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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북한이 초대하면 가겠다'… '강대강' 국면에서 가능할까? 본문
프란치스코 교황이 북한이 초대하면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며 방북 의사를 직접 밝혔다.
그는 25일 KBS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북한을 방문해 한반도 평화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북한을 향해 "나를 초대해달라, 그러면 거절하지 않겠다. 초대를 받는 대로 갈 것"이라고 제안했다.
해당 인터뷰는 현지시간 24일 바티칸 바오로 6세 강당에서 진행됐다.
교황의 방북 의지는 그 동안 수 차례 여러 경로를 통해 전해진 바 있다. 교황이 이처럼 인터뷰를 통해 직접 방북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하고 방북을 제안했다.
당시 교황은 "북한이 초청장을 보내주면 평화를 위해 기꺼이 가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무력 강화 선언한 북한, 교황 초청할까?
전문가들은 교황의 방북이 현재로서는 시기상조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국가정보원 대북분석관을 지낸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는 BBC 코리아에 "북한처럼 종교를 박해하는 입장에선 정치적으로 교황 방북을 이용해 이해득실이 맞는 시기를 따질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교황의 방북은 원론적이고 선언적이며 도덕적인, 특히 평화적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문재인 전임 정부에서처럼 방북 발언에 집착해 현실 프로세스를 적용시키려 한다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대외 노선이 평화, 협상이라면 교황 카드를 이용해 평화 이미지를 내세우고 우회적으로 미국을 압박하는 등 정국을 돌파해 나가겠지만 지금처럼 강대강, 핵무력 강화, 정면 대결전을 선언한 상황에선 당장 교황의 방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기독교 전체를 상징하는 교황의 방북이 북한 사회에 미칠 영향, 협상 국면에서의 활용 카드 등을 저울에 달아보고 어느 정도 확신이 섰을 때 교황을 초청할 것"이라며 "미국과의 협상 국면에서 평화 이미지를 선전할 때 즈음이 북한 입장에서는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역시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김정은 위원장 역시 교황의 방북에 나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어느 정도 대화의 문이 열려야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교황 방북은 대화와 협상의 폭을 더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만큼, 적어도 북미간 대결 상황이 어느 정도 회복된 이후 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양 교수는 "코로나 국면이 국제사회에서 어느 정도 진정되는 것도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에게 '교황'은 어떤 의미?
북한은 그 동안 지속적으로 교황의 방북을 통해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고 정상국가의 지도자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홍보할 기회를 모색해 왔다.
교황 방북이 해당 국가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정통성을 인정받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도 1980년대 정두환 정권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문을 성사시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의원(국민의힘)은 자신의 책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1991년 한국과 소련, 중국의 외교관계가 개선되자 김일성의 명령으로 1991년 교황을 평양에 초청하기 위한 상무조가 편성됐다"고 밝혔다.
또 "김일성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북한에 오게 한다면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기대했다"고 전했다.
이후 김정일 위원장도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교황 초청 의사를 밝혔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종교의 자유가 없는 유일체제인 북한에서 종교성을 가진 '교황'이라는 상징적인 인물을 북한에 들인다는 것 자체가 도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려운 북한 내부 특성 자체가 교황방북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 이후 북한이 전통적 우호국이 아닌 다른 국가들과의 친선을 별로 강조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전만큼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교황 초청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미국의 저명한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1990년대 두 차례 방북해 김일성 주석을 만난 바 있다. 그레이엄 목사는 당시 김일성에게 성경을 선물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 '북한이 초대하면 가겠다'… '강대강' 국면에서 가능할까? - BBC News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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