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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푸틴의 침략에 항의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러시아인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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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푸틴의 침략에 항의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러시아인들

CIA bear 허관(許灌) 2022. 9. 23. 09:25

러시아에서 비밀리에 결성된 '페미니스트 반전 저항 단체(FAR)' 회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곳 러시아 북서쪽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거리는 새벽 3시쯤엔 인적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도시 중심부 어느 작은 아파트에서 반전 운동가 2명은 누구보다 활발하게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바로 러시아에선 매우 위험할 수 있는 반전 시위 준비였다.

이 두 사람은 BBC와의 만남엔 동의했으나, 신원 보호를 요청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내 어느 학교 근처 길바닥에 그려진 반전 그라피티. 이후 덧칠되기 전까지 몇 시간 동안 노출됐다

'미티야'라는 별명을 쓰는 활동가는 "우리는 밤에 익명으로 조용히 만나 준비한다. CCTV로부터도 몸을 숨긴다"고 말했다.

'보로베이'라는 다른 활동가는 "언제나 후드를 뒤집어쓰고 마스크도 쓴다. 포스터를 만들고 붙일 때마다 장갑을 끼는 것도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페미니스트 반전 저항 단체(FAR)' 소속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틀째에 생겨난 비밀 시위 단체다.

우리가 미티야와 보로베이를 만났을 땐 이들은 학교 건물 밖 길바닥에 반전 메시지를 적는 식의 항의 운동을 펼치고 있었다. 언젠가 아들들을 전쟁터로 내보내야 할지도 모르는 어머니들이 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미티야와 보로베이는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의 행동에 큰 충격을 받아 FAR에 가입하게 됐다고 한다.

미티야는 "이 전쟁은 참혹하다"면서 "무의미한 제국주의적 전쟁이자,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됐을 전쟁이다. 심지어 우리가 뽑지도 않은 우리 러시아 대통령의 자만심이 불러온 결과"라고 말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미티야와 보로베이가 학교 건물 밖 길바닥에 그린 그라피티를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아침 공기는 더없이 상쾌하고 맑았으며, 반전 그라피티는 아침 햇살을 받아 눈에 확 띄었다.

그러나 몇 시간 뒤 페인트로 덧칠돼 사라졌다.

보로베이는 FAR 회원들은 이러한 행위가 시민들의 마음을 끌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전쟁에 무관심했던 이라도 이 포스터나 문구를 보고 난 뒤 전쟁에 반대하는 마음을 품게 될 수도 있지 않냐"는 것이다.

한편 러시아에서 이 같은 반전 운동을 펼치는 건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인권 단체들은 전국적으로 1만6000명 이상의 반전 운동가가 구금돼있다고 본다. 공개적으로 전쟁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은 아주 소스로, 목소리를 냈다간 체포되거나 일자리를 잃거나 학교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보로베이는 "(전쟁) 첫 주엔 반전 시위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미티야는 "그러나 가장 폭력적인 방법으로 진압됐다. 경찰들은 테이저건, 곤봉 등을 휘둘렀기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리고 경찰서에 끌려가면 고문을 당할 수도 있다. 정말 공포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이에 비해 러시아 당국은 자칭 우크라이나에서의 "특별 군사 작전"에 대해 자국민 대다수가 지지하고 있다면서 반전 운동가들을 박해한다는 주장을 부인한다.

그렇기에 러시아에서 반전 여론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하기란 매우 쉽지 않다. 당국 및 독립적인 연구 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약 70% 정도가 군사 활동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러시아와 같은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혹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에 시민들이 솔직한 답을 내놓지 못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러시아인이 낯선 이와 공개적으로 정치에 관해 이야기하기 꺼린다.

비탈리는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부터 3일을 제외하곤 지난 7개월간 매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비탈리(32)는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우리는 비탈리를 만나기 위해 러시아 서부 스몰렌스크로 향했다. 전직 항공기 엔지니어인 비탈리는 전쟁 발발 이후부터 스몰렌스크 중심가에서 매일 공개적으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7개월간 구금됐거나 장례식에 참석해야 했던 3일을 제외하곤 매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했다.

비탈리는 "왜 매일 밖에 나가 시위하냐고요?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비탈리는 체포된 적도 있으며 벌금을 선고받은 적도 있고, 심지어 무자비하게 구타당한 적도 있다. 그러나 비탈리는 멈추지 않았고 다른 이들에게 시위에 동참해달라고 설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영토 탈환에 속도 올리는 우크라이나

물론 아직 동참한 이들은 없다. 우리는 비탈리와 함께 시내 중심가로 걸어갔다. 중심가에 있는 전나무 밑이 바로 비탈리가 반전 문구를 들고 언제나 서 있는 곳이다.

"(이 시위를 통해) 변한 게 있냐고요? 아니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여기서 그만두지 않습니다. 지금 이렇게 무언가를 아직 할 수 있는 현재로선 환멸이 느껴지거나 그렇진 않습니다."

비탈리의 플래카드에는 러시아어로 '전쟁에 반대한다!'고 쓰여 있다. 그러나 '전쟁'을 뜻하는 단어의 처음 두 글자는 '**'로 가렸다.

왜냐하면 침공 직후인 지난 3월 러시아 연방 의회가 통과시킨 새로운 법에 따라 이번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 활동에 대해 '전쟁' 혹은 '침략'이라는 단어를 쓰면 불법으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이를 어길 시 감옥에 가게 될 수도 있다.

비탈리는 피곤한 목소리로 "공포를 느낀다"면서 "어떻게 이 공포에 맞서 싸울 수 있을지 해결책은 없다.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해한다. 자녀가 있고 직업이 있으니까 말이다. 러시아인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고 두려워하고 있다. 바로 이 부분, 어떻게 이러한 공포를 이겨낼 수 있을지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대화하는 동안 어떤 여자가 다가오더니 화가 난 듯 플래카드를 낚아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비탈리가 "돈을 받고 조국을 팔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탈리는 조심스럽게 조각을 집어 들더니 배낭에서 다른 플래카드를 꺼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항상 예비로 들고 다닌다고 했다.

스몰렌스크의 어느 전광판에는 "우리는 우리의 것을 버리지 않는다"는 문구와 함께 전쟁 찬성 문구인 'Z'가 그려져 있다

우리는 길거리 시민들에게 비탈리를 지지하는지 물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쟁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기 너무 두려워했으며, 이름을 밝히길 꺼려했다.

그런데 어느 여성은 비탈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옳은 일을 하고 있다. 우리의 승리는 완전하고 최종적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분명 스몰렌스크의 많은 주민들이 비탈리의 반전 입장을 지지한다. 몇몇 주민들이 잠시 멈춰서 비탈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악수하며 응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딸과 함께 있던 '키라'라는 이름의 어느 젊은 엄마는 우리와 대화하는 데 동의했다. 키라는 "비탈리를 지지한다"면서 "이번 전쟁은 매우 나쁘다. 러시아는 물론 그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비탈리는 지금까지 장기 징역형을 간신히 면했지만, 모두가 비탈리만큼 운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는 수도 모스크바에서 엘레나를 만났다. 엘레나는 아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했다. 엘레나가 보여준 아들의 방엔 체포된 이후부터 줄곧 아들의 흔적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아들이 보고 싶어요. 아들과 이야기하던 순간이 그리워요."

엘레나의 아들인 디마 이바노프(23)는 모스크바국립대학을 다니던 재능 있는 학생이었다. 이바노프는 인기 있는 SNS 채널을 운영하며 반전 게시물을 올렸다. 이에 지난 4월 체포돼 중대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바노프는 5~10년 형을 받을 위험에 처해있는데, 러시아에선 형사 사건의 99% 이상이 유죄 판결로 이어진다.

러시아 반전 시위자 디마 이바노프(왼쪽)가 변호사 마리아 아이스몬트를 만난 모습

지난 2월 군사 작전이 시작된 이후 정치운동가들 수백 명의 러시아를 떠났다. 엘레나는 "아들에게 떠나길 권했으나 아들은 언제나 거절했다"면서 "아들은 내게 '이곳이 조국입니다. 왜 제가 떠나야 하죠? 저는 조국의 상황이 발전하길 바랍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엘레나는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들이 감옥에 가길 원치 않았다 … 아들이 고통받고 있을 걸 생각하니 고통스럽다"고 했다.

국제적인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이바노프를 "양심수"로 규정했다.

엘레나는 아들이 재판을 기다리며 갇혀있는 구치소 환경이 열악하다고 했다. 아들이 보내온 편지에 따르면 이바노프가 머무는 감방은 "습하고 곰팡이가 끼었으며 화장실과 세면대는 망가진" 상태라고 한다.

러시아에서는 공개적으로 반전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아직 거의 없지만, 전쟁이 길어지고 사상자가 늘어나면서 러시아 당국은 반전 여론이 높아질 가능성에 대해 불안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푸틴의 침략에 항의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러시아인들 - BBC News 코리아

 

푸틴의 침략에 항의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러시아인들 - BBC News 코리아

"우리는 밤에 익명으로 조용히 만나 준비한다. CCTV로부터도 몸을 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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