있다’는 위협을 하면서, 실제로는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해서 경수로에 집어넣을 연료봉을 만드는 게 목적’이라고 주장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습니다. 북측은 지난 4월14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서 이미 경수로를 스스로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거라고 말한 바 있는데요. 북측으로선 ‘경수로에 들어갈 연료봉을 만들기 위해서 우라늄을 농축한다’라고 주장하는 게 미국과의 향후 협상을 고려할 때 여러모로 이득이 된다는 점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측은 예전부터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경수로를 원했습니다. 그러니까 ‘우라늄 농축을 하지 못하게 하려면 경수로부터 지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를 북측이 향후 미국과의 회담에서 제시할 수 있다는 거지요.
진행자: 알겠습니다. 박 기자, 그런데 북한의 신선호 유엔주재 대표가 안보리 의장에게 이날 문제가 된 편지를 전달한 이유는 뭔가요?
박성우: 네, 편지 내용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제재위원회가 북측에 무슨 해명을 요청해 왔다’ 그래서 답변 형식으로 편지를 보낸 건데요. 유엔 안보리가 북측에 해명을 요청한 건 지난 8월 25일경입니다. 이유는 북한 무기를 싣고 이란으로 향하던 선박이 아랍 에미리트에서 8월 중순에 적발됐기 때문인데요. 유엔 안보리 제재 때문에 북한은 무기를 수출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수출을 하려고 했으니 이걸 해명하라는 서한을 유엔 안보리의 제재위원회가 북한에 발송한 거지요. 하지만 북측은 해명을 하기 보다는 이번 편지로 문제를 더 키우고 말았습니다.
진행자: 편지가 전달된 시점이 묘하네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유엔 제재위원회가 8월25일에 북한에 서한을 보내면서 “15일 이내”에 해명을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까지 답변을 하면 되는 거지요. 하지만 북한은 미국의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중국을 거쳐서 한국에 오는 날 북측 언론 매체를 통해서 이 편지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이 같은 배경을 놓고 볼 때, 이번 편지는 미국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공개한 거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북한은 이미 8월 중순에 보즈워스 대표를 평양으로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만, 미국이 응하지 않고 있지요. 이유로는 미국은 ‘북한이 핵 포기 의사를 먼저 보여야 한다’는 걸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양자회담을 하기에 앞서서 기존 6자회담을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서도 관련국들과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보즈워스 대표가 선뜻 방북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입장에선 핵을 가진 상태로 미국과 양자대화를 하고자 하기 때문에, 그리고 2012년 ‘강성대국 진입’이라는 목표를 이루려면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벼랑 끝’ 전술을 이용해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진행자: 박성우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성우: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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