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적군파 문제 해결의지 해석 엇갈려

 

워싱턴-김연호

지난 1970년 일본 여객기를 납치한 적군파 요원들과 연계된 용의자가 일본에 귀국한 즉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 사건을 두고 일부 전분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적군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하는 시각이 있는 반면, 적군파 요원들의 개인 의사를 존중해 일본에 돌려보낸다는 기존 정책에 변함이 없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일본 경찰은 지난 5일 중국 베이징을 거쳐 일본 오사카 간사이 공항으로 입국한 아카기 쿠니야씨를 여권법 위반으로 현장에서 체포했습니다. 아카기씨는 지난 80년대 유럽에서 일본 적군파 기관지를 발행하며 반핵 운동을 하다가 1987년 북한으로 넘어갔습니다. 당시 일본정부는 북한과 국교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본인들의 북한 여행을 금지하고 있었습니다. 아카기씨는 이를 위반한 혐의로 체포된 겁니다.

일본 경찰은 아카기씨가 일본인 납치 사건들에 연루돼 있거나 최소한 관련정보를 알고 있다고 보고, 여기에 관해서도 조사할 계획입니다. 지난 1980년대 세 명의 일본인 학생들이 유럽에서 북한으로 납치된 사건에 아카기씨가 연루됐는지 여부가 관심입니다. 특히 아카기씨가 북한에 들어간 직후 몇 달 동안 평양시내의 초대소에 수용돼 있었는데, 당시 이 초대소에 일본인 납치 피해자들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경찰은 아카기씨가 이들 납치 피해자들과 접촉해 어떤 정보를 얻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중입니다.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들과 관련 단체들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달라고 당국에 촉구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피랍 일본인 구출 전국 협의회’의 니시오까 츠토무 부회장의 말입니다.

츠토무: 적군파에 의해서 납치됐던 사람들이 일본 정부는 세 사람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더 있을 가능성이 크거든요. 그리고 일본 정부가 납치됐다고 인정하고 있는 세 사람의 소식에 대해서도 북한쪽에서는 죽었다고 발표했지만, 그 후에 (납치피해자들과 아카기씨가) 같이 있었을 수가 있어요. 북한의 허위정보에 대해서 정확한 사실을 알 수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카기씨가 일본의 과격 테러단체인 적군파의 활동을 지원한 사실도 큰 관심입니다. 아카기씨는 지난 1970년 일본 민항기를 북한으로 납치한 일본 적군파 요원들 가운데 한 명과 매제 지간입니다. 아카기씨는 원래 오가와 준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었지만, 아카기 시로라는 적군파 요원의 여동생과 결혼한 뒤에 아카기 쿠니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일본 경찰은 아카기씨가 1987년 북한에 들어간 뒤 평양 교외에서 적군파 요원들과 함께 생활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민간연구단체인 사회과학원 (Social Sceince Research Council)의 레온 시갈 (Leon Sigal) 박사는 북한이 아카기씨를 일본에 돌려보냄으로써 적군파 문제를 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풀이했습니다.

Sigal: (The only formal provision in the US statute governing putting people on the terrorist list deals with the question of harboring terrorists.)

"미국 국내법상 특정 국가를 국무부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릴 근거는 테러분자들을 보호하는지 여부가 전부입니다. 북한의 경우 일본 적군파를 보호하고 있는 사실이 이 규정에 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적군파 요원 두 명과 적군파 가족들이 일본에 귀국했습니다. 적군파 요원 네 명이 아직 북한에 남아 있지만, 이번 아카기씨의 일본 귀국을 계기로 북한이 이 문제를 풀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미국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쉬 (Larry Niksch) 박사는 아카기씨의 일본 귀국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Niksch: (I think the N. Korean policy is that these people can leave if they want to but if they choose to stay N. Korea will still give them sanctuary.)

“북한의 정책은 적군파 요원들이 일본에 돌아가고 싶다면 가게 해주고, 남아 있고 싶다면 계속 보호해준다는 겁니다. 아카기씨의 경우도 일본에 귀국하겠다는 개인의사를 북한이 존중해 돌려보낸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적군파 문제에 대한 북한의 기존 정책이나 태도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한편 적군파 납치범 아홉 명 가운데 세 명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두 명은 일본에 귀국한 뒤 체포돼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북한의 보호를 받고 있는 나머지 네 명은 일본 민항기 납치 행위가 무죄로 인정된다면 일본에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 말고도 테러범인 이들 적군파 요원을 자국내에 보호해주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제외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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