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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는 누구인가? 본문

Guide Ear&Bird's Eye/영국 BBC

'미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는 누구인가?

CIA bear 허관(許灌) 2024. 7. 23. 09:49

미국 대선이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59)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앞선 TV 토론회에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상대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그를 의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 민주당 내에선 불안감이 긴장감으로 커지며 대체할 만한 차기 후보감으로 해리스가 떠올랐다.

그리고 결국 지난 21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힘과 동시에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밝히면서, 해리스는 자신이 오랫동안 바랐을 자리를 얻게 됐다. 가장 유력한 민주당 대선 후보로, 더 나아가 대통령직까지 꿈꿀 것이다.

하지만 그 여정은 여전히 험난하기만 하며,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으로 가득하다. 특히 최근 몇 달간 상황은 더 어려워진 모습이다.

한때 민주당의 대선 후보직에 출마한 바 있는 해리스는 4년 전이라면 당의 찬사를 받으며 나섰을 것이다. 그러나 2024년 7월 현재, 그는 궁지에 몰린 현직 대통령 선거 캠프의 일부로, 더 위태로운 처지에 놓여 있다. 부통령으로서의 재선 성공 여부가 바이든의 성과에 달려 있던 상황이었다.

문제의 TV 토론 직후 해리스는 바이든을 향한 강한 충성심을 택했다. 미 현지 CNN, MSNBC와의 인터뷰에서도, 유세 연설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업적을 칭송하는 한편 공동의 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격했다.

당시 열린 집회에서 “우리는 우리의 대통령, 조 바이든을 믿는다. 그리고 그가 추구하는 바를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 내 새로운 지지층이 형성돼 자신을 주목하고,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사퇴 압박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해리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미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자 첫 흑인 및 아시아계 부통령인 그에게 여전히 이번 대선은 2번째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선 유권자들의 마음을 끄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부통령 재임 시절에도 낮은 지지율로 고생했던 해리스이지만, 지지자들은 그가 낙태 관련 재생산권의 옹호자이며, 흑인 유권자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점, 현재 유죄 판결을 받은 중범죄자인 트럼프 후보와는 대비되는 검사 출신 인물이라는 점 등을 들어 해리스 후보가 차기 후보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 조지타운 대학교의 ‘여성 및 젠더 연구 프로그램’을 이끄는 나디아 브라운 소장은 “해리스가 투표권, 이민 개혁 등 큰 핵심 이슈를 해결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해리스는 낙태권 이슈에서도, 흑인 주민 지원책에 있어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대리인이었습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불과 5년 전만 해도, 해리스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나가고 싶어 하는 캘리포니아주의 상원의원이었다.

캘리포니아 앨러미다 카운티 검찰청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2003년 샌프란시스코의 검사장이 됐다. 이후엔 여성 및 흑인 최초로 캘리포니아주의 법무장관으로 선출됐다. 미국에서도 가장 인구가 많은 주의 가장 높은 법조인이자 법률 집행인이 된 것이다.

이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민주당의 차세대 스타로 떠오른 해리스는 이 여세를 몰아 2017년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으로 선출됐다.

그리고 2020년엔 대선에도 도전했으나, 이는 실패로 끝이 났다.

훌륭한 토론 능력을 보여줬으나, 충분히 정제되지 않아 명확하지 않은 정책과 관점을 보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결국 1년도 채 되지 않아 퇴장해야만 했던 해리스는 자신의 후임으로 추천한다는 바이든 대통령 덕에 오늘날 다시 한번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2013년 해리스가 법무장관일 당시 공보 담당자였던 언론인 길 듀란은 이를 두고 “해리스에겐 큰 행운의 반전”이라고 표현했다.

듀란은 “사람들은 해리스가 야망이 있고 스타로서의 잠재성을 지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 백악관에 입성할 만큼의 집중력이 있거나 수련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보는 이들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해리스에게 타고난 재능이 있다는 건 분명했다”고 설명했다.

해리스는 2021년 부통령으로 취임했다

한편 취임 이후 해리스는 몇 가지 주요 이니셔티브에 집중했으며, 바이든 행정부가 가장 자랑할 만한 일부 업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우선 전국적인 ‘재생산권 자유를 향한 투쟁’ 투어를 돌며 여성들이 자신의 신체에 대해 자유롭게 결정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외쳤다. 해리스는 낙태 금지가 끼칠 해악을 강조하는 한편 지난 2022년 보수화된 연방 대법원이 헌법상 낙태권 보장을 뒤집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복구하라며 의회에 촉구했다.

또한 여야 의석이 동수인 상원에서 해리스는 역사상 가장 많은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인물이기도 하다. 해리스의 투표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코로나19 관련 경제 지원금을 제공하는 내용의 ‘미국 구조 계획’법 등이 통과될 수 있었다.

또한 해리스의 캐스팅보트 행사로 커탄지 브라운 잭슨 판사가 대법관으로서 상원 인준 절차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해리스는 양쪽 진영 모두에서 비난을 받으며 전국적인 지지를 얻는 데 고전했다.

우선 동성 결혼, 사형제와 같은 이슈에선 좌파적인 성향을 보였음에도 일부 민주당 유권자들은 해리스가 충분히 진보적이지 않다고 공격하곤 했다. 2020년 선거 캠페인 당시 ‘카멀라는 경찰’이라는 문구가 자주 들리곤 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멕시코 국경에 몰리는 이민자 수가 기록적인 수준을 넘어선 상황에서 근본 원인을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렸는데, 해리스가 이를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취임 후 6개월 만에 국경 지역을 찾았다는 소식엔 공화당은 물론 일부 민주당원들도 반발했다.

그러나 최근 몇 주 동안 바이든의 승리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해리스는 새로운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해리스의 다양한 정체성

해리스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이민자 부모(인도 태생의 어머니와 자메이카 태생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해리스가 5살 때 이혼했으며, 이후 암 연구자이자 시민권 운동가이며, 힌두교도인 어머니 시야말란 고팔란 해리스가 도맡아 키웠다.

해리스는 어머니와 함께 인도를 방문하며 자신의 인도 정체성을 접하기도 했으나, 어머니의 영향으로 오클랜드의 흑인 문화를 받아들이며 자랐다고 말한다.

해리스는 자서전 ‘우리가 품은 진실’을 통해 “내 어머니는 자신이 흑인인 두 딸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면서 “어머니는 자신의 새 조국은 마야와 절 흑인 여자아이로 바라보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자신감 넘치는 자랑스러운 흑인 여성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셨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다문화 가정 출신 및 성장 배경은 해리스가 수많은 미국의 정체성에 호소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도 지역의 정치를 바꿀 만큼 급격한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겪은 지역에선 해리스를 성공의 상징으로 바라본다.

어린 시절 카멀라와 여동생 마야, 어머니의 모습

하지만 해리스는 미국에서도 역사적으로 명문 흑인 대학으로 손꼽히는 하워드 대학에서 무엇보다도 자신의 인생을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1980년대 하워드 재학 시절, 학생들이 캠퍼스에 모여 정치, 패션 등에 대해 토론하던 시절 해리스를 만난 리타 로사리오-리차드슨은 “난 해리스의 토론 실력이 예리함을 알아챘다”고 회상했다.

로사리오-리차드슨과 해리스는 싱글맘 밑에서 자란 경험, 공화당원들과의 열띤 토론을 벌이려는 열정을 바탕으로 친해졌으며, 심지어 둘 다 천칭자리라는 공통점까지 합쳐져 유대감을 쌓아 나갔다.

한편 당시 미국은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시기였다.

로사리오-리차드슨은 “당시 레이건이 대통령이었으며, 인종차별적인 시절이었다. ‘트랜스 아프리카’와의 결별, 마틴 루터 킹 주니어 탄생일 이슈 등으로 말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로사리오-리차드슨은 해리스와의 대학 시절 품은 철학과 소명에 대해 “우리는 노예였던 이들의 후손이자, 식민지에서 벗어난 유색인종의 후손으로서 우리에겐 특별한 역할이 있으며, 교육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끌어낼 특별한 위치에 서 있음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리스는 백인 인구가 더 많은 곳에서도 잘 지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캐나다 맥길 대학교에서 교수직을 맡았을 때 해리스는 여동생 마야도 함께 몬트리올에서 5년간 학교에 다닌 적도 있다.

해리스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언제나 편안함을 느낀다면서 그저 자신은 ‘미국인’이라고 간단히 표현한다.

2019년 ‘워싱턴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선 정치인들이 피부색이나 성장 배경으로 인해 특정 관념에 갇혀선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해리스는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나는 그저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 사실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재치 있는 토론 능력

친구 로사리오-리차드슨의 증언처럼 해리스는 일찍부터 장벽을 뚫고 돌파하는 몇 안 되는 여성으로서의 자질을 보였다.

로사리오-리차드슨는 “이렇듯 두려움을 모르는 모습으로 인해 난 해리스를 (하워드 대학의) 토론팀에 가입하도록 이끌었다”고 회상했다.

재치와 유머도 해리스가 지닌 무기 중 하나다. 2020년 대선 승리 이후 해리스가 자신의 SNS에 올린 영상에서 해리스는 바이든과 함께 웃으며 “우리가 해냈어요, 우리가 해냈어요, 조. 당신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될 거예요!”라고 말한다.

로사리오-리차드슨은 당시 바이든에게 이 중요한 소식을 알리는 해리스의 이 환한 웃음을 알아봤다.

“짧은 선거 유세 기간에도 이는 해리스의 성격이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해리스는 언제나 이 웃음을 잃지 않았으며, 유머 감각도 뛰어납니다. 재치도 있어 대학 토론에서도 상대에게 요점을 제대로 전달하곤 했죠.”

토론 시 상대방에게 재치 있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능력은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향한 해리스의 중요한 초반 원동력 중 하나다.

‘마멀라’ 해리스, 역사를 써 내려가는 자

해리스는 상원의원 시절인 2014년, 변호사 더그 엠호프와 결혼해 두 자녀의 새엄마가 됐다.

이후 2019년 ‘엘르’지를 통해 해리스는 새엄마가 된 경험에 대해 털어놓으며, 이후 수많은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한 ‘마멀라’라는 별명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더그와 결혼했을 당시 저와 (남편의 자녀인) 콜, 엘라는 ‘새엄마’라는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게 (어머니라는 뜻의 ‘맘(mom)’과 ‘카멀라’를 합친) ‘마멀라(Momala)’라는 별명을 만들어줬습니다.”

이들 부부는 현대 미국의 ‘혼합’ 가정의 전형처럼 묘사됐으며, 미디어는 우리가 여성 정치인들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지 다룰 때 이러한 이미지를 여러 번 차용했다.

한편 해리스를 미국 역사상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진 흑인 여성 운동의 상속자로 봐야 한다는 이들도 많다.

미국 퍼듀대학에서 정치학 및 미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 대해 연구하는 나디아 브라운 교수는 “해리스는 풀뿌리 운동가, 선출직 공무원, 백악관으로 향하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후보들의 유산을 계승한 인물”이라면서 “흑인 여성은 본질적으로 민주당과 정치 세력에서 (주요) 정치 세력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브라운 교수는 해리스가 패니 루 해머, 엘라 베이커, 셉티마 포인세트 클라크 등 유명 흑인 여성 운동가들의 뒤를 잇고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