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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엘벡도르지 전 몽골 대통령] “북한, 몽골처럼 정치체제 바꿀 방법 있어”
CIA Bear 허관(許灌) 2023. 6. 15. 19:04
지난 2013년 북한을 방문했던 차히야 엘벡도르지 전 몽골 대통령은 몽골의 민주화와 비핵화 경험을 북한에 전하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은 VOA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당시 김일성대학에서 “독재는 영원할 수 없다”를 주제로 연설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선 핵과 안보 협상에서 인권도 중요한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은 몽골이 북일간 고위급 회담을 주최할 용의가 있다는 점도 밝혔습니다. 1998년과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두 차례 총리를 지냈고,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대통령을 지낸 엘벡도르지 전 몽골 대통령을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2013년 10월 북한 방문 당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연설하셨습니다. 이 연설에서 “폭정은 영원할 수 없다”, “자유가 영원한 힘”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셨는데요. ‘폭정’과 ‘자유’는 북한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주제인데, 연설을 통해 어떤 결과를 기대하셨습니까?
엘벡도르지 전 몽골 대통령) 아시다시피 몽골과 북한은 오랫동안 외교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몽골은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두 번째 나라죠. 몽골은 남북한 모두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데 그런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북한의 초청으로 방북한 것은 정말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1990년 이전에는 몽골도 공산주의 국가였기 때문에 북한을 다른 방식으로 통치하는 방법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국민에게 더 많은 권리를 부여하고 헌법을 바꾸는 것 말입니다. 제 주된 메시지는 몽골과 북한은 오랫동안 비슷한 정치 체제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정치 체제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1989년 말부터 저는 몽골의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우리는 몽골을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변화시켰고, 그 결과 국민들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1990년 이후 몽골은 비핵지대를 선포했습니다. 핵무기에 대한 집착은 좋은 것이 아닙니다. 핵무기를 제거하면 다른 국가들과 훌륭한 관계를 맺을 수 있고 더욱 많은 기회를 열어줍니다. 이 모든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기자) 김정은 위원장 취임 후 북한을 방문한 첫 외국 정상이신데요. 당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남이 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십니까?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 북한의 초청을 제가 받아들이자 북한 측은 무엇을 보고 싶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우선 노동수용소를 보고싶다고 했습니다. 인권 유린이 자행된다고 들었는데 직접 수감자들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또 지하 핵시설을 직접 방문하고 북한의 평범한 가정을 방문해 함께 차를 마시고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울란바토르에 주재 북한 대사를 통해 요청을 전달했지만 모두에 대해 부정적인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후 우리가 한 요청 중 하나가 김일성대 강연이었고 받아들여졌죠. 북한 측은 강연에서 인권, 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를 언급하지 말라고 했고 저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강연 제목이 “독재는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이었죠. 아마도 제가 북한에 노동수용소, 핵시설 등을 방문하겠다고 한 요청 때문에 김정은이 저를 만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엘벡도르지 대통령께서 북한 인권에 대해 가지고 계신 우려를 북한 관리들에게 직접 전달하셨나요?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 그렇습니다. 그들을 만났을 때 북한 내 인권 상황에 대한 제 우려를 전달했습니다. 북한 관리들은 몽골의 (체제) 전환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몽골의 전 공산주의 지도자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물었습니다. 살아있는지, 감옥에 갇히거나 박해를 받는지 물었죠. 저는 아무 일도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몽골 인민혁명당은 몽골 인민당으로 이름을 조금 바꿨지만 여전히 몽골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선거에서 우리와 경쟁하고 있고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기자)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 대해 반인도적 범죄를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북한의 인권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설립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그 이후로 북한 인권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반인도적 범죄를 계속 자행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더욱 큰 규모, 더욱 정교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1950년대 이후 북한 주민들이 얼마나 심하게 고통 받았는지를 볼 때 가슴이 아픕니다. 북한에서는 1950년대 스탈린 시대가 얼어붙은 채로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깊이 얼어붙어서 아무런 변화도 없습니다. 3대에 걸친 김씨 정권 하에서 북한 주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안보문제와 핵문제를 다룰 때에도 북한의 인권 유린 문제가 필수적인 부분이자 주요 의제가 돼야 합니다. 북한은 안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을 좋아하고, 핵 문제 논의는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성, 아동, 장애인 권리 등 인권문제를 제기하면 그들은 상당히 불편해합니다. 그들이 불편해 한다면 그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 안보와 핵무기 관련 모든 문제도 다른 방식으로 다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지도자들은 북한의 인권 침해를 무시하고 그냥 북한 지도자들을 만나 기쁘게 해주기만 했는데 그것은 좋은 결과를 낳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여전히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핵실험을 위협하고 있으며 북한 주민들은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기자) 몽골은 탈북 난민 시설이 있는 주요 탈북 경로였습니다. 탈북자를 송환하는 중국과 달리 몽골은 탈북민들의 안전과 처우를 어떻게 보장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 저는 몽골에서 ‘엘벡도르지 인스티튜트’라는 비정부기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03년부터 2008년 몽골이 많은 탈북자들을 받은 것은 이제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닙니다. 2003년 이전에는 몽골 당국자들이 탈북민들을 송환한 경우들도 일부 있었습니다. 우리 단체는 탈북민 송환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그들은 ‘지옥’을 탈출해 한국, 몽골 등 더 살기 좋은 곳에 도달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북중 국경을 넘어 중국 내부에서 이동할 때 많은 박해를 받고 나쁜 경험을 합니다. 보통 몽골 국경에 도착하면 매우 아프고 지친 상태입니다. 우리는 2003년에서 2008년 탈북민 송환 반대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2008년에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면서 중국 당국이 자국 내 탈북민들의 이동을 강하게 규제했고 이후로도 완화하지 않았습니다. 그 5년동안 수천 명이 한국으로 이동했습니다.
기자) 앞으로 탈북민들이 다시 몽골까지 이동하게 된다면 몽골 정부가 그들을 환영하고 안전하게 이동하도록 할까요?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 저는 지금은 정부에 있지 않지만 재임 당시에 탈북민 보호를 옹호했습니다. 제가 총리로 재임할 당시 몽골은 탈북자를 단 한 명도 중국이나 북한으로 돌려보내지 않았습니다.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려고 한다면 그들을 돕는 것은 단지 정부의 의무일 뿐 아니라 인간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몽골은 여러 국제법과 유엔의 인권관련 조약들에 서명했습니다. 몽골의 헌법은 인권과 법치, 민주주의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헌법에 근거해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몽골에 오는 탈북민을 송환하지 말고 인도적으로 대하고 살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들이 다른 나라로 가려 한다면 그것도 도와야 합니다.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김정은 위원장과 북일 정상회담을 조기에 실현하기 위해 북한과 고위급 협의를 갖기를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고요. 몽골이 북일 간 회담을 주최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 물론입니다. 몽골은 매우 기쁘게 주최할 것입니다. 몽골은 중립적이며 개방적인 국가입니다. 누군가 몽골에서 회의를 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정말 기꺼이 주최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울란바토르뿐 아니라 다른 주들도 있습니다. 몽골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없고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몽골을 회담 장소로 선택한다면 몽골 외무부, 몽골 정부는 그러한 요청을 매우 기꺼이 수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몽골이 일본과 북한 사이를 중재한 오랜 역사가 있죠?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 일본인 납북자 문제는 일본에게 마음 아픈 문제입니다. 제가 재임 당시 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매우 긴밀하게 협력했고 우리는 북한인들과의 만남을 여러 번 조직했습니다. 일본과 북한에서 사람들이 와서 만났는데 우리는 그들을 존중했습니다. 어떤 때는 비공개로 회담을 주선했습니다. 또다시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 ‘동북아 안보 울란바토르 대화’도 있습니다. 일년에 한 번 열리는데 북한, 러시아, 중국, 미국, 일본 등의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훌륭한 전통을 현재 몽골 정부가 이어가길 바랍니다.
기자) 북일 사이의 회담 중 일부는 비공개로 진행했다고 하셨는데요. 몽골이 비밀 유지를 잘 하는 이유 때문에 북한이 몽골의 중재하에 다른 나라들과 대화하는 것을 부담스럽지 않게 생각한다고 보십니까?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 회의에 참여하는 어떤 쪽에서 비밀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한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매우 존중합니다. 우리는 중립국이고 돕는 위치입니다. 그러한 요청에 책임 있게 대해야 합니다.
기자) 몽골과 한국은 2011년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습니다. 몽골이 북한과 한국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 특별한 비결은 없습니다. 냉전 시대, 공산주의 시대에 우리는 북한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고 지금도 그 관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관계를 맺을 모든 기회와 문이 닫히더라도 몽골과 북한간 관계의 문이 여전히 열려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면 관련 있는 다른 국가들도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은 이제 세계 10대 경제대국이고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 발전 측면에서 정말 존경할 만한 주도국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몽골이 아시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는 일본이었습니다. 일본은 1990년대 이래 몽골을 많이 지원했고 여전히 그렇습니다. 두 번째로 큰 도움의 손길은 한국에서 옵니다. 저는 국제원로그룹 ‘디 엘더스’의 일원으로 한국을 최근 방문했고 한국 대통령과 외교장관을 만났습니다. 현 한국 정부는 인권과 자유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정말 헌신하고 있습니다. 이전 정부는 인권 문제와 관련해 나쁜 행동을 했습니다. 북한인권대사를 임명하지 않았고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에 공동 서명하지 않았으며 김정은을 기쁘게 하려고 했죠. 그것은 잘못된 전략이었습니다. 저는 한국 정부에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북한이 언젠가 자유국가가 될 것인데 지금 북한 주민들의 고통에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요. 동족인 한국인들이 북한인들의 고통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요. 한국 정부는 제 의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기자) 지난 3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몽골, 미국, 한국 간 국장급 회의가 출범됐습니다. 몽골과 한국 양자간의 협력보다 미국과의 3국 협력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어떤 구체적인 협력 분야가 있을까요?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 미한몽이 3국 협의를 시작하는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몽골의 지정학적 위치를 살펴보면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위치한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몽골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주목하고 있죠. 이것은 두 나라만의 전쟁이 아닌 권위주의 정권들과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의 전쟁입니다. 어떤 이들은 몽골이 멀리 떨어져있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몽골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몽골 사람들은 시야가 넓습니다. 몽골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제국을 건설했었죠. 몽골이 더욱 성공하고 더 자유롭고 더 영향력이 커지면 역내 국가들이 혜택을 받을 것입니다. 언젠가 몽골의 큰 두 이웃국가들도 더 개방되고 인권을 더 존중할 것입니다. 그 때 몽골의 경험을 통해 배울 것입니다. 그 때문에 몽골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나라입니다. 한국과 미국이 몽골에 관심을 갖고 함께 공동의 대의를 증진하기 위해 협력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으로부터 북한 인권 문제, 북일 회담, 미한몽 협력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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