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납치 문제, 여전히 북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의 중요한 변수
2007.08.30
워싱턴-김연호 kimy@rfa.org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입장과 관련해 힐 차관보가 언급한 발언의 의미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문) 이번 북미 실무그룹 회의에서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빠지기 위한 조건들을 논의하겠다, 이렇게 힐 차관보가 밝혔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힐 차관보는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빼줄 뜻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물론 분명한 조건이 있습니다. 북한의 핵폐기인데요, 힐 차관보는 북한이 핵폐기를 위해 어느 정도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이번 북미 실무그룹 회의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북한은 핵폐기 2단계 조치인 핵개발 계획의 신고와 핵시설 불능화에 대한 정치적 대가로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빼주고 대 적성국 교역법 적용도 끝내라고 요구해 왔습니다. 힐 차관보의 발언은 북한이 이런 요구를 하기에 앞서 해야 할 일들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는 일본인 납치 문제와도 맞물려 있지 않습니까? 일본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을텐데요.
(답) 그렇습니다. 북한이 현재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있는 주된 이유는 일본인들을 납치하고 테러범인 일본 적군파 요원들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힐 차관보는 기자 간담회에서 일본측과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미국과 일본의 동맹 관계가 강화되는 쪽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힐 차관보의 발언 가운데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이 있습니다.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주는데 일본인 납치 문제가 역할을 하냐는 질문에 그렇다 혹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대답하기를 거부했습니다. 미국이 뭔가 여지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는데요,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Klingner) I think the wording was sort of vague.
클링너 연구원의 말은 힐 차관보의 발언이 다소 불분명했다는 겁니다. 일본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일본인 납치문제가 해결돼야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줄 수 있다는 미국의 입장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문) 일각에서는 미국이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해서 일본과 북한을 중재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답) 네, 케네스 퀴노네스 전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이 최근 자유아시아방송과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인데요. 일본과의 동맹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방법을 미국이 찾고 있다는 겁니다. 퀴노네스 전 북한 담당관은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조건으로 북한이 일본 측에 납치문제와 관련해 뭔가 상응 조치를 취하는 방안에 대해 이미 공식적인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북한 측이 적군파 요원을 일본에 넘겨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겁니다.
(문) 일본인 납치 문제는 결국 일본과 북한이 직접 해결해야 할텐데, 양측의 입장차이가 아직도 큰 것 같아요.
(답) 그렇습니다. 일본과 북한은 지난 3월 양국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다 성과 없이 회의를 마쳤습니다. 북한은 일본인 납치 문제가 이미 마무리 된 사안이라는 입장이고, 일본은 북한이 의혹을 해소하지 않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2년 13명의 일본인을 납치했다고 인정한 뒤, 이 가운데 다섯 명을 일본에 돌려보냈고, 나머지 여덟 명은 이미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여덟명이 사망했다는 북한측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