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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속 길어지는 재택근무, 이대로 괜찮을까? 본문
오늘날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재택근무를 실험하고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벌어진 일이다. 그렇다고 앞으로의 업무 방식을 마련할 때 오늘날의 경험이 불필요한 것일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세계적으로 '위대한 재택근무'가 실험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생산성과 소통, 경계 등과 관련해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상황이 힘들어도 일을 할 수 있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이러한 경험들은 업무 방식에 대한 전세계적 논의를 촉발시킬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게 있다. 이번 재택근무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팬데믹 속에서 갑자기 시작된 터라, 이를 위한 준비나 지원도 부족했다.
식탁에서 일하기도 했고 일을 하다 자녀를 돌봐야 하는 때도 있었다. 거의 모두에게 재택근무 외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이 환경은 달라질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오늘날의 경험이 일반적인 재택근무를 대표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팬데믹 속의 재택근무가 상상 이상으로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팬데믹 속 재택근무는 최고의 사례가 될 수 없는가?
오늘날 우리가 불시착하듯 재택근무에 돌입하게 된 원인은 팬데믹이다. '정상적인' 상황이 되더라도 재택근무가 잘 돌아가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최적의 실험 조건은 아니라는 뜻이다.
마사 마즈네프스키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의 조직 행동 교수는 "우리 모두 '이 사회가 대체 어떻게 될까?'를 걱정했다"고 말했다. 사실 지난 18개월 동안은 많은 사람들에게 힘겨운 시간이었다. 건강에 대한 불안과 외로움, 지루함을 마주해야 했고, 일을 하면서 자녀들을 돌봐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새로운 업무 방식에 적응해야만 했다.
새로운 업무 방식의 예로 책상에서만 일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식탁 위에 책을 쌓아놓고 일하거나 침대에서 일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화상통화는 낯설고 많은 에너지를 소모시켰다. 그럼에도 바이러스에 감염될까봐 집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지금의 업무 방식과 재택근무에 대한 관점이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게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나 업종에 관계없이 지식 노동자들은 필수가 되어버린 재택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물론 이것이 팬데믹 기간에만 국한될 수도 있다.
사람들이 저마다의 일터로 돌아가면, 각자의 다양한 작업 방식에 따라 일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재택근무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이론화하기가 쉽지 않아질 것이다.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의 아니타 울리 교수는 "모두가 재택근무를 할 때는 그나마 나았다. 하지만 이제는 재택과 비재택 근무가 뒤섞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요즘에는 재택과 사무실 근무를 섞는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다보니 어떤 이들은 관계 구축과 협업, 기업 발전에 보다 효과적인 게 오피스 근무라고 생각하며, 재택근무의 불편함을 깨닫는 이들도 생겨나곤 한다.
물론 팬데믹 동안 평균적인 생산성이 높다거나 다른 기업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보인 기업에 대한 자료도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매일 집에서 녹초가 될 정도로 일한 것이 원인일 수 있다. 여가시간이 거의 없었고, 많은 사람들이 더 오랜 시간 일할 수 밖에 없었다. 통근시간이 줄어들었다 하더라고, 대규모 재택근무가 사람들의 생산성을 향상시켰다고 단언할 수 없는 이유다.
우리는 이상적인 재택근무의 상을 만들고 시작한 게 아니다.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즉 화상통화가 유일한 재택근무 방식이 아니라는 뜻이다.
때문에 팬데믹이 사라진 후 다시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을 때는 지금과는 다른 낯선 풍경이 펼쳐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전문가들이 팬데믹의 경험을 예외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지금 우리가 경험한 것들이 향후 재택근무에 대한 방향성을 수립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말한다.
마즈네프스키는 "지금 우리가 경험한 것을 그냥 무시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무시할 게 아니라, 어떤 경험과 교훈이 팬데믹 이후에 도움이 될지 가려내야 하지 않을까요?"
캘리포니아 스탠포드 대학의 경제학 교수 니콜라스 블룸은 팬데믹 이전부터 제기된 성공적인 재택근무의 "세 가지 황금 규칙"에 대해 말했다. 수면공간과 분리된 업무공간 확보, 초고속 인터넷의 사용,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인지할 수 있는 6개월 이상의 업무 경험 등이 그것이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세 가지 모두가 필수가 아니라는 것을 팬데믹이 증명했다. 우리는 팬데믹 속에서 힘겹게 재택근무를 이어갔고, 그 경험을 통해 앞으로 더 많은 걸 개선할 수 있다. 블룸은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근무가 "그 누구의 예상보다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설명하면서, 스마트폰을 사례로 들었다. 스마트폰을 처음 구입했을 때에는 정말 편리하게 느끼겠지만, 몇 년 뒤 최신 스마트폰을 접하게 되면 과거의 편리함은 잊게 된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도 비슷하다. 팬데믹 기간 동안 성공적이었던 부분을 반복하고, 부족했던 부분을 개선한다면 재택근무의 이상적 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블룸은 팬데믹이라는 불가항력의 상황이 없었다면 재택근무를 위한 기술적 도약이 불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 그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9월까지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재택근무를 지원하는 기술에 대한 미국 특허 출원 건수가 두 배로 증가했다. 심지어 "줌도 몇 달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한다.
케빈 존슨 HEC 몬트리올 경영대학원 경영학과 교수는 팬데믹이 아니었으면 오늘날의 대규모 재택근무 바람은 없었을 것이라 말한다. 그는 "앞으로 몇 달, 몇 주 동안 관리 시스템과 리더십 관점에서 통합된 결과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두 가지 관점 모두 설득력이 있다. 팬데믹의 경험은 재택근무에 대한 관점을 왜곡시켰지만, 이때의 나타난 경험이 미래를 위한 학습의 지점도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팬데믹 속 재택근무의 특수성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보통은 팬데믹에만 국한된 현상들이 이후에도 나타날 것이라 가정하기 쉽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다시 재택을 했을 때 생각과 다른 일이 벌어진다면, 이에 신속히 대처해야 할 것이다.
그 핵심은 소통과 유연성이다.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빠르게 확산되었다 해서, 이 조건이 영원히 유효하지는 않을 것이다.
팬데믹 속 길어지는 재택근무, 이대로 괜찮을까? - BBC News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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