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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하르키우 철수'가 푸틴 대통령에게 끼칠 영향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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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하르키우 철수'가 푸틴 대통령에게 끼칠 영향은?

CIA bear 허관(許灌) 2022. 9. 18. 10:31

우크라 전쟁이 발발한 지 6개월간이 지났지만 푸틴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 국영 TV의 대표 주간 뉴스 방송은 보통은 러시아군의 성공을 자랑하는 내용 일색이라고 짐작할 것이다.

그러나 일요일 방송은 이례적인 보도로 시작했다.

우울한 표정의 드미트리 키셀료프 앵커가 "[우크라이나 내] 특별 작전의 최전선에서 이번 주는 역대 가장 힘들었던 한 주"라고 보도한 것이다.

"특히 하르키우 전선에서 수적으로 우세한 적의 맹공으로 [러시아] 군은 기존에 해방했던 지역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러시아 측의 "해방하다"는 "점령했다"로 읽으면 된다. 즉 몇 달 전부터 북동부 하르키우주 지역을 점령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전격적인 반격으로 하르키우주 내 대부분 지역에서 철수한 것이다.

물론 여전히 러시아 관영 매체들은 자신만만한 태도이긴 하다. 하르키우주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후퇴"라고 지칭하지 않는다.

러시아 국영 신문사인 '로시스카야 가제타'는 신보를 통해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하르키우주의) 발라클레야, 쿠퍈스크, 이지움에서 불명예스럽게 달아났다는 소문을 일축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도망친 것이 아닙니다. 미리 계획된 (병력) 재편성입니다."

그러나 타블로이드 신문인 '모슈코프스키 콤소모렛'은 "우리가 적을 과소평가한 것은 이미 분명하다. [러시아군의] 반응 속도는 느렸고 그 결과 실패했다…이에 따라 우리는 패배했고, 아군이 포위당하지 않도록 철수시켜 손실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는 어느 군사 전문가의 다른 시각을 보도했다.

한편 이번 "패배"는 친러 성향 SNS 채널과 "애국적인" 러시아 블로거들의 분노를 촉발한 모습이다. 현재 이들은 러시아군이 실수를 저질렀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정부 수장 또한 이들 중 하나다.

카디로프는 "오늘이나 내일 (러시아군의) 전략에 변화가 없다면 난 러시아 국방부와 국가 지도부에게 현장 상황에 관해 설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상황이 흥미롭다. 충격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인 침공을 지시한 지 6개월이 넘었다.

개전 초기 러시아의 정치인, 평론가, 분석가들이 TV에 나와 크렘린궁이 '특별 군사 작전'이라고 부르는 이 전쟁이 며칠 안에 끝날 것이라고 했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한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러시아 군을 해방자로 맞이할 것이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카드로 만든 집처럼 우수수 무너져버릴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전쟁 발발 6개월 이상이 흐른 지금 러시아 군대는 기반을 잃고 있다.

그렇다면 중요한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이번 하르키우에서의 러시아의 패배가 푸틴 대통령에게 정치적 결과를 불러올까?

어쨌든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여 년간 러시아 엘리트층에서 승리자라는 명성을 누려온 인물이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을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도 언제나 빠져나갈 수 있는 천하무적의 인물로 내세웠다.

마치 탈출의 명수 마술사 해리 후디니의 러시아 버전처럼 말이다. 어떤 매듭이나 사슬에 묶여있든지 간에 푸틴 대통령은 항상 빠져나오곤 했다.

그러나 올해 2월 24일 이후 이 또한 바뀌었다.

지난 6개월간의 전력은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은 큰 오산이었음을 시사한다. 속전속결로 재빨리 승리하지 못한 러시아는 이제 길고 피비린내 나는 공세의 수렁에 빠져 패배를 거듭하고 있다.

권위주의적인 지도자에겐 내뿜던 무적의 기운이 사라지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역사를 반복하게 될까.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한 과거 러시아의 지도자들의 끝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일례로 러일전쟁에서의 패배는 1905년 러시아 혁명을 촉발했으며, 제1차 세계 대전에서의 군사적 실패는 1917년 혁명과 러시아 제국의 멸망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공개적으론 패자로 남을 의사가 전혀 없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12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러시아의] 특별 군사 작전은 기존에 정한 모든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또 다른 핵심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과연 푸틴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사실 러시아에서도 푸틴 대통령의 생각과 계획을 아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푸틴 대통령이 군과 정보국으로부터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받고 있는지에 크게 달려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2가지도 있다. 하나는 푸틴 대통령은 실수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유턴 즉, 거의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도 모스크바에서 관람차 개장식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 여유로운 모습이다

러시아 관영 매체의 보도를 살펴보면 이미 전투에서의 패배 원인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 탓으로 돌리려는 징후가 느껴진다.

러시아 국영 TV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가 반격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한편 몇 달간 계속 맴돌았던 불편한 질문을 하나 더 던져볼 수 있다. 만약 재래식 무기로 승리하지 못한다면 푸틴 대통령은 끝내 핵을 건드릴까.

불과 며칠 전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 총사령관은 "특정 상황에서 러시아군의 전술핵무기 사용에 관한 직접적인 위협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현재로선 크렘린궁 내부에서 공공연한 공포의 조짐이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러시아 국영 TV의 보도는 더욱 긍정적으로 들린다.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자국의 미사일 공격을 "특별 작전의 전환점"이라고 표현한다.

지난 10일 러시아가 점령지를 잃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우크라이나로부터 전해지고 있을 당시 푸틴 대통령은 편안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수도 모스크바에 새로 개장한, 유럽에서 가장 높은 관람차 개장식에 참석 중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 거대한 관람차처럼 이번 '특별 군사 작전'이 여전히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믿는 듯한 모습이다.

러시아의 '하르키우 철수'가 푸틴 대통령에게 끼칠 영향은? - BBC News 코리아

 

러시아의 '하르키우 철수'가 푸틴 대통령에게 끼칠 영향은? - BBC News 코리아

우크라 전쟁이 발발한 지 6개월간이 지났지만 푸틴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여전히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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