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Pacific Region Intelligence Center
팡팡: '우한 일기'로 거센 비난 받은 중국 소설가...'침묵하지 않겠다' 본문
팡팡: '우한 일기'로 거센 비난 받은 중국 소설가...'침묵하지 않겠다'
CIA Bear 허관(許灌) 2021. 1. 24. 18:00
'중국 신사실주의 대표작가'로 불리는 팡팡(65)은 바이러스 발발 초기부터 우한의 참상을 글로 옮겼다. 내부에서는 민족주의적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그는 침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BBC 중국어 서비스와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팡팡은 "대재앙을 만났을 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조언을 하는 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월 말 우한이 세계 최초로 완전 봉쇄 상태에 들어갔을 때, 1100만 우한 시민들 상당수는 팡팡의 온라인 일기를 읽으면서 위안을 찾았다. 일기에는 코로나19가 처음 나타난 도시의 일상이 담겨있었다.
팡팡은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봉쇄 기간 개와 단둘이 있는 삶을 비롯해 중국 당국의 부실한 대응 등 어두운 측면도 글로 옮겼다.
일기는 처음엔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에는 '비애국적' 행위라고 평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BBC '올해의 여성 100인'으로 선정되기도 한 팡팡. 그는 비난 속에서도 왜 목소리를 낸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할까?
'생동감 있는 이야기'
팡팡은 '봉쇄 기간 동안 마음을 전하고, 상황을 돌아보기 위해' 일기를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기장에 세상으로부터 고립되는 것이 어떠한지, 죽음을 목격하며 느끼는 집단적인 고통과 슬픔은 어떠한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지역 당국을 보며 떠올리는 생각은 무엇인지를 적었다.
초반엔 국영 매체 중국신문사(CNS)가 "생동감 있는 내러티브, 실제 감정, 솔직한 스타일"이라고 평하기도 하는 등 팡팡의 일기는 중국 안에서도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일기가 국제적인 관심을 얻자 중국 내부 반응은 돌변했다.
일기가 영어로 번역돼 미국 하퍼 콜린스 출판사가 출간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비난은 극에 달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쓴 일기 60개 때문에… 당국은 나를 적으로 보는 듯합니다."
팡팡은 중국 언론들이 자신의 기사를 일절 게재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중국 출판사는 신작과 재인쇄본을 포함해 팡팡의 책 출간을 피하고 있다.
"작가에게 이건 매우 매우 잔인한 일입니다."
비난 쇄도
당국의 반대 외에도 사람들의 비난 세례가 시작됐다.
죽여버리겠다는 내용을 포함해 수만 건의 욕설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소셜 미디어에서 팡팡은 서방세계와 공모해 중국 국가를 공격하는 반역자로 지목됐다. 어떤 이들은 그가 미국 정보기관 CIA에게서 돈을 받고 일기를 썼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팡팡은 잔인한 공격에 놀랐고 혼란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사람들의 증오심을 이해하는 게 저로선 매우 어려웠습니다. 제 글은 객관적이고 표현도 부드럽습니다"
그가 언급한 이런 공격들은 1966~1976년 있었던 문화혁명을 떠올리게 한다.
문화혁명은 서구와 연결고리가 있는 사람들을 포함해 지식인들이 숙청된 시기다.
중국은 대외 이미지에 민감하다.
게다가 팡팡의 일기는 중국이 은폐 의혹으로 전방위적으로 국제적 압력을 받던 시기에 나왔다.
팡커청 홍콩 중문대 언론학과 교수는 팡팡에 대한 공격은 온라인 민족주의의 한 패턴을 따라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온라인에서는 민족주의 흐름이 주류가 됐고, 자유주의는 소외되고 있다"라며 "민족주의적 인터넷 이용자들은 매우 활동적이고 민족주의 트롤(폭력성 짙은 발언을 일삼는 인터넷 사용자)이 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온라인 민족주의가 정부 지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니까 당국은 암묵적으로 이를 승인하고 있지만, 너무 급진적으로 진행되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계급투쟁, 프롤레타리아 독재 등 문화혁명 당시 쓰였던 단어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는데요. 이는 중국 개혁이 실패와 퇴행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봉쇄 조치의 필요성
팡팡은 중국 당국이 우한에서 76일간 봉쇄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은 옳았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가 세계 각지로 확산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생각은 굳건해졌다. 이런 입장은 당시 일기에도 반영됐다.
그는 "봉쇄 조치는 바이러스 없는 우한에서 자유롭게 살기 위해 우리가 지불한 막대한 비용이었다"고 말했다.
우한에서는 지난 5월 이후부터는 현지 확진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당국은 무증상 건수는 공식 기록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만약 엄중한 조치가 없었다면, 우한의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됐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거의 모든 질병 통제 조치에 지지를 표명했었고요."
팡팡은 다른 나라들이 중국의 질병 통제 방식을 보고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발생 당시, 모든 모임이 금지됐고 전원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으며 주택단지에 들어가려면 보건 QR 코드도 필요했습니다. 이렇게 너무나 좋은 조치들이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무엇을 배웠나
당국이 중국 내 바이러스를 통제하긴 했지만, 초기 발병 처리 조사는 필요하다는 게 팡팡의 생각이다.
그는 "발병을 해결하기까지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가 무엇인지 철저한 조사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당국이 대체 왜 초반에 '이 바이러스는 예방 가능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는지 궁금하다는 것.
팡팡은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배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바이러스가 그렇게 널리 퍼지고 장기화 된 이유는 인간의 무지와 오만 때문입니다."
팡팡의 일기를 영어로 번역한 마이클 베리 교수는 "팡팡이 (비난으로부터) 평정심을 보이는 건,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지식에 근간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베리 교수는 "팡팡은 반체제 인사도 아니고 정부의 전복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우한 봉쇄 당시 자신이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기록한 개인"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경험을 통해 팡팡은 '팬데믹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라는 질문 외에 다른 의문을 떠올리게 됐다고 한다. 바로 '중국인들은 스스로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것이다.
지난 4월, 팡팡은 개인적으로 아픔을 겪었다.
봉쇄 기간 내내 늘 동행하던 16살 강아지가 그의 곁을 떠나게 된 것.
현재 팡팡은 자신의 글들이 다시 한번 중국에서 출판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으며, 후회는 없다고 강조했다.
"저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을 겁니다. 침묵할 필요도 없고요."
추가 취재: 라라 오웬
팡팡: '우한 일기'로 거센 비난 받은 중국 소설가...'침묵하지 않겠다' - BBC News 코리아
'Guide Ear&Bird's Eye59 > 영국 BBC'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임스탑: 헤지펀드와 개미들의 싸움에서 누가 승리했을까? (0) | 2021.01.30 |
---|---|
환경 오염: 화상 회의할 때 카메라를 꺼야하는 이유 (0) | 2021.01.26 |
이루다: AI 시대에 우리의 사생활은 지켜질 수 있을까? (0) | 2021.01.22 |
이재용 '국정농단' 징역 2년 6개월 실형… 법정구속 (0) | 2021.01.18 |
올해 G7 정상회의는 영국에서...한국도 초청 받아 (0) | 2021.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