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보금자리 - 가게 세 개 운영해요 탈북여성 김나영
2006.03.22
주간기획, '남한의 보금자리' 오늘은 서울에서 피부미용실을 운영하는 탈북여성 김나영(가명)씨를 소개하겠습니다. 올해 28세인 김씨는 2002년 탈북해서 다음해 봄 중국과 캄보디아 등 제3국을 거쳐 남한에 입국을 했습니다.
남한생활 3년차에 들어가는 김 씨는 여성들의 피부를 가꿔주는 피부미용실을 3개나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생활 6개월 만에 가게를 열었다는 그 비결을 먼저 들어보죠.
김나영: 저도 돈이 없었거든요. 솔직히 가게를 하자면 5천만 원 정도는 있어야 합니다. 그 돈을 다 벌어서 가게를 열자면 1년이 될지 3년이 될지 모르거든요. 그래서 일단 수중에 한 5백만원이 생기면 가게를 찾고, 그 가게가 마음에 들면 가게 주인하고 흥정을 하는 겁니다. 처음부터 큰돈을 낼 수가 없으니 한 달을 해보고 마음에 들면 인수하겠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 겁니다. 5백만원을 담보로 가게를 하는 거죠.
김씨는 가게에 들어가서 직접 한 3개월 운영을 해보고 결국 가게를 사게 되는데 모든 것이 흥정하기 나름이라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큰 실패 없이 재산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김씨의 철저한 준비였습니다. 하나의 가게를 열기 위해 어떤 준비들이 필요한지 들어볼까요?
김나영: 오늘부터 내 가게라고 시작하고 가게를 열었을 때 계약서, 등기부 등본, 가게에 저당권이 잡혀있지 않나 나는 없는 돈이고 빌려서도 하고 하기 때문에 또 한국에서 살아서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니까 항상 서류부터 잘 점검을 합니다. 확인서나 구청 가서 도장도 전부 받아 놓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놓고 사업을 시작할 때도 나는 정면에 나서질 않습니다. 왜냐하면 억양이 틀리니까 거부감을 주거든요. 그래서 신문광고를 내서 경험자를 뽑고 저는 뒤에서 그 사람을 지시하는 거죠.
현재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분들이 직접 운영을 하면서 제일 많이 실패를 보는 것이 음식점입니다. 일단 영업을 시작하고 두 달만 넘겨도 1년은 버틸 수 있겠다고 말할 정도로 사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그러한 실패의 이유를 김 씨는 경험에서 찾았습니다. 돈을 주고 취업을 위해 자격증을 다기 보다는 현장에 가서 일하면서 기술을 배우라는 것이 김 씨의 성공전략이었습니다.
김나영: 일단은 탈북자들이 한 번에 그동안 모은 정착금을 모아서 경험도 없이 가게를 사서 해보니까 월세도 안 되고... 본인들이 애써 노력을 해도 손님이 안 오고 그럴 수도 잇는데 저는 한 번에 돈을 다 지불하지 않고 해보고 이윤이 나면 사고했거든요. 주변에서 하는 말만 듣고 돈을 한 번에 지불하고 가게를 사니까 망하는 것 같아요. 탈북자들은 어려서부터 여기서 수준 있는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탈북여성의 경우 기껏해야 머리 만지는 일, 식당일인데 제 생각에는 남의 밑에 가서 일을 하더라도 직접 가서 일을 배우는 것이,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지 학원을 가서 기술을 배우는 것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 보다 10배 규모로 사업을 일으켜 세운 김나영씨는 안 되는 것도 되게 하라는 정신 또 포기하지 않는다는 인내의 자세가 정말 필요하다고 강조를 했습니다.
김나영: 한국의 여성분들은 남성분들과 달리 100원을 가지고도 따지고 하잖아요. 돈을 쓰려고 안하고 또 제가 억양이 틀리고 하니까 하지만 제가 후회를 해도 도와줄 사람도 없고 하잖아요. 오히려 저는 그런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계속 하다 보니까 미흡한 점은 살리고 연구하고 저 자체도 이 계통에 대해서 연구도 많이 하고 공부도 많이 했거든요. 무식하면 안 되잖아요. 처음에 2천만원 갖고 시작했는데 이제는 한 2억을 넘었다고 봐야죠. 사업체는 3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토록 사업수완이 좋은 사람이 북에서는 어떻게 살았을까? 북에서 외화벌이 하는 곳에서 부기원으로 일했다는 김 씨의 탈북동기가 궁금했습니다.
김나영: 저는 먹을 것이 없어서 탈북하진 않았습니다. 저희 집은 귀국자였고 잘살았습니다. 하지만 북한 사회는 계속 검열 나오고, 사람들을 괴롭히고 정치적으로 시달림을 많이 받았거든요. 친구 아버지가 당원으로 고지식했는데 굶어서 돌아가셨어요. 그러면서 유언으로 북한도 잘살려면 미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말하시고 돌아가셨다고 하더라고요. 그 친구와 함께 탈북을 하게 됐죠.
현재는 김 씨의 가족들도 거의 다 남한에 입국한 상태입니다. 열심히 일하면서 나름대로 여가시간에는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쓸 줄 아는 김 씨는 남한에서 빨리 집도 사고 뿌리를 내리고 살겠다며 계획도 알찼습니다.
김나영: 돈을 많이 벌면 좋겠지만 운도 따라 줘야 하는 것이니까 가게는 제가 없어도 이제는 잘 돌아가니까. 계획은 앞으로 이런 식으로 사업을 계속하면서 경매 같은 것도 해보고 싶고, 어쨌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쪽으로 해야겠죠. 저는 대체로 책을 많이 읽고 영화 관람도 좋아해서 새로 나오는 영화는 밤 2시라도 다 가서 봅니다. 책은 부동산도 보고 인터넷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많으니까 탈북자동지회도 들어가서 보고 그래요.
이진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