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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들에게도 마스크를 착용시켜야 할까? 본문
싱가포르에 사는 세 살 에샨 에반스는 제 또래들처럼 힘이 넘치고 활기찬 아이다.
하지만 '취학전 학교'에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게 되자, 변화가 시작했다. 그의 어머니 에르네는 "완전히 다른 아이가 됐다"며 "훨씬 더 길들여진 듯한 느낌에 차분한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에샨이 사는 싱가포르는 법적으로 6세 이상의 어린이들에게 마스크를 착용시킨다. 하지만 많은 유치원과 취학 전 학교에서도 어린 아이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강력히 권하고 있다. 에샨의 경우, 먹고 마시고 낮잠 잘 때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이를 따져보면 평일 기준 약 8시간에 달한다.
에샨은 교문을 벗어나자마자, 마스크를 벗어 주머니에 넣거나 할머니에게 건낸다. 지난 7월 어느 날에는 기분이 언짢았는지, 마스크를 내던지고 교문 밖으로 뛰쳐나온 적도 있다.
에샨의 어머니는 "아들이 마스크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녀는 학교 밖에서는 아들에게 마스크를 씌우지 않는다. "저는 마스크를 거부하지 않아요. 하지만 아들에게 마스크를 씌운 뒤, 그것을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요."
전 세계의 많은 부모들과 규제 기관들이 '어린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씌울 것인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것과 아이들의 발달 및 사회화를 놓고 고민하는 것이다.
10월 초를 기준으로 국가별 규제 양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유럽 국가들과 싱가포르는 6세부터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침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이 지침에 따르면 지역 내에서 감염이 폭넓게 확산되는 등과 같은 특정한 상황이 나타나면 6세 이상부터 마스크 착용이 권장된다.
같은 지침을 적용하더라도, 학교 같은 실내 환경에서만 마스크를 착용시키는 국가도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를 포함한 또 다른 규제 기관들은 2세 이상을 대상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한다.
반면 교실에서 마스크 착용을 폐지한 국가들도 있다. 어린이들과 교사들에게 학교 내 마스크 착용을 권하지 않는 영국이 그 예다.
세계적으로 합의된 유일한 원칙은 질식 위험 때문에 2세 미만의 아이에겐 마스크를 착용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럽 소아과 학회장인 아다모스 하지파나이스는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정리된 어린이들의 마스크 착용 연령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된 연구는 현재 거의 없는 상황이다. 윤리적 측면과 실행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마스크가 호흡에 주는 물리적 영향에 대한 연구가 몇 건 있었지만, 해로운 영향이 발견된 연구 결과는 없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마스크 착용을 둘러싼 찬반 논쟁은 뜨겁다.
마스크 착용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마스크가 착용자 및 주변 사람들의 코로나19 감염을 막아준다는 점과 어린 아이들도 감염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오늘날 전 세계 국가 대부분은 12세 이하의 어린이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부 예외적인 경우에만 아이들의 접종을 허용한다.
상대적으로 아이들이 코로나19에 더 크게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중증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다. 올해 7월에 영국에서 나온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중증 감염은 어린이 감염자 5만 명 중 약 한 명꼴이었다. 사망 사례는 백만 명 중 두 명이었다.
하지만 델타 변이는 이전에 나왔던 변이들에 비해 전염력이 최소 2배 이상 높다. 여러 국가들이 전염 예방 조치 대상으로 어린이들을 고려하게 된 이유다.
런던 퀸 메리 대학에서 감염병을 연구하는 디프티 구르다사니 박사는 "델타 변이가 상황을 악확시켰다"며 "델타 변이 이후, 전 세계 학교에서 많은 감염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점은 마스크를 착용한 학교에서 코로나19 감염률이 낮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는 6세 이상 아이들에게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시켰다. 그러자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린 2021년 3월부터 6월 사이에 7000명 이상의 어린이와 교직원이 등교 수업을 진행했음에도 감염 사례는 363건에 그쳤다.
조지아 주 169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조사에서는 교사와 직원이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한 학교의 감염률이 그렇지 않은 학교에 비해 37% 낮았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소아과 교수인 안나벨 드 세인트 박사는 "마스크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여주는 추가 보호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감염의 감소 원인이 마스크만은 아닐 수도 있다. 싱가포르 싱헬스 폴리클리닉의 감염병 전문가인 마크 박사는 "개인의 손 위생과 사회적 거리 두기, 그리고 환기가 잘 되는지 여부 등과 같은 요인들도 한 몫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분명 마스크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예방책이다. 반년 전만 해도 싱가포르는 2세 이상의 아동에게 마스크를 착용시켰다.
그러다 지난 9월 싱가포르는 법적 마스크 착용 연령을 6세로 높였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여전히 자녀들의 마스크 착용을 고수하고 있다. 마스크가 예방책이 된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관련 기사 마스크는 코로나19 감염을 어떻게 막아주는가?)
세 살, 다섯 살 두 아이를 둔 미미 자이날 역시 국가의 규제 변화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녀는 "아이들이 (코로나19로부터) 조금 더 보호받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이기에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씌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이날의 아이들도 처음에는 마스크 적응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마스크 착용을 "재미있는 활동"으로 바꿨다.
우주 비행사나 유니콘 등 다양한 무늬의 마스크를 구입해서 아이들에게 고르게 한 것이다. 재미를 느낀 아이들은 몇 주만에 마스크에 익숙해졌다고 한다.
반면 아무리 보완책을 쓴다 해도, 마스크와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를 바꿀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마스크가 얼굴을 가려서 사람들의 기분과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워 질 수 있다는 것이다.
토론토 대학 소속 발달심리학자인 강 리 박사에 따르면, 아이들은 10개월부터 행복과 슬픔, 두려움, 분노 등과 같은 감정을 인지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발달 과정은 약 5~6세에 정점에 이른다.
리 박사는 얼굴 전체를 보는 것이 이러한 발달 과정의 핵심 요소라서, 얼굴을 가리면 발달이 방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감정을 주로 얼굴을 통해서 배웁니다." (관련 기사 '팬데믹은 세계의 어린이들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
그러나 마스크가 큰 장애가 된다는 생각에 회의적인 전문가들도 있다. 위스콘신 대학 매디슨 아동 감정 연구소의 애슐리 루바 박사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한 유일한 혹은 가장 중요한 단서가 꼭 얼굴에서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목소리의 톤, 몸의 자세, 전반적인 사회적 상황과 같은 다른 중요한 신호들도 있다"는 것이다.
2012년에 나온 한 연구에 따르면, 9세 이하의 어린이들은 상대의 입을 볼 수 없더라도 상대방의 감정을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었다.
루바 박사의 팀이 작년에 진행한 실험에선, 마스크가 아이들의 슬픔과 분노, 두려움을 인식하는 능력에 약간의 지장을 주지만 이 영향은 전반적으로 선글라스를 착용했을 때와 동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녀는 "이것은 마스크가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그렇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또 다른 증거"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람들은 아이들이 선글라스를 쓰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콩과학기술 대학의 발달심리학자 에바 첸 박사는 사람들이 항상 마스크나 선글라스를 착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얼굴에 나타나는 정보를 100% 차단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중국, 한국, 일본과 같은 곳에서는 팬데믹 전부터 마스크 착용이 흔한 일이었는데, 이곳에선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발달했다고 덧붙였다.
잠재적으로 더 큰 관심 영역은 마스크가 아이들의 언어 발달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를 둘러싼 전문가들의 의견은 역시 분분하다. 다만 다들 동의하는 한 가지가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니안 폴리테크닉에서 아동기 언어와 문해력 개발을 가르치는 라이네토 테오는 "아이들은 관찰을 통해 배운다"고 말했다. "그들은 입의 움직임, 입술과 혀가 움직임을 봅니다. 'th' 소리를 생각해보면, 혀의 위치는 매우 중요하죠."
하지만 리 박사는 부모들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환경에 매우 잘 적응합니다. 한 채널이 차단되면 다른 채널을 이용할 것입니다." 그는 교사와 부모들이 아이들과 말할 때 말 소리와 자세, 몸의 움직임 등을 조금 더 강화한다면, 아이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테네시 밴더빌트 대학에서 듣기 및 말하기를 연구하는 스티븐 카마라타 교수는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의 상황은 다르다고 말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 특히 청각을 상실한 아이들은 정보를 채우기 위해 얼굴 특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각적인 정보가 필요합니다.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는, 그러한 신호를 얻을 수 없습니다."
그는 어린 아이들이 새로운 단어를 배울 때도 마스크가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단기적으로 (마스크는) 새로운 단어와 어휘를 이해하는 과정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자이날 역시 자신의 아들에게 이러한 학습 지체가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추가적인 지원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5살 아이가 "발음을 배우는 것이 조금 느리다"고 우려한 그녀는 올해 초 아들을 학습 지원 센터에 보냈다. "(그곳의) 선생님들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아들은 소리를 듣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병원 아동개발단 컨설턴트인 태미 림도 이에 동의했다. 그녀는 '두 살짜리 아이들이 마스크를 쓴 상태로 한 말을 듣고 단어를 인식하고 배우는 것'을 다룬 지역 연구를 예로 들었다.
그녀는 마스크가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코로나19가 삶의 다른 분야에 미친 영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오히려 운동과 놀이 시간 같은 활동을 온라인 영상 시청이 대체한 것을 더 우려했다. 그녀가 일하는 병원에는 발달 지연과 행동 문제를 가진 어린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자유로운 놀이와 사회적 관계 형성의 부족이 부분적으로나마 이에 영향을 주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지속적인 영향은 미미한 것일 수 있다. 리 박사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마스크가 아이들의 심리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첸 박사의 의견도 비슷했다. 그녀는 "아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쉽게 적응한다"고 말했다. 만약 아이들이 걱정된다면, 가장 좋은 해결책은 가능한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녀와 부모 사이의 애착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많은 연구가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들의 말을 듣고 부모의 감정을 다시 아이들에게 전달되도록 하면서 서로 소통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죠."
이와 같은 가족간의 화목한 시간은 팬데믹으로 인한 혼란을 견뎌내는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자이날과 아이들이 발코니 간이 소풍, 실내에서 쓰레기 사냥 대회, 공예 활동 등을 시도한 것도 이에 해당한다.
그는 마스크는 성가시지만, "아이들이 집 밖으로 나갈 때 어떤 식으로든 보호를 받으며 계속 학교를 다니고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고 말했다.
어린 아이들에게도 마스크를 착용시켜야 할까? - BBC News 코리아
어린 아이들에게도 마스크를 착용시켜야 할까? - BBC News 코리아
싱가포르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착용시키고 있다. 마스크 착용이 바이러스 감염 예방에는 도움되지만, 아이들의 발달에 지장을 주지는
www.b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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