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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구도, ‘해리스발’ 지각변동 시작됐다 본문
차기 미국 대통령을 뽑는 2024년 11월 미국 대선의 구도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중도 하차 이후 처음으로 바뀌기 시작했음을 뒷받침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진영이 동요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시간주, 펜실베이니아주, 위스콘신주를 아우르는 이번 대선의 ‘최대 경합주’에서 바이든의 대타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트럼프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는 사실도 이같은 관측을 가능케 하는 배경이지만 한 꺼풀 더 들여다보면 트럼프 대 바이든의 대결로 진행돼왔던 기존 대선 구도에 처음으로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아직 선거 일까지 남은 기간이 많은 상황에서 이것만으로 해리스가 승기를 잡았다고 보는 것은 때 이른 시각일수 있으나 바이든이 실패한 선거 구도 변화를 해리스가 이끌어냈다는 점은 매우 주목할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해리스가 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서 트럼프 앞선 것이 중요한 이유
미국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시에나대에 의뢰해 지난 5~9일(이하 현지시간) 유권자 1973명을 대상으로 ‘트럼프와 해리스 간’ 양자대결이 오늘 펼쳐진다면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 물은 결과 응답자의 50%가 해리스를, 46%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겠다고 밝혀 해리스가 비록 오차범위 내이지만 4%포인트 높은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매체들은 이 여론조사 결과를 앞닽퉈 전하면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유력시되는 해리스의 대선가도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분석했다.
NYT의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는 해리스가 비록 큰 격차는 아니지만 이들 주에서 트럼프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안고 있어서다.
바꿔 말하면 이들 3개 주에서 해리스의 지지율이 앞으로도 트럼프보다 우위를 계속 점하게 될 경우, 즉 이들 지역이 이른바 ‘블루 스테이트’의 위상을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지키면서 민주당 후보의 승리 가능성을 그만큼 확실히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미시간주, 펜실베이니아주, 위스콘신주는 조지아주, 노스캐롤라이나주, 애리조나주, 위스콘신주, 네바다주와 더불어 이번 대선의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른바 ‘7개 경합주’로 분류되는 지역으로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선출된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을 선택해 민주당 텃밭을 의미하는 ‘블루 스테이트’로 분류됐던 곳이다.
다만 이들 3개 주는 그 이전의 선거에서도 대체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을 보였으나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 도널드 트럼프와 격돌한 지난 2016년 대선에서는 트럼프를 선택해 블루 스테이트 명단에서 빠진 바 있다.
최근 치러진 두 차례 대선에서 다른 표심을 보였던 이들 3개 주가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선택하느냐가 이번 대선의 흐름을 가를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거론된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울러 이들 3개 주가 유권자 규모 측면에서도 매우 큰 편에 속한다는 사실도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의미를 더하는 부분이다. 7개 경합주 전체의 등록 유권자가 약 3420명 수준인데 이 가운데 3개 주에 있는 유권자가 약 1630만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 식상했던 ‘바이든 vs 트럼프’ 대선 구도에 변화 초래
NYT는 이들 3개 주에서 나타난 해리스의 지지율이 갖는 의미 외에 민주당 입장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깨지 못했던 대선 구도가 해리스 등장 이후 처음으로 달라진 사실이 이번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점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NYT는 “적어도 이들 3개 주 유권자들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후보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시각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NYT는 자사가 지난해 10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 이번 결과를 비교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면서 이는 해리스와 트럼프의 대결 구도가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와 맞붙어 진행됐던 그간의 민주공화 대결 구도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여론조사 때 확인된 해리스에 대한 호감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이번 조사에 확인된 해리스에 대한 이들 3개 주 유권자들의 호감도가 전체적으로 눈에 띄게 개선된 점을 NYT는 가장 눈여겨 봐야 할 대목으로 꼽았다.
반대로 말하면 해리스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이었던 유권자들의 생각이 바이든의 낙마로 해리스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실시되면서 해리스에 대한 유보적인 태도가 급격히 줄어들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뒤바뀐 흐름이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다는 것.
특히 바이든을 민주당 대선후보로 다시 밀어주는 것에 유보적이었던 민주당 지지 유권자들 사이에서 해리스를 반기는 경향이 뚜렷이 확인됐다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NYT는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지지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 과반이 넘는 응답자가 해리스에 대해 ‘정직하면서 똑똑한 후보’로, ‘변화를 이끌고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지도자’로, ‘미래에 관한 비전을 가진 지도자’로, ‘이념적으로 좌측으로 과도하게 쏠리지 않은 지도자’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여기에다 노령과 건강문제로 선거운동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바이든의 경우와 다르게 해리스는 나이 문제를 묻는 질문 항목 자체가 불필요했다”고 전했다.
NYT는 “일반적으로 대선 구도가 크게 뒤바뀌는 일은 흔하지 않지만 이번 조사 결과 3개 핵심 경합주에서 해리스가 트럼프보다 앞선 지지율을 보였다는 것은 그가 등판한 이후 11월 대선 구도가 변하기 시작했음을 뜻한다”면서 “앞으로도 해리스가 같은 흐름을 보일지는 더 지켜봐야 하지만 적어도 현재로서는 대선 구도에 변화가 생긴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해리스, 핵심 경합주 3곳서 트럼프에게 앞서… 4%포인트 우위
미국 대통령 선거의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이번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핵심 경합주 세 곳(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년 동안 민주당과 공화당이 동률을 기록했거나 트럼프가 약간 앞섰던 세 개 주(州)의 지지율이 역전된 것이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인지력 논란 등으로 재선을 포기하고 해리스가 후보로 확정된 후 민주당 지지자들이 빠르게 결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경합주들은 2016·2020년 대선 결과를 좌우한 이른바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한 지역으로, 바이든 사퇴 전까지는 트럼프가 강세였다.
8일 공개된 뉴욕타임스(NYT)·시에나대 여론조사(지난 5~9일 실시)를 보면 해리스는 경합주 세 곳에서 모두 지지율 50%를 기록해 46%에 그친 트럼프를 4%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번 조사는 각 주 등록 유권자 1973명을 대상으로 했다. 지지율 격차가 오차 범위(±4.2~4.8%포인트) 내에 있긴 하다.
그럼에도 NYT는 이날 “해리스가 대선 판도를 바꿔놓았는지에 대한 의심이 남아 있었다면 이번 조사 결과가 이를 잠재웠다”면서 “새 구도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 초반에 나온 경합주 여론조사가 대선 결과에 결정적인 경합주 세 곳에서 민주당이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강세로 돌아섰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경합주 세 곳의 선거인단 수는 44명(총 선거인단 수는 538명)에 불과하지만 지금껏 이들 표심을 누가 얻느냐에 따라 대선 승패가 갈려왔다. 2016년엔 트럼프가, 2020년엔 바이든이 이들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면서 대선에서 승리했다. CNN은 “경합주 세 곳을 지키면 해리스가 선거인단 270명을 확보해 트럼프(268명)를 간발의 차로 이길 것”이라 전망했다. NYT는 “민주당의 새로운 강세는 해리스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 개선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호감도가 지난달보다 10%포인트 상승했고, 유권자들은 해리스가 트럼프보다 지적(知的)이며 통치하기에 적합한 기질을 가졌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당신이 선택한 후보’에 대한 만족도를 물었을 때 민주당 지지자의 87%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3개월 전 60%였을 때보다 27%포인트 증가했다. 공화당의 경우 같은 질문에 ‘만족한다’는 답이 79%로 민주당보다 낮았고, 3개월 전 대비 증가 폭도 5%포인트로 비교적 낮았다.
이 세 주 외에 남부에 있는 경합주(애리조나·네바다·조지아, 선거인단 총 33명)는 트럼프 강세가 두드러진다고 평가돼 추가 여론조사가 많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전날까지 중부 러스트 벨트에서 사흘간 유세한 해리스는 9일 이 중 하나인 애리조나주를 찾아 남부 주 공략에도 나섰다. 약 1만2000명이 모인 가운데 “나는 트럼프 같은 유형을 잘 알고 있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돌아온다면 그는 취임 첫날 독재자가 될 것” “헌법을 파기하겠다는 사람을 다시는 대통령 특권 뒤에 숨게 해서는 안 된다”며 공세를 펼쳤다. 이어 10일엔 서비스업 종사 비율이 높은 네바다주 유권자를 겨냥해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고객 응대 종사자들의 팁에 대한 세금을 없애겠다”고 했다. 이는 지난 6월 트럼프가 네바다 유세에서 먼저 내놓은 공약과 같다.
9일 트럼프는 몬태나주 보즈먼에서 유세했다. 100분 넘게 연설하면서 해리스를 향해 “멍청하고 오락가락하는 공산주의자 미치광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지난달 유세장에서 총격을 당했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직후엔 과격한 언사가 다소 부드러워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다시 ‘막말’을 서슴지 않는 이전의 트럼프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왔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트럼프와 러닝메이트 J D 밴스 상원 의원을 여러 번 ‘괴상하다(weird)’고 표현해 호응을 이끌어냈는데, 트럼프는 이를 의식한 듯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 더 괴상하다” “월즈는 아주 기괴한 사람(very freakish)”이라고 받아쳤다.
☞경합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한 정당의 압도적 지지를 얻지 못해 선거마다 결과가 바뀌는 주(州)를 말한다. 유권자 마음이 오락가락한다고 해서 ‘스윙(swing·그네) 스테이트’라고도 부른다. 미국 대선은 전통적인 양당의 강세 지역이 정해진 가운데 경합주 6~7곳 표심이 결과를 좌우해 왔다. 이번 대선에선 보통 애리조나·조지아·네바다·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 등을 경합주로 보고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노스캐롤라이나를 넣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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