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Asia-Pacific Region Intelligence Center

이란 시위: '한국에 온 후로 단 한 번도 히잡 쓴 적 없어' 본문

Guide Ear&Bird's Eye/이란

이란 시위: '한국에 온 후로 단 한 번도 히잡 쓴 적 없어'

CIA bear 허관(許灌) 2022. 11. 13. 00:21

주한이란대사관 인근 시위에 참여한 이란인 여성 두 명이 히잡 의무 착용에 반대하며 머리를 잘랐다

이란에서 여성 인권 시위로 시작한 정권 교체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대하면서 한국에서도 연일 관련 시위가 열리고 있다.

28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주한이란이슬람공화국대사관 인근에서 재한 이란인 20여 명이 모였다.

히잡(머리 스카프)를 쓴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두 명의 여성이 길게 기른 머리를 자르며 "여성, 인권, 자유" 구호를 크게 외쳤다.

박씨마: '히잡 때문에 사람이 죽는 나라…바뀌어야'

1990년대 한국에 귀화한 이란 출신 박씨마 목사는 "여성의 히잡 착용 문제로 시작했지만, 시위에 나선 이란인들의 목표는 정권 교체"라며 "어떤 정권에서 여성이 머리카락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죽어 나간다면 그 정권은 더 이상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히잡을 쓰지 말라는 게 아니에요. 자기가 쓰고 싶다면 써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하지만 그 히잡 때문에 정부가 사람을 죽인다면 문제인 거죠. 내 몸을, 복장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는 나라에서 어떻게 살겠어요."

박 목사는 이번 시위가 이란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수십 년간 이란에서는 크고 작은 시위와 혁명이 일어났지만, 이번과 같은 전국적 규모의 시위를 여성이 주도한 시위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란 시위는 마흐사 아미니(22)의 죽음을 계기로 시작됐다. 마흐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체포됐다.

마흐사는 유치장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쓰러진 후 혼수상태에 빠져, 결국 병원에서 사망했다. 유엔(UN)을 비롯한 인권단체들은 경찰의 폭행이 있었다고 보고 있지만 경찰은 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 해석에 근거한 법에 따라 여성에게 히잡으로 머리카락을 완전히 가리고 체형을 감추는 길고 헐렁한 옷을 입도록 강제하고 있다. 도덕 경찰은 이러한 복장 규정을 어기는 여성들을 단속한다.

'K팝 팬'이라고 밝힌 아이사는 한국에 온 이후로 성격이 더 밝고 적극적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다락 샨: '히잡은 종교적 믿음과 관계없어'

이날 시위에는 이란 남성들도 여럿 참여했다. 두 딸의 아빠라고 밝힌 다락 샨(55)은 "이란에서 사람들이 시위하다가 죽어가는 상황에서 한국이라는 안전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시위에 동참하는 건 내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내 딸들에게 히잡을 착용하지 않을 자유가 주어져야 해요. 히잡을 쓰고 싶은 사람은 쓰라고 하세요. 종교적 믿음은 개인과 신 사이에 존재하는 겁니다. 다른 사람에게 히잡을 쓰라고 강요하는 것과는 상관없죠."

이란에서는 시위가 벌써 2주째 이어지고 있다. 이란인권단체(IHR)에 따르면 지금까지 시위로 인해 16세 소년을 포함해 사망자가 최소 76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사: '한국에 온 후로 단 한 번도 히잡 쓴 적 없어'

대학원생 아이사(23)는 K팝 등 한국 문화를 좋아해 2년 전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그는 마흐사 또래 여성으로서 이번 시위에 더욱 특별한 감정과 사명감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란 현지에 계신 부모님도 시위에 나가셨어요. 마흐사가 당한 일을 저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대요. 저는 이란에 있을 때부터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거든요. 단속을 피하기 위해 머리에 형식적으로 뭔가 대충 걸치는 수준이었죠. 물론 한국에 온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쓴 적이 없고요."

아이사는 현지에 있는 친지 및 친구들과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고 했다. 시위가 시작된 이후 정부가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고 있어서다. 통신이 완전히 끊긴 건 아니지만 매우 불안정하고, 현지 사람들도 가상사설망(VPN) 등을 통해 인터넷을 우회해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사는 "남성은 머리카락을 가리지 않는데 왜 여성은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죽어야 하나"라며 "이뿐만 아니라 이란에서는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어린 나이에 자기보다 10살, 20살 많은 남성과 결혼을 강요받고, 양육권과 재산권을 박탈당하고, 명예 살인을 당한다"고 토로했다.

한국 국적이 없는 그는 학업이 끝나면 이란으로 돌아가야 한다.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고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지만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며 "(만약 신변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란 정권의 잔인성과 한계를 또다시 드러내는 일이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란 시위: '한국에 온 후로 단 한 번도 히잡 쓴 적 없어' - BBC News 코리아

 

'한국에 온 후로 단 한 번도 히잡 쓴 적 없어' - BBC News 코리아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주한이란대사관 인근에서 재한 이란인들이 시위를 벌였다.

www.bb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