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빚’, 향후 남북러 협력에 걸림돌 될 수 있어

북한이 냉전시대 때 구 소련 즉, 러시아에 갚지 않은 미화 80억 달러의 빚이 향후 남한과 북한, 러시아의 협력관계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러시아 전문가들이 전망했습니다.

우선 어떻게 이런 얘기가 나온 겁니까?

이같은 얘기는 남한의 한국국제교류재단과 러시아외교아카데미가 28일부터 이틀간 서울서 가진 토론회에서 나왔는데요, 토론회에 참석한 주한러시아대사관 공사와 러시아외교아카데미의 아태연구소 소장, 그리고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소장 등은 북한이 안고 있는 빚이 북한과 러시아, 나아가 남한과 북한, 러시아의 산업과 경제협력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빚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한이 빚을 값겠다는 의사는 있나요?

현재 북한이 진 빚은 약 8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는데요,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러시아대사관 공사는 러시아와 북한의 재무관련 대표들이 여러 번 채무 조정회의를 가졌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블라디미르 리 러시아외교아카데미 아태연구센터 소장도 북한은 정확한 규모의 채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러시아와 북한 재무부는 2007년 말까지 외채에 대해 계속 상의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진전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빚을 갚기 전에 러시아와 북한간의 경제협력 전망도 회의적이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티모닌 주한러시아대사관 공사는 러시아는 법적으로 채무 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나라에 대한 재정 지원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도 그런 나라 가운데 하나라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가까운 시일 내로 이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지만 현재 북한 시장에 투자하려는 러시아 기업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산업시설 현대화에 참여하기는 현재로선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티모닌 공사는 설명했습니다. 리 러시아외교아카데미 소장도 북한이 채무 미화 80억불을 인정해야만 러시아와의 협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토론회에선 러시아가 남한에 지고 있는 빚을 북한의 채무와 연계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고요?

네. 이 날 포럼에 참석한 엄구호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소장은 남한과 북한, 러시아의 3각 협력이 본격화될 경우 러시아가 남한에 지고 있는 빚과 연계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는 현재 남한에 대해 지고 있는 채무에 대해서는 소극적인데요, 쉽게 말해 러시아가 남한에 진 빚을 값지 않고 대신 이 돈 액수 만큼을 북한 채무 80억달러에서 제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게 엄 소장의 분석입니다.

그럴 경우 향후 러시아와 남한과 북한을 이어주는 대륙철도 사업에도 채무관계가 영향을 미칠 것 같네요?

그렇습니다. 비슷한 우려를 엄 소장이 제기했습니다. 비단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의 연결 문제뿐이 아닙니다. 엄 소장은 북한에 대한 전력지원 등을 위한 남한과 북한, 러시아의 세 나라간 협력 시 비용문제를 논의할 경우 러시아의 채무를 북한 채권과 서로 연관 짓는 제안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남한 정부는 철저히 준비를 해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가 남한에 지고 있는 채무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남한은 1991년 북방외교를 추진하면서 경제협력 차관이라는 이유로 러시아에 미화 14억 7천만 달러를 구 소련에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구 소련 즉, 현재의 러시아는 전차와 장갑차 등으로 일부만 현물로 갚은 뒤 나머지 채무에 대해선 갚는 것을 미루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