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호 칼럼: 해체위기의 옌볜 조선족 자치주
2006.03.13
중국의 옌볜 조선족 자치주에서 조선족 수가 계속 줄어들어 자치주가 해체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도되고 있다. 옌볜 조선족 자치주는 지난 1952년 설립된 이래 54년간 존속해온 지리성(吉林省)의 한개 지방 행정구역이며 자치지방으로 지방 정권의 자치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남한의 유력지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지린성 당국은 옌볜 자치주의 조선족 인구비율이 최근 33%까지 떨어지자. 앞으로 5년 내에 주도인 옌지(延吉)시와 주변 8개 현 구조로 되어 있는 조선족 자치주를 해체하고, 옌지와 룽징 (龍井) 투먼(圖們)을 연결하는 ‘옌룽투’시(市)로 만드는 계획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안타깝고 걱정스러운 소식이다.
옌볜 조선족 자치주의 조선족 인구는 1952년 설립 당시 주 전체인구의 62%를 차지했으나 지난 2000년 말 주 전체 인구 218만 4,502명 가운데 38%인 84만 2,135만 명으로 줄어들었으며 지난 해 말엔 33%로 떨어졌다. 중국 내 소수민족 자치주 설치 요건은 소수민족 비율이 최소한 30%이상이어야 한다고 되어있다.
이 같은 조선족 인구의 감소추세는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것이나 자치주가 무너질 정도로까지 될 줄은 생각지 못한 일이다. 옌볜 조선족 자치주를 중심으로 동북 3성에 주로 많이 거주하는 조선족들의 감소현상은 남한 기업들의 중국 내 대도시진출과 중국의 경제발전에 따른 활발한 산업 활동 그리고 남한으로의 진출 등 일자리를 찾아 떠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베이징은 말할 것도 없고 동북 지방에서 거리가 꽤 떨어진 남부의 상하이, 광조우, 하이난에 이르기까지 각종 사업체나 관광회사 등엔 동북지방으로부터 왔다는 조선족 젊은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조선족들은 교육열이 높아 고등교육을 받은 인력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이 졸업 후 좋은 일자리를 찾아 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로 보면 대도시의 취업이 수입 면에서도 훨씬 나은 것이다.
남한의 일자리는 지금까지도 선호하는 길이 되고 있다. 조선족 자치주에선 많은 젊은 여성들이 취업을 위해 대도시나 남한으로 떠나 젊은 남성들이 “장가도 못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중국의 동북지방은 특히 한민족에겐 고구려 발해 등 역사적, 민족적, 문화적 근거지가 되고 일본제국주의의 한반도 강제합병과 식민통치기엔 항일 독립 운동의 중심지였다, 현실적으로 옌볜 조선족 자치주를 중심으로 한 동북지방은 러시아의 연해주와 북한과 바로 이웃하고 있다. 또한 이 지역은 지리적으로도 남한에 가까워 자연스럽게 한민족 문화 경제권이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남한으로선 어느 지역보다 지리적으로 투자 여건이 낫다. 마찬가지로 중국으로 보아서도 남북한 투자 유치에 유리하다.
옌볜 조선족 자치주 해체위기는 다른 어떤 요인보다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그 때문에 조선족 자치주 보존을 위해선 중국과 자치주 스스로 먼저 유리한 투자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남·북한도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먼저 남·북한이 조선족 자치주 보존에 큰 관심과 협력을 기울여야 한다. 남한에 와 취업하고 있는 조선족들을 잘 대해주고 이들이 중국으로 돌아가 한민족 간에 연대감을 갖도록 해 주어야 한다. 특히 경제력이 앞선 남한은 한민족의 역사적 문화적 근거지를 보존하기 위해서도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로의 더 넓은 경제 진출과 한반도 시베리아-유럽을 잇는 철도 등 경제 활동을 위해서도 중국의 조선족 자치주 보존에 적극 힘을 쏟아야 한다. (2006. 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