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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FTA’ 색깔 선명한 민노당 ‘재도약 기회’ 최대 피해 농민·노동자 연대강화 중도세력까지 옮겨올 땐 ‘세 확산’ 본문

-미국 언론-/아시아뉴스

반FTA’ 색깔 선명한 민노당 ‘재도약 기회’ 최대 피해 농민·노동자 연대강화 중도세력까지 옮겨올 땐 ‘세 확산’

CIA Bear 허관(許灌) 2007. 4. 8. 08:02
반FTA’ 색깔 선명한 민노당 ‘재도약 기회’
최대 피해 농민·노동자 연대강화
중도세력까지 옮겨올 땐 ‘세 확산’
보수입김 더 커져 ‘고립’ 부담감도
한겨레  
» 민주노동당의 한-미FTA 반대 활동
민주노동당이 새로운 도전의 출발점에 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민주노동당에는 정치적 시련이자 도약의 기회다. 에프티에이 협상이 타결된 지난 2일,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26일간의 청와대 앞 단식농성을 접으면서 “협상 타결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싸움의 시작일 뿐”이라고 외쳤다. 정치권에서 한-미 에프티에이에 분명하게 자기 색깔을 드러낸 건 민주노동당뿐이다.

민주노동당은 12월 대선도 ‘에프티에이 대선’으로 치르겠다는 생각이다. 에프티에이 찬반을 중심으로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주도해, 내년 4월 총선에서도 약진한다는 게 민주노동당의 야심찬 목표다. 여권은 지리멸렬하고 한나라당이 강한 현 정치상황은 민주노동당 앞날에 희망과 한계를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올해 대선은 ‘FTA 대선’”

민주노동당은 지난해 2월 정부의 협상 개시 선언 이후 다른 정당들이 모호한 태도를 보일 때, 가장 일관되고 선명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해 4월 정부의 ‘한-미 에프티에이 체결시 경제적 효과’ 연구보고서의 조작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해 반대여론에 불을 붙인 것도 민주노동당이었다.

최근에는 협정 반대파 의원 50여명의 모임인 ‘한-미 자유무역협정 졸속타결 반대 비상시국회의’ 구성을 주도했고, 청문회·국정조사·국민투표 실시 요구에도 앞장서고 있다. 협상 타결 뒤 민주노동당은 에프티에이를 비판하는 내용의 보도자료와 논평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권영길·노회찬·심상정 의원 등 당내 대선 주자들의 일정표는 온통 에프티에이 반대 토론, 언론 인터뷰, 강연 등으로 빼곡하다.

민주노동당은 시민사회진영이 결합한 ‘한-미 에프티에이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와 함께 협정이 공식 체결되는 6월 말까지는 체결 반대 운동을, 그 이후에는 국회 비준동의 반대 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민주노동당이 반대 투쟁에 당력을 총동원하는 것은 이 문제가 정체성, 노선, 지지기반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김형탁 대변인은 “한-미 에프티에이는 미국으로의 경제적 종속이며, 완벽한 신자유주의 체제로의 전환”이라고 규정했다. 당 지지기반인 농민과 노동자 계층은 한-미 에프티에이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집단이기도 하다. 심상정 의원은 “서민정당,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노동당에게 한-미 에프티에이는 피할 수 없는 도전”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미 에프티에이가 올해 대선의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기에 민주노동당은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권영길 의원단 대표는 “대선에서 한-미 에프티에이를 주된 의제로 내걸고, 그것을 국민들에게 선택의 조건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이 ‘한-미 에프티에이 반대’를 전면에 내걸고 치를 12월 대선에서 2002년 득표(96만표)를 뛰어넘는다면, 곧바로 이어질 4월 총선에서도 2004년 성적(10석)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노회찬 의원은 “대선 성패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는 교섭단체(20석 이상) 구성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대선에서 초라한 성적에 그치면, 이런 전망은 ‘꿈’에 그친다.

» 민주노동당의 지지율 추이

위기인가, 기회인가

민주노동당 안에는 한-미 에프티에이가 ‘기회’라는 의견이 많다.

심상정 의원은 “에프티에이 문제에는 찬성과 반대만 있을 뿐 중간지대는 설 자리가 없다. 정치판이 (에프티에이에 찬성하는) ‘범한나라당’과 (반대하는) ‘범민주노동당’ 구도로 짜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탁 대변인은 “중도를 표방하는 세력이 한-미 에프티에이를 계기로 민주노동당 쪽으로 옮겨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에프티에이 찬반으로 명확해진 보수 대 진보 구도에서 민주노동당이 진보진영의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이다. 실제로 민주노동당 간부가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된 사건(일심회 사건) 이후 지난해 11월 감소세를 기록했던 당원 수는 에프티에이 논란이 달아오른 2, 3월 300명 이상씩의 순증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쉽지 않은 싸움이다. 우선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 한-미 에프티에이 타결 전까지는 팽팽했던 찬반 여론이, 타결 뒤 찬성 50~60%, 반대 30~40%로 찬성이 훨씬 높아졌다. 싸움의 상대인 정부는 모든 정보와 홍보수단을 쥐고 있고, 대다수 언론도 장밋빛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한귀영 연구실장은 “현재의 찬성 여론은 협상 내용과는 상관없이 ‘지난한 과정 끝에 어쨌든 해결했구나’라는 성과에 대한 평가”라며 “협상 내용이 공개되고 협상 반대 쪽이 국민 정서를 어떻게 파고드느냐에 따라 여론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노회찬 의원은 “(앞으로) 구체적으로 밝혀질 협상 결과를 근거로 노동자, 농민들의 일자리 상실과 국민건강권 침해 가능성이 농후한 한-미 에프티에이 비준 동의를 막아낼 수 있다”고 별렀다.

그럼에도 위험 부담은 크다. 반대 투쟁이 여론의 힘을 얻지 못하면 당의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성희 부대변인은 “‘반신자유주의’로 좌우 전선이 선명해진다는 것만으로 민주노동당이 유리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자유주의 세력이 더 거대해져 한국 사회에서 진보 진영의 공간이 좁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미 에프티에이는 민주노동당에는 2004년 원내 진출 이후 맞는 최대의 도전이다. 고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민주노동당이 단순히 한-미 에프티에이의 ‘안티(반대) 세력’으로만 남는다면 대선에서 일정 부분 이득을 보는 정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반대의 명확한 근거와 대안을 갖고 대중을 어떻게 설득해 나가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은 그간 쌓아온 정보력과 대중 설득력, 대안 제시 능력 등 모든 역량을 동원해 일합을 겨루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거대한 싸움판에 선 것이다.

황준범 조혜정 기자 jaybee@hani.co.kr

» 민주노동당의 의원, 당직자 및 당원들이 한-미자유무역협정 타결 다음날인 지난 3일 오후 국회 본관 앞에서 협정 타결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