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첫 여성총리 나오나
2006.03.28
평양 출신으로 문학도를 꿈꾸던 여성 국회의원이 남한 총리 후보로 지명됐습니다. 남한의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의 한명숙 의원이 주인공입니다. 평범한 문학도에서 여성운동의 대모로, 여성부, 환경부 장관을 거쳐 국무총리에 지명되기까지 한명숙 지명자가 걸어온 길을 이진희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한명숙 지명자는 어떤 인물인가요?
올해 62살의 한 지명자는, 해방 전인 1944년 평안남도 평양시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부모님과 함께 남한으로 왔습니다. 1963년 이화여자대학교 불문학과에 진학할 당시만 해도, 한 지명자는 자신의 표현대로, ‘아름다운 생을 노래하는 작가’의 꿈을 가진 문학소녀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서울대에 다니던 남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를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180도로 변했습니다.
4년간의 열애 끝에 1967년, 결혼을 했지만, 남편 박성준 교수가 이듬해인 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됐습니다. 당시 남한 정보 당국의 발표에 의하면, 통일혁명당은 북한 노동당의 지하조직입니다. 박성준 교수는 13년을 감옥에서 보냈습니다. 한 지명자는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남편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은 평범한 삶에서 고난에 찬 삶으로, 문학소녀에서 맹렬한 여성운동가로 변해버렸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한명숙 지명자는 언제 정계에 진출했습니까?
지난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한 민주당에 동참하면서 부터입니다. 2001년에는 초대 여성부 장관을 지냈습니다. 2003년에는 환경부장관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한 지명자는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한 지명자는 지난 24일 지명사실을 통보받은 후 기자들에게, 조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지도력을 발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명숙: “수평적인 여성 리더십을 발휘해서 스스로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자기 색깔을 낼 수 있도록 국정을 운영해 보려고 합니다.”
한 지명자는 총리 인준 절차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가 4월 중 열릴 국회 인준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하게 되면, 남한 헌정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하게 됩니다. 그러나 지난 2002년 김대중 정부 당시, 장상 전 이화여자대학교 총장이 국무총리에 내정됐다가, 위장 전입 등이 문제가 돼 국회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바 있습니다. 한 지명자가 과연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극복할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여성단체들도 상당히 반기고 있지요?
네, 24일. 남한의 여성단체들은 공동으로 한명숙 총리 후보 지명을 환영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이들 단체들은 여성 총리 임명을 통해 여성차별 해소와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를 위한 계기가 마련되고, 권위적이고 남성중심적인 조직 문화에 평등의 바람이 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한 지명자는 가족법과 남녀고용평등법, 성폭력처벌법의 제정을 주도하는 등 활발한 여성운동으로 ‘여성계의 대모’로 불리기도 한 인물입니다. 최근 들어 남한에서 여성들의 정계 진출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잘 알려진 인물로, 남한 야당인 한나라당의 대표인 박근혜 의원을 들 수 있습니다. 또한 여당인 열린 우리당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우고 있는 인물도 여성인 강금실 전 법무장관입니다.
이진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