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에 울린 총성 한발 두발…/순식간에 교회당은 시체의 당우/불을 몰고 춤추는 자 있었다./불꽃의 붉은 혓바닥은 벽을 핥았다./관헌의 독수에 찔린 망국의 백성들/비는 것처럼 두려워하는 것처럼 지키는 것처럼 민가에도 불은 붙었다./타오른다, 타오른다./사십 채의 부락이/그대가 초가의 잿더미에 서면/공포스러운 저 내음이 코에 들어오지 않겠는가.
(제암리 3·1운동 순국 기념관 전시관 게시물-어떤 살육사건 中)
당원동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환절기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당의장 정동영입니다.
지난 3월 1일 제암리에 다녀왔습니다. 87년 전 나라 잃은 우리의 백성들이 일본 헌병들에게 얼마나 처참하게 죽어갔는지 그 생생한 현장을 둘러보았습니다. 차마 입에 올리기조차 어려운 치 떨리는 노여움이 온 몸을 감싸 도는 그 현장을 묵묵히 둘러보았습니다. 함께했던 당원들과 제암리 유족들도 숨죽이며 한발 한발 그 참혹한 현장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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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조국의 자주권이 대한민국의 정치가들이 얼마나 엄중한 것인지를 몸으로 느껴졌습니다. 안내를 맡았던 한 의원이 <제암리 29인 선열기념탑> 비문을 읽어내려 가면서 목이 메여 흐느꼈습니다. ‘죽음 아니면 자유를 달라 서리 같은 총칼을 든 일본헌병 앞에 대한독립만세를 높이 불렀다. 이리 같은 일본헌병은 칼과 총으로 백의민족을 난도질 쳤다.’는 대목을 읽는 순간 저도 소리 없이 울었습니다.
우리에게 조국은 무엇이며 자유는 무엇입니까? 우리의 선혈들은 그렇게 맨 몸으로 조국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항거하다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경기도 화성은 역사 깊은 문화의 도시였습니다. 제암리 두렁바위 농가 사십호는 가난했으나 정신문명의 수준이 높았습니다. 기독교 예배당이 있었고 뜻있는 청년들은 예배당 안에서 나라 찾을 것을 항상 기도드렸다고 합니다.
삼일운동이 터지자 제암리 주민들은 봉화를 높이 들고 ‘독립운동만세’를 소리높이 외쳤습니다. 인간이기를 거부한 일경은 마침내 1919년 4월 15일(음력 삼월십육일) 오후 한 시경 돌연 부락을 습격하여 청년 이십 일명과 여인 이명 도합 이십 삼명을 무기로 위협하여 예배당에 감금하고 출입문을 폐쇄한 뒤 석유를 뿌려 불을 질렀습니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겁에 질린 아이의 눈을 향해서도 총을 쏘았다는 증언들이 있었습니다.
이제 남는 것은 우리의 후손들이 이분들의 원혼에 무엇을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입니다. 이제 3·1운동의 정신, 순국선열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생생한 현장을 온 국민의 독립운동 학습의 장으로 복원해야합니다. 더 이상 초라하게 방치해서는 안되겠습니다. 3·1운동 기념관도 기념식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더 할 수 없는 비극과 숭고한 선열들의 넋이 살아있는 제암리 독립운동 사적지는 온 국민이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학습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제암리 3.1운동 순국 유적지에 대한 본격적인 유적 복원을 위한 당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할 계획입니다. 박정희 정권에선 항일 유적지인 이곳을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5공 정권에선 정통성 없는 정부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독립기념관을 만들고 제암리 유적 발군단 등을 구성하긴 했지만 이후 아무런 관심도 쏟지 않았습니다.
저는 당의장에 당선된 바로 다음날 대구 인혁당 묘소를 참배하고 돌아왔습니다. 인혁당 사건은 박정희 독재정권 연장을 위해 국가폭력이 저지른 사법살인입니다. 이러한 정권과 그 후예들이 제암리 사적지를 복원할 자격과 의사는 없습니다. 우리당이 앞장서 제암리의 유적을 제대로 복원해 내야 합니다. 과거를 두려워하는 세력, 빛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조국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는 일입니다.
義 · 血 · 信 · 速(의혈신속). 열린우리당은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뜨거운 피로 어둡고 그늘진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야합니다. 노후불안, 고용불안, 교육불안에 고통 받고 있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바탕으로 안심시켜드려야 합니다. 이러한 모든 과제에 회의는 짧게 실천행동은 신속하게 속도감을 갖고 행해야 합니다.
내년 3·1절은 대통령을 모시고 국민과 당원들과 함께 제암리에서 3·1운동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가신님들의 넋을 위로하는 진정한 기념식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기에 앞서 제암리 참사가 있었던 4월 15일 제암리에서 만납시다. 열린우리당을 과반수 정당으로 만들어준 그날, 당원동지 여러분들과 1919년 제암리 선열의 뜻과 2004년 국민들의 뜻을 되새기는 ‘애국의 함성’을 함께 외쳐봅시다.
당원동지 여러분! 4월 15일 제암리에서 만납시다.
감사합니다.
2006년 3월 5일
열린우리당 당의장
정동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