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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피랍 한국여성들, 왜 ‘히잡’ 썼을까 본문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에 피랍된 한국인 23명. 이들이 출국 전 공항에서 찍은 사진 속 남자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환하게 웃는 얼굴, 그리고 코 밑과 턱에 거뭇하게 자란 수염.
이들이 속한 경기도 분당 샘물교회 관계자는 “아프가니스탄 현지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싶다며 남자 7명이 모두 떠나기 1~2개월 전부터 수염을 길렀다”고 전했다. 갑상선암을 앓고 난 뒤 새 삶을 봉사에 바치고 싶어한 유경식(55)씨, 평생 오지에서 남을 돕는 삶을 꿈꾸던 제창희(38)씨, 장애인을 제 몸처럼 돌봤던 고(故) 심성민씨의 얼굴엔 일부러 기른 수염이 뚜렷하다. 수염 자라는 속도가 느렸던 고(故) 배형규 목사, 서경석(27)씨도 코 밑과 턱에 거무스름한 흔적이 보인다. 사진에 찍히지 않은 고세훈(27)·송병우(33)씨도 마찬가지였다.
- 아랍 위성방송 알 자지라는 피랍 한국인 여성인질 4~5명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30일 밤(현지시간) 독점 공개했다. 이 화면에 공개된 여성인질은 히잡을 쓴 채 매우 지쳐 보였다. /알자지라 방영 동영상 캡쳐.
한국인 봉사단 23명이 피랍된 지 3일로 16일째. 이들이 아프가니스탄 사람들과 동화되기 위해 노력했던 모습들이 하나 둘씩 알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알자지라 방송에 공개된 여성 인질들에게도 공통점이 발견됐다. 임현주(32), 한지영(34), 유정화(39), 이정란(33), 안혜진(31)씨 등으로 확인된 이들은 모두 머리에 ‘히잡’(이슬람 여성들이 머리에 쓰는 천)을 두르고 있었다. 이 복장은 봉사단 스스로 미리 준비했거나, 현지에서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 봉사 준비를 곁에서 도왔던 교회 친구 서모(38)씨는 “얼굴에 두를 수 있는 스카프는 각자 준비해 갔고, 온몸을 감싸는 이슬람 전통 옷도 현지에서 직접 마련하기로 돼 있었다”고 말했다. 남성용 옷과 머리에 쓰는 ‘터번’(이슬람 교도나 인도인이 머리에 둘러 감는 수건)도 함께 준비했다고 한다.
샘물교회에 따르면 지난 4월 초 결성된 봉사단은 현지로 떠나기 전 약 3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쳤다. 이들은 매주 2~4시간씩 모여 이슬람문화와 아프간 언어를 집중 공부했다. 북부지역에서 쓰는 ‘다리어’뿐 아니라 남부지역에서 쓰는 ‘파슈툰어’도 함께 익혔다. 지난달 28일 육성이 공개된 유정화씨가 영어와 함께 서툰 다리어를 구사할 수 있었던 건 이때의 공부 덕이다. 이들은 “가족 중심 사회인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가족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아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현지어로 가족을 소개하는 말을 준비하기도 했다. 이들은 “아이들과 여성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자”며 자비(自費)를 털어 학용품과 샴푸·액세서리 등을 사갔다.
교회 친구 서씨는 “납치되기 전 현지 시장에서 민소매 차림으로 다니는 한국인이 있었다”는 일부 외신 보도에 대해 “여성 신체 노출이 금기사항이라는 걸 익히 알고, 일반 옷은 출·입국 때 입을 것 한 벌 정도만 가져간 이들이 그랬을 리 없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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