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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말라리아 위험 증가'...남북 공동방역 필요할까?
CIA bear 허관(許灌) 2024. 8. 10. 08:23
"남북 휴전선이 있지만, 모기나 맷돼지는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데 문제가 없어요. 남쪽에서만 열심히 방역한다고 전염병이 퇴치되지 않아요. 남북이 공동으로 방제를 해야합니다."
2008년부터 악 4년간 경기도와 함께 말라리아 남북 공동방역을 실시한 민간단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홍상영 사무총장은 남북 간의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모든 교류가 중단되면서, 남북 공동방역으로 예방할 수 있는 전염병 피해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최근 한반도 기온이 상승하면서 말라리아 발생 위험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전염병 중 하나가 됐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7일 전국에 말라리아 경보가 발령됐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30∼31일 파주시에서 채집한 말라리아 매개모기에서 삼일열말라리아 원충이 확인돼 전국에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했으며, 올해 매개모기 일평균 개체수가 전년대비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말라리아는 정부의 말라리아 근절사업이 성과를 거두면서 1970년대 후반 이후 발생 보고가 없었다. 그러던 1993년 DMZ(비무장지대) 인근에서 군복무 중이던 군인이 말라리아 환자로 판명되며 재발생이 확인됐다.
DMZ는 출입이 제한되고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자연 생태계가 잘 보존된 지역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오랜 기간 방제되지 않아 말라리아를 매개하는 모기 및 다양한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으며, 습지가 많은 지형 특성상 매개체의 번식이 용이해 감염병 전파 위험이 높다.
실제 말라리아 지역별 발생 현황을 보면 올해 DMZ와 인접한 경기도가 말라리아 전체 발생 사례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9년에 DMZ 부근 군부대와 파주 통일촌 등 국경인접지역에서 주로 검출되던 말라리아 양성모기가 2020년에는 김포 사우동과 같은 비교적 DMZ와 거리가 먼 지역까지 남하하는 양상이 확인됐다.
한국은 말라리아 안전국가가 아닌 '말라리아 발생국가'로 분류되며, 말라리아 전파에 대한 경각심과 방제 노력이 더욱 필요해진 상황이다.
한국과 북한, 말라리아 발생에 '서로 영향'
질병청이 발간한 '최근 5년간(2018–2022년) 국내 말라리아 발생 및 환자관리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576명)부터 2021년(294명)까지 말라리아 감염자는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2022년도(420명)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747명으로 급증했다.
그리고 세계보건기구(WHO)가 발간한 '세계 말라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8년(3698명)부터 2020년(1819명)까지 말라리아 감염자가 줄어들다가, 2021년도부터 2000명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홍 사무총장은 "한국 말라리아 환자 발생이 북한에서의 말라리아 환자 발생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남쪽뿐만 아니라 북쪽도 개성 등 DMZ 인근 지역에서 말라리아 환자가 주로 많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접경 지역에서의 말라리아 발생은 남북한 모두에 동시다발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한국 내 말라리아 감염자 증가가 모기의 살충제 저항성 강화와 기후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여선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열대의학교실 교수는 한국 모기 매개체가 방역에 견딜 수 있는 살충제 저항성이 더 높아져 퇴치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매개체 모기를 직접 배양한 결과, "말라리아 매개 모기의 번식은 기후, 날씨, 습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DMZ에서 작년에 환자 수가 급증한 것과 관련해 증가하는 강수량에 따른 매개 모기의 번식에 대비해 철저하고 정밀한 대응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염병 예방에 남북 공동방역은 효과적'
한편 북한은 기본적인 수의방역 시스템이 부족하고, 약품 및 소독 시설이 미비해 질병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2011년에 탈북한 북한의 수의직 공무원 출신 농업 전문가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북한의 방역 시스템에 대해 "북한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 방역 사업을 하다 탈북해 한국에 온 후 한국의 방역 수준, 소독약, 다양한 약재, 그리고 기술적 노하우가 매우 뛰어난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남북의 경제적, 인명 손실을 막기 위해선 북한 당국이 다른 건 몰라도 질병 방역과 관련해서 협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건 사람 생명과 관련된 거잖아요. 가축과 사람에게 모두 엄청난 경제적, 인명 손실이에요. 사상이나 이데올로기를 떠나서 남북이 꼭 방역을 협력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라리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가축질병을 지속적으로 통제하려면 남북 공동방역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감염병관리과 관계자는 BBC에 "현재는 남북관계가 좋지 않아 (남북 공동방역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과거 말라리아 남북 공동방역 효과가 실제로 좋았다"며 "남북 공동 방역이 재개된다면 감염 감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밝혔다.
최민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열대의학교실 교수도 "말라리아는 어느 한쪽의 문제가 아닌 남북한 공동의 보건문제라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쪽이 전염병을 관리해서 없앤다 해도 다른 한쪽에 존재하고 있으면 다시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남북이 잘 협력해서 함께 퇴치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질병청 관계자 또한 남북 공동방역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할 수만 있다면 좋다"고 답하며 남북 공동방역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했다.
다만 말라리아는 수칙만 잘 지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으니 예방수칙을 준수하는 걸 권고한다고 전하면서, 2030년까지 국내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제2차 말라리아 재퇴치 실행계획'을 세워 환자 감시 및 위험관리와 매개모기 감시 및 방제를 강화"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과거 남북 공동방역 성공 사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경기도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말라리아 남북 공동방역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2008년 3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경기도가 말라리아 남북 공동 방역사업에 대한 합의서를 처음 체결했다. 그리고 공동으로 대표단을 구성해 2008년 5월에 개성을 방문했다.
대표단은 개성 지역에 방역 트럭 7대, 차량용 분무기 7대, 수동식 분무기 100대, 살충제 1500리터 등 공동방역 지원 물품을 전달하고 북측 대표단들과 남북 공동 방역사업에 대한 세부 추진 방안을 협의했다. 한국 대표단은 북한에 매개모기 밀도조사 방법을 지도했으며, 환자 발생 현황 및 매개모기 밀도 조사결과 등과 같은 정보를 서로 교류했다.
당시 북한에서는 의학과학원 기생충연구소장, 말라리아 연구실장, 개성방역소 기생충 예방과장 등 말라리아 방역을 위한 실무진들이 참여했다.
그리고 2010년 4월, 한국 측은 북한 방역 실무진과 개성에서 말라리아 남북 공동 방역사업 평가회를 가졌다. 당시 평양의학과학원 기생충연구소 말라리아 연구실장 전송선은 2008년에는 개성지역에서 1348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나, 경기도와의 계속된 공동 방역사업으로 2009년에는 개성지역에서만 1152명의 환자가 발생해 14.5% 감소하고 전국적으로는 말라리아 환자가 20% 감소하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다 2010년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발표된 5.24 조치로 한동안 대북지원물자의 반출이 승인되지 못하면서 남측의 남북 공동 방역사업이 조금씩 지연됐다. 다만 얼마 지나지 않아 통일부는 5.24 조치의 유효성을 강조하면서도 남북접경지역의 말라리아 방역이 남북 주민 모두의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대북 말라리아 방역물자 지원사업과 관련한 방역물자의 반출과 말라리아 방역 관련 방북을 승인했다. 이는 5.24조치 이후 최초의 대북지원단체 방북 승인이었다.
이후 2011년까지 남북이 협력해 말라리아 공동 방역을 실시했으며, 이러한 노력으로 경기도의 말라리아 환자 수는 2010년 대비 65.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실시된 남북 공동방역은 2018년 11월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을 막기 위한 것으로, 당시 양측은 개성 인근 소나무림에서 공동 방제를 실시했고 한국은 북한에 방제 약제를 지원하는 등 협력 조치를 취했다.
2018년 이후 중단된 남북 공동방역...앞으로는?
현재 남북 공동방역협력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중단된 상태에 머물러 있다.
홍 사무총장은 "2019년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북쪽과 남쪽의 협력 사업이 완전히 다 중단됐다"며 "그 이후 남북 말라리아 퇴치 공동방역사업을 위해 몇 번 협력을 시도 해봤지만 북한과 접촉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특히 작년 6월부터는 남북 교류 협력을 위해 국가에 대북 접촉 신고를 해도, 신고조차 수리를 해주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토로했다.
또한 북한은 일관되게 폐쇄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한국의 지원 제의를 일체 거부하고 있다.
조 연구소장은 "2019년에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해 여러 협력 시도를 했으나, 북한이 말로는 좋다고 하면서 조금씩 미루다가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북한의 경직된 태도로 인해 남북 공동방역작업이 진행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한국의 지원 및 협력 제안을 거절하는 이유에 대해 "북한 주민들이 한국에 고마움을 느끼게 되면, 체제 유지를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만약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인민을 위한 정부라면, 질병 방역만큼은 반드시 한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통일부는 이와 관련해 대북 접촉 신고는 "현재 검토중 단계에 있다"며 현 정부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인도적 협력을 지속해 북한 주민 지원과 남북한 질병 관리에 대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BBC에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정치군사적 상황과 관계없이 인도적 협력을 지속해왔다"며 "2022년 5월 북한에 코로나 백신 지원을 제의했고, 지난 1일에는 압록강 일대 수해 지원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이러한 제의에 호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부는 북한 주민의 인도적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한반도 전체의 질병 관리와 국민 건강 보호 차원에서 남북한 말라리아 발생 현황을 지속적으로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 이후 북한이 국제기구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향후 북한이 외부 지원을 수용한다면 전염병 예방을 위한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Q&A로 알아보는 ‘말라리아
이번 여름철에는 말라리아 매개모기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말라리아 매개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예방수칙을 준수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말라리아 위험 지역에서는 매개모기 방제를 강화하고, 말라리아 의심 증상 발생 시 가까운 보건소 등 의료기관에서 검사받아야 한다.
말라리아에 대한 궁금증을 Q&A로 알아본다.
Q1. 말라리아는 어떻게 감염되나?
A.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암컷 얼룩날개모기에 물려 감염되며, 원충은 간을 거쳐 혈액으로 들어가 적혈구에 침입, 증식을 반복한다.
공기감염이나 감염자의 일상적 접촉으로는 감염되지 않으나 드물게 장기이식, 수혈 등의 특수한 경우에 혈액으로 전파되기도 한다.
Q2. 삼일열말라리아에 감염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A. 말라리아의 전형적인 임상증상은 몇 분 또는 1~2시간 동안 오한, 두통, 구역 등을 보이는 오한 전율기를 거쳐, 따뜻하고 건조한 피부, 빈맥, 빈호흡 등을 보이는 발열기가 3-6시간 이상 지속된 후 땀을 흘리는 발한기로 이어진다.
삼일열말라리아의 발열 주기는 격일 간격인 48시간이다.
* 사일열말라리아 3일간격(72시간),열대열말라리아 36-48시간(다소불규칙)
Q3. 말라리아 의심증상 발생 시 어떻게 하나?
A. 말라리아 의심증상이 발생하는 경우,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진단 및 치료를 받는다.
말라리아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재발할 수 있으므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용법 및 용량에 맞게 치료제를 모두 복용해야 한다.
Q4. 우리나라 말라리아 위험지역은 어디인가?
A. 2024년도 기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강원도 내 53개 시군구이다.
Q5. 말라리아 예방수칙은 무엇인가?
A. 국내에서는 모기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4월부터 10월까지 야간(일몰 직후 ~일출 직전)에는 야외 활동을 가능한 자제한다.
야간 외출 시에는 밝은 긴 소매, 긴 바지를 착용하고, 얼굴 주변을 피해 모기 기피제를 뿌려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개인 예방법 실천한다.
옥내의 모기 침입 예방을 위해 방충망의 정비 및 모기장 사용을 권고하고, 실내 살충제를 적절히 사용한다.
말라리아 위험지역에 거주하거나 여행, 군 복무 후 의심 증상(오한, 고열, 발한이 48시간 주기로 반복하며 두통, 구토, 설사 등 동반) 발생 시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진료받는다.
'Guide Ear&Bird's Eye8 > 에이즈. 조류독감등 생물화학병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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