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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후 처음으로 배심원 재판 실시’ 본문
일본에서는 최근 65년 여 만에 처음으로 '배심원 제도'에 의한 재판이 열렸습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형사 사법 체계의 가장 극적인 변화라는 평가인데요, 자세한 소식 알아 보겠습니다.
문) 일본에서 이번 재판이 큰 관심을 모았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나흘 동안 재판이 열렸는데요, 재판 첫날부터 수 백 명의 기자들이 법정으로 몰려 들었고, 방송사들도 배심원들의 얼굴 표정이나 질문 내용 등을 시시각각 생중계했습니다. 그리고, 60여 장에 불과한 법정 입장권을 위해 많게는 2천여 명 일반인들이 땡볕 아래 장사진을 치는 진풍경이 연출됐는데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처음으로 배심원 제도에 의한 재판이 열렸기 때문에 이처럼 큰 관심이 모아진 것입니다.
문) 좀 더 구체적인 얘기를 나누기에 앞서, 먼저, 배심원 제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답) 배심원 제도란 판사나 검사,변호사 등 법조인이 아닌 일반 시민들이 재판에 직접 참여하는 사법제도를 말합니다.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마다 세부적인 내용이 다르기는 하지만, 유,무죄 여부나 형량 등을 판사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배심원들의 결정에 따른다는 점이 공통된 특징입니다.
문) 일본의 경우는 어떤가요?
답) 일본에서는 이 제도를 '재판원 제도'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6명의 일반 시민들과 3명의 판사 등 9명의 재판원들이 재판에 참가해, 유·무죄 여부는 물론 형량까지 결정하게 됩니다. 실제로
이번에 처음 열린 재판에서 9명의 재판원들은 지난 5월 이웃 주민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징역 15년 형에 처했습니다. 또한 일본의 재판원들은 증인이나 피고인에게 직접 질문도 할 수 있는데요, 이는 서구의 배심원 제도와 크게 다른 점입니다.
문) 일반 시민들 가운데 어떤 사람들이 재판원으로 선정되나요?
답)유권자 명부에 등록된 사람들 가운데 만 20세 이상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소한 중학교를 졸업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정치인과 변호사들은 대상에서 제외됐는데요, 일단 재판원 후보로 선정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거부할 수 없습니다. 만일 당일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물어야 하고 비공개 진술내용을 누출하는 사람은 최고 6개월징역형이나 50만앵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그러니까 국민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 배심원역할입니다. 이번 6명 배심원들의 직업을 보면, 사무직원, 피아노교사, 영양전문가, 계약직원, 시간제 근무자등 다양했고 절반이상인 4명은 여성이었습니다.
문) 판사들이 재판원에 포함됐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배심원 제도의 장점은 일반 시민들이 참여함으로써 투명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판사 혼자서 결정할 경우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있는 반면에 여러 사람의 의견을 통해 그만큼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하다는 얘기죠.
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전문적인 법률가가 아니기 때문에 감정이나 인정에 치우칠 우려도 있는데요,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판사들을 재판원에 포함시킨 것입니다. 하지만,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판사들이 다른 재판원들의 결정 과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어쩌면 평결을 왜곡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문) 앞으로 모든 재판에 배심원들이 참여하게 되는 것인가요?
답) 그렇지는 않습니다. 재판원 제도의 대상이 되는 재판은 '법정 형량이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사건'이나 '고의적인 범죄로 사람을 사망케 한 사건' 들 가운데 5월 21일 이후 기소된 사건들입니다.
문)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미 아주 오래 전에 배심원 제도를 실시한 경험이 있다면서요?
답) 일본은 지난 1928 부터1943년 까지 배심원제도를 실시한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행 다음해인 1929년에 연간 1백50여건을 기록하던 배심사건 시행건수가 다음 해 66건으로 격감한 후 해마다 줄어들어 1941년에는 1건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일본의 배심재판은 1943년 폐지됐는데요, 일본측 전문가들은 당시 배심제의 실패이유로 무죄평결에 대해 재판관이 다시 배심에 회부하는 '배심갱신제도'를 꼽고 있습니다. 이런 제도들로 인해 배심제가 국민의 신뢰를 잃고 심지어 법원으로부터도 외면받아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문) 그러다가 65년여 만에 다시 배심원 제도를 도입한 것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2001년 재판에 국민의 건전한 사회상식을 반영시켜 사법의 범 국민적 기반을 확립하기 위해 형사재판에 일반 국민을 참가시키는 재판원 제도의 도입이 제안됐구요, 이어서 2004년 3월 관련 법률이 국회에 제출된 후 일부 수정을 거쳐 같은 해 5월에 공포됐습니다. 그 후 일본 정부는 지난 몇 년 동안 수 백 회의 모의 재판을 개최하는 등 일반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한 끝에 이번에 첫 재판이 열린 것입니다.
문) 이런 재판원 제도 도입과 관련해,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형사 사법체계의 가장 극적인 변화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무슨 얘기입니까?
답) 일부 전문가들은 형사 법률 과정의 민주화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재판을 통해 재판 과정과 내용 자체가 크게 바뀌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요, 먼저 재판에 문외한인 일반시민 재판원 6명이 알기 쉽게 사건의 진상을 파악할 수 있도록 시각적인 요소가 등장했고, 검사나 변호사들도 까다로운 법률 용어 대신 평범한 말을 쓰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습니다. 그리고, 재판 속도가 크게 빨라진 점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일본의 형사재판은 수 년 씩 끄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재판 과정의 투명성 부족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문) 자, 이 같은 새로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일반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일 텐데요, 여론은 어떤가요?
답) 아직도 상당히 회의적인 편입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지난 5월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44.5%가 재판원 제도에 참가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공개적으로 자기 의견을 드러내거나 동료들과 논쟁하는 것 등을 꺼리는 일본 문화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일본인들은 사형선고가 관련된 사건에 개입하기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http://www.voanews.com/korean/2009-08-07-voa18.c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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