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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는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까? 본문

흑해 주변국/조지아(Georgia)

조지아는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까?

CIA bear 허관(許灌) 2024. 5. 19. 07:00

조지아에선 지난 14일(현지시간) 논란 끝에 이른바 '러시아 법'으로 불리는 언론 및 시민단체 통제법이 통과되면서 대규모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조지아 내부에선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EU와 계속 가까워지고자 할 경우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수 있다며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캅카스 남쪽에 자리한 인구 370만 명의 조지아는 러시아가 오랫동안 자국의 영향권으로 간주하는 구소련 연방 국가 중 하나다.

조지아와 같은 구소련 국가들은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며 어떤 정치 체제를 채택하고, 어떤 국제 동맹에 가입할지 스스로 결정할 역사적인 기회를 맞게 됐다. 발트해 연안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과 같이 유럽연합(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동시 가입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훨씬 더 큰 규모를 자랑하는 우크라이나의 경우 2014년 벌어진 대규모 친유럽 시위 끝에야 러시아와의 긴밀한 경제적 밀착 관계에서 벗어나기로 결정하게 된다.

이에 오랫동안 우크라이나를 자국의 영향권으로 간주하던 러시아는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 일부를 침공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본격적으로 침공하며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조지아도 이 같은 운명을 맞이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현재 조지아에서 벌어지는 시위의 내막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소위 ‘러시아 법’으로 조지아에선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번 주 초, 조지아 의회는 전체 예산 가운데 20% 이상을 해외에서 지원받는 언론과 시민단체를 ‘외국 영향력 기관’으로 의무 등록하게 하고, 이를 어기면 벌금을 내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 있는 니나 아흐메텔리 BBC 기자는 조지아에선 해외로부터 보조금 및 기타 자금을 신청해 지원받는 NGO와 독립적인 언론 기관이 흔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관이 벌이는 활동은 조지아 시민 사회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해당 법안을 제안한 집권 여당 ‘조지아의 꿈’은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탄압하기 위해서가 아닌, 투명성을 높이고 여러 단체의 배후 세력에 대해 대중이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조지아 소재 일리아 국립대학에서 공공정책을 가르치는 한스 구트브로드 교수는 해당 법에 대해 “겉으로만” 그럴듯하게 투명성을 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1990년대부터 캅카스 지역을 연구하고 있는 정치학자이기도 한 구트브로드 교수는 이번 주 초 열린 ‘채텀하우스(왕립 국제 문제 연구소)’ 회의에서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조지아 내 시민 사회를 노린 다각적인 공격의 일환”면서 “누구든 탄압할 수 있는 법이다.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 시민단체를 탄압할 수 있도록 설정된 법”이라고 설명했다.

논란 끝에 해당 법안이 결국 의회를 통과하면서 EU와 미국은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셉 보렐 EU 외교 정책 책임자는 성명을 통해 “해당 법의 통과는 EU 가입을 향한 조지아의 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조지아 내부에서도 해당 법안이 러시아식 권위주의를 닮았다며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수만 명이 트빌리시의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은 권위주의적이었던 구소련 시절을 암시하며 “우리가 겨우 빠져나온 그 구덩이로 저들이 우릴 다시 밀어 넣지 못하도록 하고자 모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시위와 러시아 간 관계는?

러시아가 자국 내 반정부 인사들을 탄압하고자 제정한 법과 유사한 이번 법은 오는 10월로 예정된 총선이 불과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통과됐다.

이번 총선을 통해 유권자들은 2012년부터 집권 중인 ‘조지아의 꿈’을 끌어내릴 수도 있다. 집권당의 정책에 대해선 한 정치 집단에 권력을 집중시킨다는 점에서 러시아 당국의 것과 비슷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조지아의 꿈’을 이끄는 이는 억만장자 출신인 비지나 이바니시빌리 전 총리이다. 이바니시빌리 전 총리의 재산은 49억달러(약 6조6000억원)로 추정되는데, 이는 조지아 국가 예산보다 크며, GDP의 20%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이바니시빌리 전 총리가 벌이는 사업 상당수가 러시아와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아예 러시아에서 자리하고 있다.

집권당 ‘조지아의 꿈’을 이끄는 비지나 이바니시빌리 전 총리는 부유한 사업가이기도 하다

'폴리티코’의 남캅카스 지역 특파원인 가브리엘 가빈 기자는 “조지아 정부의 독재적인 성격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식 시민 사회 탄압을 지향하고 있는 듯하다”고 언급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화할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바니시빌리 전 총리는 푸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외국 세력의 영향력에 대해 편집증적인 태도를 보이는 인물이기에 (이러한 법안을 마련하는데) 별다른 격려가 필요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러시아와 다른 강대국에 조지아의 중요도는?

조지아가 자리한 남캅카스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관문으로 불리는 지역으로, 고대 사회의 주요 무역로이기도 했으며, 오늘날에도 그 의미가 크다.

역사적으로 이란, 튀르키예, 러시아와 같은 강대국이 이 지역을 놓고 다퉜으며, 지금도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중국 및 서방 강대국들도 이 지역에 주목하고 있다.

조지아는 19세기에 러시아 제국의 일부가 됐다. 역사적으로 조지아는 러시아와 밀착하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동맹국을 찾기도 하는 등 러시아와 복잡한 관계를 이어왔다.

1918년 러시아 제국의 몰락과 함께 잠시 독립을 되찾았으나, 1991년까지 러시아가 지배하는 구소련 연방국으로 남아있었다.

조지아는 1980년대 국가 정체성 부흥 운동을 경험한 최초의 구소련 국가 중 하나였다. 전국에서 일어난 이러한 부흥 운동은 넓게 보면 결국 구소련 붕괴로 이어지게 된 사건 흐름에 속한다.

또한 2003년엔 ‘장미 혁명’이 벌어졌다. 구소련 연방 소속이었던 국가 중 구소련식 권위주의적 과거를 떨쳐내고 민주적 변화를 시도한 최초의 국가로도 손꼽힌다.

이러한 혁명으로 러시아와는 성향이 완전히 같진 않은 행정부가 들어서게 되고, EU 및 NATO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던 2008년, 러시아는 조지아의 일부를 침공했다. 그리고 러시아 군대는 수도에서 약 130km 떨어진 이곳에 지금까지도 주둔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러시아는 조지아 일부를 침공했다

정말 우크라이나와 유사한 상황일까?

최근 몇 주간 데자뷔를 느낀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점점 더 독재적인 성향을 띠는 정부가 민주주의의 길에서 벗어나고, 이에 반발해 시위가 이어지고, 러시아가 군을 투입하게 되는 시나리오다.

실제로 지난 2013~2014년 우크라이나에선 이렇게 전개됐다. 그리고 2022년 들어선 1945년 이후 유럽 내 최대 전쟁인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며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그러나 큰 차이점이 있다. 우선 조지아는 이미 지난 2003~2008년 현재 우크라이나와 유사한 일련의 사태를 겪었다. 시위가 벌어졌고, 러시아가 침공했다.

이에 따라 조지아 영토의 약 20%를 여전히 러시아가 점령한 상황에서 진짜 생각해봐야 할 질문은 ‘과연 조지아 내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며 친러 성향의 정부가 힘을 잃을 경우 러시아가 추가로 조지아를 침공해올까’는 것이다.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애초에 ‘조지아의 꿈’이 통제력을 잃을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

아흐메텔리 BBC 기자가 강조했듯이 조지아 사회는 양극으로 분열돼 있다. 상당수의 국민들이 상황이 더욱더 확대되진 않길 바라며 경계한다.

게다가 진정으로 여당을 지지하는 이들도 있다. 러시아와의 무역에 의존하며, 군대 규모도 너무 작아 우크라이나처럼 침공받더라도 맞서 싸울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조지아와 같은 소규모 국가에선 광대한 이웃국인 러시아와 함께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생각이다.

이바니시빌리 전 총리는 논란에 휩싸인 ‘외국 영향력’ 법안 통과를 앞두고 이례적인 공개 연설을 통해 서방 세계가 러시아와의 대결에서 조지아인들을 “총알받이”로 이용하지 못하게 막기 위해선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여전히 트빌리시의 거리는 시위대로 가득 차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35세 미만의 청년으로, 조지아의 미래는 그야말로 앞날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와 비슷한 정책을 펼치는 자국 정부의 행보에 끔찍하다고 하는 이들도 많지만, 우크라이나가 겪고 있는 파괴와 인명 손실과 같은 고통을 겪게 될 수도 있다는 전망에 두려워하는 이들도 많기는 마찬가지다.

조지아는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까? - BBC News 코리아

 

조지아는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까? - BBC News 코리아

현재 조지아에선 이른바 ‘러시아 법’으로 불리는 언론 통제법이 논란 끝에 결국 의회를 통과하면서 대규모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EU로 향하려고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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