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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인생을 사는 것 같아요'...폐지 줍는 노인의 재탄생 본문

Guide Ear&Bird's Eye/영국 BBC

'새 인생을 사는 것 같아요'...폐지 줍는 노인의 재탄생

CIA bear 허관(許灌) 2023. 12. 27. 06:08

"새 인생을 사는 것 같아요."

강옥자(78) 씨는 정규직으로 일한 지 올해 3년 차가 됐다. 그전까지만 해도 폐지를 주워 하루하루를 버텼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10시간 일해도 만 원을 벌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 대신 폐지를 주워가며 모은 돈으로 손주들을 키웠다. 두 살, 네 살이던 손주들은 어느덧 20대 중반이 됐다.

그는 6년 전 '아립앤위립' 대표로부터 그림 그리는 일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아립앤위립은 폐지를 수거하는 빈곤노인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주고자 설립된 기업이다.

강 씨는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자신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돈을 벌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70이 넘는 나이, 새로운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만류도 있었다.

하지만 강 씨는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오랜 시간 누군가의 엄마이자 할머니로 살아왔던 강 씨. 그는 태어나 처음으로 '강옥자' 자신의 이름 석 자가 적힌 사원증을 받았다.

강옥자 씨는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자신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돈을 벌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찾은 강동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강씨와 함께 5명의 어르신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70대 이상인 이들 모두 아립앤위립이 운영 중인 브랜드 '신이어마켙' 소속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김명심(83) 씨는 "한글 잘 몰라. 글씨를 쓴 게 아니라 그렸어"라고 웃으며 말했다. 김 씨 옆자리에 앉은 함복순(90) 씨도 귤을 '기율'이라고 적으며 웃었다.

건너편 책상에서 작업 중인 김말엽(84) 씨는 이름을 ‘김므랄엽’으로 적었다.

이렇게 어르신들이 손수 쓴 글과 그린 그림은 그림엽서, 디자인 문구 등에 들어간다.

김명심(83), 김화자(79), 강옥자(78), 함복순(90), 김말엽(84), 하옥례(82) 작가는 매주 수요일마다 강동종합사회복지관에 모여 함께 그림을 그린다

삐뚤빼뚤 글씨, 맞춤법 틀려도 고치지 않는 이유

신이어마켙 시니어 작가들의 그림. 삐뚤빼뚤 글씨, 맞지 않는 맞춤법을 그대로 살렸다

 

'신이어마켙'에서 2030 청년들은 제품을 기획하고 시니어들은 직접 제품을 제작 및 포장한다.

알록달록한 그림, 삐뚤빼뚤 글씨, 맞지 않는 맞춤법 그대로 제품에 녹아있다.

심현보(32) 아립앤위립 대표는 “어르신들의 필체와 그림체 등을 가급적 손대지 않고, 최대한 원본을 보전해 제품으로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게 어르신의 인생을 반영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어르신을 존중하는 가장 첫 번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평균 연령 82세 신이어마켙 작가들은 폐지를 줍는 대신 이제는 자신의 이름이 붙은 작업대에서 근무한다. 강 씨는 그림 그리고, 글 쓰고, 청년들과 함께 일하는 하루가 '선물' 같다고 한다.

점심시간이면 청년 구성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나가고, 또 직접 부쳐온 고구마 전을 나눠 먹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소소한 행복이라고 한다.

 

어떤 색으로 칠하는 게 좋을지 등 시니어 작가와 청년 구성원이 함께 고민하기도 한다

 

신이어마켙 시니어 작가들은 2030 청년들의 고민에 유쾌하고 따뜻한 답변을 적어주는 한 줄 상담가 역할도 한다

 

열악한 노인 일자리

한국에선 폐지와 재활용품 등을 수집해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 인구가 약 1만 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고령인구(65세 이상)는 901만 8000명으로, 처음으로 900만 명을 넘었다.

한국은 이미 지난 2017년부터 고령사회(인구의 14% 이상이 노인인구)에 접어들었고, 2026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고령화 인구구조 변화로 고령층 취업자도 크게 늘었다. 통계청에 2022년 한 해 60세 이상 취업자가 2021년에 비해 45만여 명이나 증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인 일자리는 정부가 지원하는 '공공형 일자리'로 환경 정비, 교통안전 보조 등 단순 업무가 대부분. 이마저도 구하지 못해 폐지를 줍는 노인도 많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조사한 '폐지 수집 노인 현황과 실태' 통계에 따르면 폐지와 재활용품 등 수집해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 인구가 약 1만 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10시간 이상 폐지를 모아도 1만 원 벌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럼에도 폐지 줍기가 “면접 볼 필요도 없고, 시간 나면 언제든 할 수 있어 빈곤 노인들 사이에서 진입장벽이 낮은 일”이라고 기우진(41) 러블리페이퍼 대표는 말한다.

'러블리페이퍼'는 폐지 수거 노인들의 소득 보장을 위해 고물상보다 6배가량 높은 단가로 폐지를 매입 후 작가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페이퍼 캔버스 아트'로 제작해 다시 판매한 뒤, 수익 일부를 다시 노인 일자리를 위해 투자하고 있다.

'동정' 아닌 '동료'의 시선으로

러블리페이퍼는 폐지 수거 노인으로부터 높은 단가로 매입한 폐지를 주재료로 한 캔버스아트를 제작하는 업사이클 기업이다

 

“왜 시세보다 폐지를 비싸게 값을 쳐주냐”라는 질문에 기 대표는 “폐지 수집 노인을 빈곤과 연민의 대상이 아니라 환경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자원 재생활동가’로 바라보고, 그 가치를 존중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어르신 한 분이 일 년에 수집하는 폐지가 9톤쯤 될 걸로 계산했고, 이건 소나무 80그루에 해당한다는 계산이 나왔다”며 “연간 폐지 재활용률이 전 세계 1위인 한국에서 재활용의 상당량은 어르신들이 담당하고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현재 총 여섯 명의 정규직 시니어 직원들이 러블리페이퍼에서 일하고 있다.

시니어 직원이 폐지로 캔버스를 만들고 있는 모습

 

기 대표는 국가 차원에서 재활용품 매입의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매입 최저 보상제’ 등을 도입하고, 폐지 수거 노인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인식 변화를 위해선 "3관왕이 필요하다. 바로 관심, 관점, 관계”라고 전했다. 우선 노인들에게 진심 어린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

이어 “이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폐지 수집 노인을 단순히 동정이나 연민의 대상이 아닌 함께 사회를 살아가는 일원으로서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일이고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연결돼 있지만 관계돼 있지 않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비판하며 피상적인 연결이 아닌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야 사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전했다.

러블리페이퍼는 폐지 수집 노인을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일이고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는 '동료'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고령화: 폐지 줍는 노인의 재탄생...'동정' 아닌 '동료'로 보는 청년들 - BBC News 코리아

 

고령화: 폐지 줍는 노인의 재탄생...'동정' 아닌 '동료'로 보는 청년들 - BBC News 코리아

한국은 고령화와 인구구조 변화로 고령층 취업자가 크게 늘었지만, 대부분 질이 낮은 공공형 일자리 형태다. 이런 일자리마저 구하지 못해 폐지를 줍는 노인이 많은 가운데 이들을 '동료'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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