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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내년 6월 정상회담 제의 가능성" 본문
MC: 여러분 안녕하세요. 박성우입니다. 오늘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에는 서울에 있는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최근 언론에 연일 보도되고 있는 남북 정부 간의 ‘물밑접촉’설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박성우: 오늘은 제가 국가안보전략연구소를 찾았습니다. 고영환 연구위원님, 안녕하세요.
고영환: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요즘 남북 당국 간 ‘물밑 접촉’ 이야기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15일 중국을 방문해서 한국의 고위급 인사를 만났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데요. 일각에선 이걸 ‘북한이 한국과 정상회담을 원하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지난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김기남 비서가 특사단으로 왔었죠.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고요. 외교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북한으로) 초청한 것만은 사실인 것 같아요. 그런데 외교적으로 초청하는 것도 김정일 위원장의 허락을 받지 않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그때부터 (물밑 접촉은) 시작됐다고 보이고요. 그다음에 지난 10월10일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중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김정일 위원장을 (평양에) 가서 만나보니까 남한과 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더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방금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김양건 통전부장이 15일부터 20일까지 베이징을 방문했죠.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부장이 베이징에 간 것 자체가 우연한 일은 아니죠. 그런데다가 (북한이)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을 ‘패당’이라고 부르고 ‘역도’라고 부르며 욕을 했는데, 이젠 ‘최고 당국자’라고 부르고 조금씩 비난의 수위를 낮추는 걸 봐서는 북한의 의도는 분명히 정상회담 쪽에 가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박성우: 연구위원님, 방금전에 얼핏 말씀하셨지만, 그간 북한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해 왔잖아요. 그런데 북한이 태도를 180도 바꿔서 이제는 ‘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는 쪽으로 선회한 이유는 뭐라고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통해서 핵 위력을 세계에 알렸다는 생각을 했고, 그다음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된 게 사실로 보여지고요. 더 중요한 건 2차 핵실험과 탄도 미사일 실험을 북한이 한 다음 굉장히 심한 대북 제재인 1874호가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됐는데, 이게 북한으로선 굉장히 아픈 거죠. 이걸 뚫어보려고 (북한이) 많은 애를 썼는데, 미국도 안 움직이고, 한국도 안 움직이고, 그런데 경제는 어려워지고, 또 중국까지도 제재에 가세하는 듯하니까, 지금 북한 외교의 총력은 대북 제재의 무력화에 맞춰져 있는 걸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남한과의 정상회담을 원한다는 건 우선은 유엔 제재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돌파구를 만들겠다는 게 하나의 목적으로 보이고요. 두 번째는 미국과 직접 잘 안되니까, 한국을 통해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서 미국으로 가는, 그러니까 서울을 거쳐서 워싱턴으로 가려고 하는 의도가 있는 걸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물론 경제적 이득을 좀 취하고 싶은 거죠.
박성우: 알겠습니다. 연구위원님, 한국의 일부 언론은 정상회담의 시점으로 ‘내년 6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그리고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고영환: 김일성 주석이 살아 있을 땐 7.4 공동성명이 일종의 성서, 아주 성스러운 선언이었는데요. 2000년 6월15일에 만든 6.15 공동선언은 김정일 위원장이 처음으로 만든 남북관계의 총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으로서는 성스러운 선언이죠. 그게 내년 6월15일이 되면 딱 10년이 됩니다. 북한은 항상 명분을 중시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그것을 (정상회담 일정을 6월로) 맞추면 자기네들로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위신도 올라가고, 또 선전하기도 좋고, 그러니까 6월로 제기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요. 그것이 아니라면, 일부 북한 전문가들이 ‘북한은 명분을 중시하는 나라니까, (정상회담을) 한다면 내년 6월에 하지 않겠냐’는 가설도 충분히 세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전자 쪽에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박성우: 그런데 정상회담이 열리려면 서로의 조건이 맞아야 될 텐데요. 한국이 생각하는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이 있잖아요. 그게 뭔지에 대해 설명을 부탁합니다.
고영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북한의) 비핵화 의지입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이제까지 비핵화를 하겠다고 하면서 여러 번의 합의를 많이 만들었는데, 외부로부터의 지원은 계속 받아내면서 계속해서 자기네들은 비밀리에 핵개발을 해 왔지요. 1차 핵실험, 2차 핵실험까지 했는데요.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에 이야기 했습니다. ‘이젠 회담을 위한 회담은 안 하겠다’. 이건 남과 북에 서로 이득이 되는 회담을 하겠다는 뜻이죠. 다시 말해서 북한은 위험스러운 핵무기를 폐기하고, 남한은 북한 인민의 생활이 좋아지도록, 정말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경제를 한 단계 높여주는, 그렇게 남과 북이 이득이 되는 회담을 하겠다는 거죠. 여기에 좀 덧붙여 말하면, 장소의 문제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례를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에 갔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양에 갔습니다. 두 번 다 평양에서 했는데요. 사실 정상외교라는 것은 한 번 가면 한 번 와야 합니다. 이건 세계적으로 합의된 약속입니다. 그러니까 이번엔 그래도 한 번은 한국으로 오는 게 맞는 것 아니냐, 이렇게 두 가지가 (한국이 제시하는) 전제 조건일 수 있습니다.
박성우: 짧게 한 가지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정상회담의 장소를 만약 한국으로 한다면, 김정일의 입장에서 이걸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일단 자신의 생각에는 ‘안전’ 문제가 걸릴 것 같은데요.
고영환: 박 기자님이 정확하게 짚으셨는데요. 북한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신변 안전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없습니다. 그건 북한이 최고로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는데요. 서울 같은 경우는, 사람도 대략 천만 명 정도 되고, 보수층도 있고 하니까 위험하다고 보는 거죠. 그리고 만약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에 온다면, 최고 지도자의 활동이기 때문에 서울의 모습을 TV로 찍어서 북한에 방영해야겠는데, 그렇게 하면 남한 사람들의 생활 면모…. 그러니까 ‘못산다’고 했는데, ‘저 사람들 옷 입고 다니는 거나 식당, 건물, 자동차를 보니 괜찮네, 정말’ 이렇게 되는 건 북한의 선전과 맞질 않으니까, 북한으로선 부담스러운 거지요. 그렇지만 한국에서 꼭 해야 한다면 제주도 같은 곳이 개인적으로 (좋다고 봅니다). 왜냐면 제주도는 섬이니까 일단 안전성이 보장되는 거죠. 그리고 (제주도는) 경제발전보다는 자연 보존을 기본으로 하는 섬이니까…. 자연경관은 북한에도 좋은 곳이 많거든요. 그래서 제주도로 정하면 김정일 위원장도, 북한 지도부도 응할 수 있지 않겠나, 이런 게 고려 사항이 될 수 있습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여쭤보겠습니다. 정상회담을 하게 되면 6.15와 10.4 선언을 어떻게 처리할 건지도 문제가 될 듯한데요. 한국과 북한의 입장이 상반되지요?
고영환: 그렇죠. 북한은 핵문제는 ‘한국은 빠져라, 우리는 미국과 하겠다’고 말하죠. 북한이 갖고 있는 핵을 미국을 상대로 사용할 일은 거의 없거든요. 사실은 한국을 반대해서 사용할 수 있는 거라고 보면, 한국으로서는 북핵의 폐기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거든요. 북핵 폐기가 정말 되거나, 아니면 정말 진정한 폐기를 위한 의지를 보이면, 한국은 10.4 공동선언에서 약속했던 것보다 더 크게, 정말 북한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고, 북한 경제가 정말 한 단계 확 뛰어오를 수 있도록 대대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게 한국의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북한의 생각과 남한의 생각은 이렇게 차이가 있어요.
박성우: 네, 알겠습니다. <시사진단 한반도> 오늘은 여기 까집니다. 다음 주에도 고영환 수석연구위원님과 함께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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