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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사망자 수는 실제 얼마나 될까

CIA bear 허관(許灌) 2023. 6. 18. 11:52

러시아는 전시 상황에서 군 사상자 정보를 절대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당시부터 BBC와 다른 파트너 기관들은 최대한 사망자 수를 확인하고 집계하고자 했다.

BBC는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이들을 추적하게 됐고, 이중 신원을 밝혀낸 러시아 측 전사자만 2만5000여 명이었다.

이는 이번 전쟁이 러시아군에 미치는 영향을 분명히 보여주는 증거인 동시에, 슬픔에 빠진 가족들에겐 답이 돼 주는 숫자이기도 하다.

사망한 군인의 유가족 중엔 BBC가 사망자 규모를 추적하기 전까지 사랑하는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던 이들도 있다.

두 러시아 신병의 이야기

러시아 특수부대 소속 니키타 로부레츠 병장은 지난해 5월 20일 우크라이나 동부의 어느 지역에서 숨을 거뒀다. 그의 나이 21살이었다.

그로부터 거의 1년이 지난 시점, 알렉산드르 주브코프(34)의 가족은 주브코프의 죽음을 전해 들었다. 마약 범죄로 9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주브코프는 자유를 얻고자 러시아 용병 단체 ‘바그너 그룹’에 들어갔다.

로부레츠와 주브코프 외에도 BBC는 러시아 독립언론사 ‘미디어조나’ 및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공식 보도 자료, 기사, SNS, 새롭게 등장한 기념관 및 묘지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확인한 러시아 측 전사자 2만5000여 명의 신원을 알아낼 수 있었다.

로부레츠와 주브코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군의 달라진 양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간이 지나 사망자가 점점 더 늘어나면서 러시아군 사망자의 나이는 더 많아졌으며 훈련 정도는 더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BBC의 집계에 따르면 전쟁 초반 러시아군의 전형적인 사망자는 21세 직업 군인으로, 로부레츠 병장과 같은 하급 병사의 모습이다.

니키타 로부레츠의 병장 사진

아버지 콘스탄틴에 따르면 아들 로부레츠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불과 100km 정도 떨어진 러시아 서부 브랸스크에서 다니던 학교를 떠나기 이전부터 낙하산 부대원이 되고 싶어 했다.

이에 무술을 배우기 시작했으며, 졸업하기도 전에 낙하산 점프법을 배웠다.

그리고 마침내 러시아의 엘리트 낙하산 부대원 훈련 기관인 ‘라쟌 고등 공수 학교’에 합격해 이후 ‘러시아 정보총국(GRU)’의 특수 부대 여단에 합류하게 된다.

콘스탄틴은 아들은 기습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거의 3개월 만에 하르키우 북쪽 지역에서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로부레츠 병장의 유해는 고향 공동묘지에 마련된 “영웅들의 거리”에 묻혔으며, 용기와 헌신을 보여준 군인, 시민 등에 수여되는 ‘용기의 훈장’이 추서됐다.

전쟁 초 시기엔 로부레츠와 비슷한 이야기가 수천 개는 더 있었다.

그러나 1년 후인 지금, 이러한 사연은 뜸해졌다.

최근 몇 달간 우크라이나에서 숨진 러시아 군인의 전형적인 모습은 재소자 출신의 34세 남성이다.

주브코프가 바로 그 예다. ‘바그너 그룹’에서 용병으로 싸웠던 재소자 주브코프는 군대 계급도 없었다. 주브코프의 고향은 북서부 백해 연안 도시 세베로드빈스크로 러시아 해군의 주요 조선소가 자리한 곳이다.

알렉산드르 주브코프의 사진

법원 기록에 따르면 주브코프는 지난 2014년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아 징역 8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당시 주브코프는 자녀가 한 명 있었으며, 무직 상태였다.

그러다 2020년 가석방된 주브코프는 공범과 불법 각성제 ‘a-PVP’를 복용해 체포되며 다음 해 마약 혐의로 또 다시 법정에 섰다. 법원은 주브코프가 이혼 후 부양해야 할 어린 자녀가 있고, 장애가 있는 여동생을 돌보고 있다는 점을 참작해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이후 ‘바그너 그룹’이 재소자들을 상대로 용병을 모집하자 주브코프는 지난해 11월 한 달에 10만루블(약 15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응했다.

게다가 만약 6개월간 복무할 경우 석방을 기대해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주브코프는 이번 전쟁에서 가장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벌어진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참전 5개월 만에 사망했다.

주브코프의 시신은 4월 28일 고향 땅에 묻혔다.

‘일회용 군대’

영국의 국제 안보 및 국방 씽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소속 전쟁 전문가인 잭 와틀링 박사는 주브코프와 같은 사람들이 거의 “일회용 군대”처럼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전사자들의 무덤

사망자 집계 중 재소자들의 신분은 좀도둑에서 갱단 우두머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어떤 전사자는 92세의 세계 2차 대전 참전 용사를 살해한 혐의로 수감된 자였다.

거리나 쇼핑몰에서 동원된 민간인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재소자 군인들은 우크라이나 군대에 맞서 계속 싸우는 한편 적의 포탄을 향해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야 한다. 우크라이나군의 자원을 거덜 내기 위한 전략이다.

이에 대해 와틀링 박사는 “이들이 결국 죽임당할 것을 알면서도 앞으로 내보낸다”면서 “러시아 군은 이러한 (일회용) 군인들을 상당한 속도로 소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이러한 러시아군의 전술적 변화는 사망자 추산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쟁 발발 첫 3개월간 러시아 측에선 많은 직업 군인이 목숨을 잃었던 것에 비해 최근 3개월간은 비전문 군인 사망자가 훨씬 더 많다.

와틀링 박사는 러시아 측이 의도적으로 남아 있는 숙련 군인들을 보호하고 있으며, 이들을 저격수로 활용하거나 근거지를 확보 작전 등에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자신들에게 유리할 때만 드물게 이들을 내세운다는 것이다.

아마 현재 러시아엔 경험 있는 군인이 귀할 것이다. BBC가 확인한 사망자 중 러시아 장교는 2100명이 넘었다. 아마도 러시아는 서방 국가에 비해 전투 지휘에 있어 하급 장교에 더 많이 의존하며, 이들을 위험에 빠뜨렸기 때문일 것이다. 사망한 장교 중 최소 242명의 계급은 중령 이상이었다.

또한 전투기 조종사도 최소 159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정도 손실은 현실적으로 대체될 수 없는 규모다.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하는 데만 최소 7년의 시간과 수백만달러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동묘지에 서 있는 러시아 생도들

이렇듯 군 인력 손실이 큰 탓에 카나마트 보타셰프 소장과 같은 퇴역 군인들도 다시 나가 싸워야만 했다.

보타셰프 소장은 지난 2012년 전투기 ‘Su-27’을 사전 허가 없이 조종하다 추락시키면서 군복을 벗었다. 그러다 지난해 5월 무려 63세의 나이로 ‘Su-25’를 조종하며 지상 공격을 펼치던 중 루간스크 상공에서 격추됐다.

그렇다고 보타셰프 소장이 BBC가 집계한 사망자 중 최고령자도 아니었다. 발전소 근로자로 은퇴한 미하일 슈발로프는 군에 자원해 싸우다 71세의 나이로 숨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슈발로프의 자원 신청은 처음엔 거절당했으나, 결국 받아들여졌고, 그렇게 최전선으로 가게 된 슈발로프는 12월 10일 끝내 사망했다.

‘신뢰할 수 있는 기록’을 위해

우리가 집계를 시작한 이유는 BBC 러시아어 기자들은 이렇게 따로 집계하지 않을 경우 신뢰할 수 있는 사망자 기록이 마련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전쟁 시 보통 양측은 자신의 손해를 축소해서 발표하곤 한다. 그러나 러시아는 군사 기밀 유지나 병사들의 사기 유지를 위해서라고 하기엔 과할 정도로 전사자 수를 은폐해 온 역사가 있다.

일례로 아프가니스탄과 체첸 전쟁이 끝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참전용사와 유가족은 사망자들에 대한 정확한 공식 기록을 얻어내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심지어 그 이전인 2차 세계대전 중 사망자 규모도 제대로 알려진 바 없다.

BBC는 ‘미디어조나’와 러시아 국민들의 제보를 받아 현지 관료들이나 언론이 확인한 사망자 이름 혹은 SNS를 통해 친지들이 언급한 사망자 이름 등을 수집해 검증했다.

러시아 전역의 전쟁 기념관을 모니터링하며 새로 나타난 전사자 이름이 없는지 살폈을 뿐만 아니라, 새롭게 조성된 무덤의 사진을 찍어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했다.

그 과정에서 ‘바그너 부대; 소속 용병 7명의 새로운 무덤을 발견했다. 6기는 러시아에서, 1기는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에서 발견됐다.

특히 무덤 한 기는 러시아 남서부 바킨스카야 공동묘지에서 발견됐는데, 해당 공동묘지는 지난 몇 달간 빠르게 확장하고 있음을 위성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러시아가 가장 최근 발표한 공식적인 사망자 수는 작년 9월 기준 5937명이었다.

그러나 BBC 집계에 따르면 당시 이미 확인된 사망자만 6600명 이상이었으며, 현재 그 수는 2만5000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지난 2월 영국 정보당국은 러시아군 사망자를 4만~6만 명대로 추정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0만 명 이상으로 추정했으나, 여기엔 부상자도 포함돼 있다.

어느 쪽이든 6000명이 안 된다는 러시아의 주장이 무색해진다

BBC는 이와 관련해 러시아 정부의 의견을 듣고 싶었으나,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한편 우리 또한 러시아 측 전사자를 모두 집계할 순 없었다. 다른 이들이 공개적으로 언급했거나, 기념관이나 묘지 등에 자리가 마련된 전사자만이 집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러시아가 워낙 광대한 탓에 모든 지역을 다 찾아봤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리고 이번 집계 자료엔 돈바스(루간스크와 도네츠크주 일대를 가리키는 지명)에서 사망한,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분리주의자들의 사망 관련 정보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렇듯 불완전한 정보이긴 하나, 일부 유족들에겐 답이 돼 줄 수 있었다. 러시아 당국은 줄 수 없던 답이다.

안나의 이야기

BBC가 지난해 12월에 안나(가명)에게 연락했을 때 안나는 자신의 전 남편이자 딸의 생부인 페일 나비예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의혹만 품고 있었다.

안나는 “(나비예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해줄 수 있냐”면서 “어디에 묻혔는지,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모른다”고 했다.

나비예프는 바킨스카야 공동묘지에 묻혀 있었다. BBC는 나비예프의 신원을 추적해 확인했다.

페일 나비예프의 무덤

나비예프는 지난해 10월 6일, 모든 바그너 용병이 바흐무트를 점령하고자 접근하는 과정에서 격렬한 전투를 벌이다 6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모스크바에서 북동쪽에 있는 지역에 사는 안나는 나비예프는 “좋은 사람”이었다면서, 헤어진 후에도 친구 사이로 남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가난했던 나비예프는 쉽게 돈을 벌고자 차고 등에 침입해 자동차 부품 등을 훔쳐 팔았다고 한다. 그러다 붙잡혀 결국 감옥에 가게 됐고, 그곳에서 바그너 용병이 됐다.

이렇듯 ‘바그너 그룹’ 소속 재소자 용병의 경우 사망 사실을 확인하기 특히 더 어려울 수 있다. 안나가 지역 군 사무소에 갔을 때도 나비예프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전사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없기에 가족들이 그에 대한 보상이나 밀린 임금을 청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안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나비예프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고 싶었을 뿐”이라면서 “결국 당신들의 말을 제외하면 그 어떠한 정보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저는 나비예프의 메달처럼 적어도 그를 기릴 수 있는 어떤 종류의 추억거리라도 받고 싶어요. 이 사람은 제게 소중한 존재입니다.”

‘2500만 예비군’

와틀링 박사는 러시아는 자신들이 그저 꾹 버틸 수만 있다면 결국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세계의 지지는 깨진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오랫동안 계획했던 반격 작전으로 러시아군을 돌파한다면 이미 자원이 고갈되고 경험도 부족한 러시아군은 “크게 붕괴”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민간인 동원령을 암시하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의 말을 인용하며 러시아 측의 인력이 고갈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쇼이구 장관은 ‘우리에겐 2500만 예비군이 있다’고 했는데, 이는 농담이 아닙니다. (예비군 총동원을) 꽤 진지하게 고려할 겁니다.

이는 무슨 의미일까. ‘바그너 그룹’ 부대에서 동생이 사망했다는 소문을 들은 지 몇 달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동생에게 일어난 일의 진상을 알고자 애쓰고 있는 베라와 같은 여성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러시아 사망자 규모를 집계하는 BBC에도 이들이 보내는 메시지가 계속 날아들 것이라는 의미다.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출신의 베라는 “우리는 어디서 알아봐야 할지, 어디서 도움을 구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미 끔찍한 일을 겪은 우리는 대체 어떻게 진실에 닿을 수 있나요?”

우크라 전쟁: 러시아 군 사망자는 실제 얼마나 될까?...이를 통해 본 우크라 전쟁 변화 양상 - BBC News 코리아

 

우크라 전쟁: 러시아 군 사망자는 실제 얼마나 될까?...이를 통해 본 우크라 전쟁 변화 양상 - BBC N

러시아 정부는 군 사상자 관련 정보를 거의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나 BBC가 러시아 독립언론 ‘미디어조나’와 조사한 결과 사망한 러시아 군인 2만5000여 명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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