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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축구- 박지성 동점골..값진 무승부 본문
(테헤란=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박지성이 11일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년남아공월드컵 아시아예선 한국 대 이란전에서 헤딩 동점골을 터뜨린 뒤 김동진 등과 환호하고 있다.2009.2.11 zjin@yna.co.kr |
(테헤란=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한국 축구가 험난한 이란 원정에서 35년 만에 첫 승전보를 전하지 못했지만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천금 같은 동점골로 값진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1일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아시아지역 B조 최종예선 4차전에서 후반 13분 자바드 네쿠남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후반 35분 박지성이 동점골을 뽑아내면서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로써 한국은 B조에서 2승2무(승점 8)를 기록해 북한(2승1무1패.승점 7)을 제치고 B조 선두를 지켰다. 앞서 벌어진 경기에서는 같은 조의 북한이 문인국의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사우디아라비아를 1-0으로 물리쳤다. 반면 이란은 3위(1승3무.승점 6)로 밀렸다.
한국은 또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 0-2 패배부터 35년 동안 이란 원정에서 1무2패만을 기록했던 `무승 징크스' 탈출에 실패하면서 역대 A매치 상대전적 8승6무8패의 호각세를 유지했다. 지난 2007년 11월 출범한 허정무호는 첫 평가전 상대였던 칠레에 0-1로 덜미를 잡히고 나서 19경기 연속 무패(8승10무1패) 행진을 이어간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박지성은 이날 동점골을 뽑으면서 A매치 통산 10호골을 완성했다. 박지성은 지난해 10월15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최종예선 2차전 홈경기 4-1 완성 때 결승골을 터뜨린 이후 4개월여 만에 득점포를 가동하며 힘겨운 무승부에 앞장섰다.
허정무 감독은 이근호와 정성훈을 투톱으로 세웠다. 이근호의 파트너로 그동안 실험해왔던 정조국 대신 장신을 이용한 포스트플레이에 능한 정성훈을 낙점한 것이다.
또 좌우 날개는 `캡틴' 박지성과 이청용이 맡고 중앙 미드필더로 기성용과 김정우가 호흡을 맞췄다. 허벅지 뒤쪽 근육(햄스트링)이 좋지 않았던 기성용과 발목 부상에서 회복된 이청용이 힘이 보탰다.
포백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이영표-강민수-조용형-오범석이 늘어섰고 `거미손' 이운재가 변함없이 대표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수비진은 중앙수비수 이정수 대신 강민수가 들어간 걸 빼고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해외파 5명 중 김동진과 박주영을 제외한 3명을 선발로 기용한 허정무호는 초반에는 강한 공세로 나선 이란에 고전했다.
2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종전 46위에서 44위로 두 계단 오른 중동의 `강호' 이란은 한국(46위)을 상대로 초반 주도권을 잡으려는 듯 파상공세를 펼쳤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오사수나에서 뛰는 마수드 쇼자에이가 오른쪽 측면을 수차례 돌파한 뒤 문전을 위협했다. 쇼자에이는 경기 시작 1분 만에 오른발 인사이드 슈팅으로 포문을 열고 이후에도 수차례 문전을 파고들어 득점을 노렸다. 수비수 조용형과 오범석이 두 차례 위험지역에서 공을 간신히 걷어내는 아찔한 순간을 연출했다.
한국은 크로스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장신 공격수 정성훈마저 수비수를 끌고 다니고 헤딩으로 공을 떨어뜨려 주는 역할을 못해 이렇다 할 공격 기회를 잡지 못했다. 전반 37분 왼쪽 프리킥 찬스에서 기성용이 날카롭게 올린 크로스를 강민수가 헤딩을 했지만 템포가 늦어 공이 그대로 공중으로 떴다.
해발 1천m가 넘는 고지대 환경과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9만여 이란 홈팬들의 소음에 적응한 한국이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전반 38분에는 기성용이 오른쪽 미드필드 지역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기습적인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골키퍼 메디 라마티가 간신히 펀칭으로 막아냈다.
허정무 감독은 이어 전반 막판 제공권 다툼에서 밀린 정성훈을 빼고 `왼발 달인' 염기훈을 투입해 변화를 줬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염기훈의 날카로운 슈팅과 측면 돌파로 활로를 뚫겠다는 승부수였다.
염기훈은 허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전반 42분 오른쪽 미드필드 지역에서 대포알 같은 왼발 중거리포를 날려 골키퍼 라마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라마티는 빨랫줄 같은 강한 슈팅에 몸을 날려 간신히 쳐냈다.
후반 들어서도 한국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지만 이란이 결정적인 기회를 살려 한국의 골문을 먼저 얼어 젖혔다.
후반 6분 박지성이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파울을 얻어냈으나 염기훈의 프리킥은 수비벽에 막혔다.
수세에 몰렸던 이란이 후반 13분 자바드 네쿠남의 그림 같은 프리킥 골로 1-0 리드를 잡았다. 네쿠남은 호세인 카에비가 김정우의 파울로 왼쪽 페널티지역 왼쪽 외곽에서 프리킥을 얻어내자 키커로 나서 오른발로 감아찼다. 공은 수비벽 위로 날아가 왼쪽 골문 상단을 꿰뚫었다. 골키퍼 이운재는 방향을 예측하고 손을 뻗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한국은 2분 뒤 오른쪽 엔드라인까지 파고든 박지성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이근호가 몸을 날려 헤딩으로 연결했으나 공은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 올랐다. 아쉬운 골대 불운이었다.
0-1로 승부가 굳어지는 듯했던 위기 상황에서 한국을 구해낸 건 `캡틴' 박지성이었다. 박지성은 후반 35분 기성용이 아크 정면에서 강하게 찬 프리킥 슈팅을 골키퍼 손을 맞고 나오자 문전으로 쇄도하며 몸을 헤딩으로 마무리해 극적인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패배 위기에서 나온 천금 같은 득점포였다.
박지성은 3분 뒤 박주영(AS 모나코)과 임무를 교대하고 그라운드를 내려갔고 양팀은 공방을 펼쳤지만 추가골을 뽑지 못하면서 1-1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hosu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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