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Asia-Pacific Region Intelligence Center

튀르키예 대선에 쏠린 세계의 눈…우크라·나토·중동정세 영향 본문

흑해 주변국/튀르키예(터키)

튀르키예 대선에 쏠린 세계의 눈…우크라·나토·중동정세 영향

CIA bear 허관(許灌) 2023. 2. 6. 00:25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자 정의개발당 대표가 지난 1일 앙카라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데이터 과학자로 일하는 튀르키예 청년 불루트 프츠즈(25)는 네덜란드의 한 회사에서 채용 제안이 오자 고민 없이 바로 짐을 쌌다. 젊은이들 사이에 퍼지는 ‘튀르키예 엑소더스’ 행렬에 합류한 것이다. 프츠즈는 “튀르키예를 사랑하지만 더 이상 이스탄불에서 살 여력이 없다. 경제가 내리막길”이라며 “지인들 대부분이 생활비 위기와 갑갑한 정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지난달 27일 넉달 뒤인 5월14일 대선과 총선을 앞둔 튀르키예에서 경제난에 지친 젊은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찾아 해외로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탈튀르키예’ 행렬은 재선을 노리는 ‘튀르키예의 술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물가상승률이 85%까지 치솟은 튀르키예는 자국 통화인 리라화의 가치마저 폭락하며 극심한 경제난이 시달리고 있다.

이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2014년 대통령이 됐을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당시 튀르키예 경제는 성장하고 있었고 실업률은 낮았다.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튀르키예 담당자 소네르 차압타이는 지난달 27일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에르도안은) 선거에서 경제 성장을 하고 있을 때 이겨왔다”고 말했다. 2003~2014년 의원내각제 아래 총리를 지낸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7년 권력을 대통령에게 집중한 강력한 대통령제 개헌을 성사시킨 뒤 ‘튀르키예의 술탄’이란 별명을 얻었다. 그는 5월 대선에서 개헌 이후 5년 임기제의 두번째 집권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금껏 나온 여러 여론조사에서 6자 연합을 이뤄 ‘반에르도안’ 체제를 구축한 야권에 밀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6개 야당 대표들은 수도 앙카라에서 회동한 뒤 240쪽 분량의 ‘국가 미래 프로그램’ 백서를 공개했다. 이들은 삼권분립이 보장된 ‘의회 민주주의’를 약속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야당은 이번 대선이 튀르키예에서 독재를 유지할지 민주주의로 전환할지 가르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가장 큰 약점은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적할 단일 후보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5일 영국 <비비시>(BBC)는 오는 13일께 야권 단일 후보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며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대표 케말 클르츠다로을루가 가장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유력 후보는 현 이스탄불 시장 에크렘 이마모을루이다.

그러나 튀르키예 법원은 지난해 12월 그에게 ‘공무원 모욕죄’로 2년7개월 징역형을 선고하고 정치 활동을 금지했다. 현재 항소 절차 중인 그는 여전히 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적지 않은 지지층을 거느리고 있어 그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에르도안 정부에 대한 역풍이 불 가능성도 여전하다.

튀르키예 시민들이 수도 앙카라에서 지난 2일 식료품을 사고 있다. AFP 연합뉴스

남은 변수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응이다. 그는 패배를 피하기 위해 그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외교안보전문지 <포린 어페어스>는 3일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금 보이는 모든 모습이 ‘국내 선거용’이라고 설명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스웨덴과 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과 관련해 “스웨덴이 쿠란(이슬람 경전) 불태우기를 허용하는 한 나토 가입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역시 대선을 앞두고 보수 유권자 결집을 유도하려는 대내용 카드라는 주장이다. 나토 가입을 위해선 회원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해 튀르키예가 끝까지 반대하면 스웨덴의 가입은 이뤄질 수 없다.

나아가 이번 대선이 에르도안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협력 속에서 치러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푸틴 대통령과 오랜 협력관계를 이어온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해 러시아군에 약 1850만달러(약 231억4300만원) 규모의 물자 수출을 허용했다는 정황이 지난 3일 <월스트리트 저널>(WSJ) 보도로 드러났다. 지난해 적어도 13곳의 튀르키예 업체가 미국 제재 명단에 오른 러시아 업체 약 10곳에 플라스틱·고무 등을 수출했다. 이 물자는 전차·선박·헬멧·방탄복 등의 소재로 쓰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승리를 위해 민감한 외교 현안에까지 손을 대며, 이번 튀르키예 대선 결과는 세계 정세에 복잡한 영향을 끼질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달 27일 <시엔엔>은 “세계의 눈이 에르도안을 지켜보고 있다”며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 △스웨덴·핀란드의 나토 가입 △중동 정세가 크게 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걸프 국가들은 튀르키예의 경제 안정, 즉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적잖은 투자를 했다. 튀르키예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50억달러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고, 아랍에미리트(UAE)는 100억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 설립을 약속했다. 외메르 타슈프나르 미국 국방대 교수는 “걸프 국가들의 관계 개선 상황을 보면 에르도안이 가까운 미래에 계속 권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는 에르도안을 동료이자 튀르키예의 ‘국왕’으로 본다. 왕이 선거로 권력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대선에 쏠린 세계의 눈…우크라·나토·중동정세 영향 : 국제일반 : 국제 : 뉴스 : 한겨레 (hani.co.kr)

 

튀르키예 대선에 쏠린 세계의 눈…우크라·나토·중동정세 영향

에르도안 ‘술탄’ 지위 유지할 수 있을까

ww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