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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세계 최초로 헌법에 '낙태권' 보장 본문
프랑스가 헌법에 여성이 낙태할 자유를 명시한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될 예정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파리 외곽 베르사유궁전에서 프랑스 상·하원 의원들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소집한 특별 합동 회의에 참석했다.
정부가 제시한 해당 헌법 개정안은 양원 합동 회의에서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될 수 있었다. 그리고 투표 결과 예상대로 찬성이 압도적이었다.
이에 따라 1958년 제정된 현행 프랑스 헌법(제5공화국 헌법)의 제34조엔 “이 법은 여성이 낙태를 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한다”는 내용이 추가되게 된다.
이번 개헌은 현행 프랑스 헌법의 25번째 개정이자, 2008년 이후로는 처음이다.
한편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약 85%가 이번 개헌을 지지했으며, 의회 내 우파 세력의 저항은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미국 '로 대 웨이드' 판결 번복의 영향
사실 프랑스는 1975년부터 이미 낙태를 합법화한 국가다.
그러나 지난 2002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 중단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자 마크롱 대통령은 여성의 낙태권을 자국 헌법에 명시하겠다고 약속했다.
50년 간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했던 해당 판결이 뒤집힌 이후 미국에선 주마다 개별적으로 낙태를 전면 금지하거나, 낙태권 보장 범위를 축소할 수 있게 됐다.
이에 프랑스에선 낙태권을 기본법에 명시해 보호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프랑스의 여성 권리 단체 ‘여성들의 재단’ 소속 로라 슬리마니는 “미국에선 (낙태) 권리가 후퇴했다. 그래서 우리는 프랑스도 이러한 위험에 빠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같은 단체 소속 앤-세실 마일퍼트는 투표 결과 발표 직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헌안 통과가) 큰 축하 행사가 되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투표 순간 에펠탑은 반짝거릴 것입니다. (이번 투표는) 전 세계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입니다.”
프랑스 낙태법의 역사
연방대법원의 단일 판결에 근거해 낙태권을 보장했던 미국과 달리 프랑스에선 지난 1975년부터 임신을 중단할 권리가 아예 법에 명시돼 있다.
그 이후로도 9차례 개정됐는데, 각 개정을 거치며 낙태에 대한 접근성을 점점 더 확대해나갔다.
법률의 합헌성을 결정하는 기관인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단 한 번도 이에 의문을 제기한 바 없다. 따라서 많은 법학자에게 낙태권은 사실상 이미 헌법에 보장된 권리였다.
지난 1971년, 프랑스에선 낙태 합법화 운동이 크게 추진됐고, 전국에서 모인 여성 343명이 ‘343인의 선언서’라고도 알려진 청원서에 서명했다.
이들은 당시 매년 여성 70만~80만 명이 불법적으로 임신을 중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 단체 ‘세상의 여성들’의 클로딘 몬테이 회장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미 연방대법원의 행동은 전 세계 여성들에게 사실 호의를 베푼 셈이다. 우리를 일깨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몬테이 회장은 당시 ‘343인의 선언서’의 최연소 서명자였다.
전 세계 낙태법
프랑스의 개헌 지지자들은 유럽에서 새롭게 부는 “반동적인” 물결로 낙태권을 제한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권력을 잡을 수도 있기에 이에 맞서 낙태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몰타, 헝가리, 폴란드와 같은 국가에선 이미 낙태권이 제한되고 있거나,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페미니스트 변호사 레이첼-플로르 파도는 “여성 권리에서 상징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일이라도 (낙태권에 대한 논쟁이 벌어져) 싸움터가 될 수 있습니다. 낙태권이 실제로 위협받기 전 미리 행동에 나서는 게 맞습니다.”
‘생식권 센터’의 레아 혹터는 프랑스가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종류의 명시적인 헌법 조항”을 최초로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아메리카 칠레에선 지난 2022년 새 헌법 초안에 낙태권이 포함됐으나, 유권자들의 국민투표를 통해 철회된 바 있다.
아울러 여성의 “생식권 및 성적 권리”를 보장하는 쿠바의 헌법 등 여성의 권리를 법률상 언급한 국가들도 있다.
여러 발칸 국가들이 계승한 옛 유고슬라비아의 1974년 헌법에선 “자녀 출생에 관한 결정권”을 인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낙태를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으나, 제한적 조건에서의 낙태만을 허용하는 국가도 있다.
'여성의 패배'
낙태권을 더 명시적으로 보호하자는 이번 움직임에 대해 대부분 프랑스 국민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여론조사 기관 ‘IFOP’가 지난 2022년 11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86%가 헌법상 명문화에 지지한다고 밝혔다.
AFP 보도에 따르면 좌파 및 중도파 정치인들은 이번 개헌을 환영했으며, 우파 상원의원들은 사적인 자리를 통해 승인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한 여성 상원의원은 만약 자신이 이번 개헌에 반대표를 던지면 딸들이 “더 이상 크리스마스에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편 4일 오후 베르사유궁전엔 개헌 반대론자들이 모여들었다.
‘가톨릭 가족 협회’의 파스칼 모리니에 회장은 “이건 여성들의 패배”라고 외쳤다.
“그리고 물론 이는 세상에 눈을 뜰 수 없는 모든 아이들의 패배입니다.”
낙태: 프랑스, 세계 최초로 헌법에 '낙태권' 명시 - BBC News 코리아
프랑스, 세계 최초 헌법에 ‘낙태권’ 명시
프랑스가 세계 최초로 낙태권을 헌법에 명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프랑스 상원과 하원 의원들은 4일 베르사유궁에서 열린 양원 특별 공동투표에서 찬성 780표 대 반대 72표로 이같은 내용의 헌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이로써 프랑스는 헌법 제34조에 “여성이 낙태에 의지할 수 있는 보장된 자유를 갖는 조건을 법률로 정한다”는 문구를 명시하게 됐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X에 “헌법에 보장된 새로운 자유에의 진입”을 환영한다며, 오는 8일 국제여성의날에 맞춰 열릴 공식 행사에 대중을 초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극좌 성향 마티르드 파노 의원도 “우리의 투표는 자신의 신체를 통제할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는 전 세계 모든 여성들에 대한 약속”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극우 성향 국민연합(RN) 소속 마린 르펜 의원은 마크롱 대통령이 정치적 점수를 따려 한다면서, 프랑스 내 낙태권이 위태롭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역사적 발걸음으로 평가하는 것은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1975년부터 낙태를 합법화한 프랑스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0%가량이 낙태 합법화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습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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