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Pacific Region Intelligence Center
홍콩, 추도집회 불허에도 시민들 운집 본문
‘일국양제’하에서 언론과 집회의 자유가 인정돼 온 홍콩에서는 텐안먼 사건이 일어난 6월 4일에 맞춰 매년 시민단체가 대규모 추도집회를 개최해 왔는데 올해는 코로나19의 감염 방지를 이유로 경찰이 개최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지난해까지 추도집회장이었던 홍콩섬 중심부 공원에는 저녁부터 시민들이 모여들어 밤에는 수천 명 규모로 늘었습니다.
모여든 시민들은 촛불을 손에 들고 텐안먼 사건으로 희생된 사람들에게 묵념을 올린 뒤, “자유를 위해 싸우자”고 외쳤습니다.
또, 중국이 도입을 결정한 홍콩에서의 반정부적인 움직임을 단속하는 ‘국가안전법제’에 따라 내년 이후 집회를 개최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법제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집회에 참가한 50대 여성은 “자신에게는 이 집회가 1년에 한 번하는 성묘같은 것이며, 우리에게는 집회의 자유가 있는데 왜 이 자유를 빼앗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4일 밤에는 이밖에도 각지에서 홍콩의 자유와 민주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과 충돌하면서 여러 명이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톈안먼 촛불집회 불허에도 홍콩인 수만 명 참석
1990년 이후 처음으로 홍콩 경찰이 톈안먼 사태 추모 촛불집회를 불허했지만, 홍콩 시민 수만 명의 발길을 막진 못했다.
경찰은 주요 집회 장소인 빅토리아 공원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하지만 일부 민주화 시위대는 이를 쓰러뜨리고 촛불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했다.
같은 날, 홍콩 입법회는 중국 국가를 모독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홍콩 의원 두 명이 회의장에 오물을 투척해 경비원에 끌려가기도 했다. 그들은 톈안먼 광장 사태를 추모하고, 중국이 홍콩에 행사하는 권력이 커진 것에 대해 항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톈안먼 추모 집회 금지
지금까지 홍콩과 마카오에서는 톈안먼 사태 추모가 허용돼 왔다.
홍콩에서는 1990년부터 매년 6월 4일에 추모 집회가 열렸다. 하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톈안먼 사태를 언급하는 것조차 금지된다.
1989년 6월 3일 저녁, 중국 정부는 전차와 장갑차를 톈안먼 광장에 투입해 민주화 운동 시위대를 제압했고, 이 과정에서 최소 수백 명에서 수천 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보통 홍콩에서 열리는 추모 행사에는 수만 명이 자유롭게 참여했다. 하지만 지난 4일, 홍콩 경찰은 현지 언론에 3000명의 전경이 즉흥적으로 열리는 소규모 행사를 단속하기 위해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빅토리아 공원에는 많은 사람이 모였고, 이들은 "홍콩과 함께 서라"와 "일당 통치 종식"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 74세 남성은 AFP통신에 "난 6월 4일 진압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지난 30년 동안 이날 이 자리에 왔다"며 "올해는 특히 의미가 남다른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금 홍콩은 당시 베이징과 같이 정권으로부터 비슷한 탄압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홍콩 내 다른 지역에서도 촛불집회가 열렸다. 로이터 통신은 몽콕 지구에 수백 명이 모였다고 보도했다. 이곳에선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려는 시위대와 이들을 해산시키려 후추 스프레이를 사용한 경찰 간의 몸싸움이 잠시 벌어지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홍콩 톈안먼 추모 촛불집회에서 소요 사태가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홍콩 경찰은 시위대 여럿을 체포했다. 브렌다 후이는 "6월 4일을 절대 잊지 말라"고 쓰인 흰색 발광 우산을 들고 몽콕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했다.
"우리가 이런 추모 집회를 열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 될까 두렵습니다. 하지만 홍콩인들은 항상 6월 4일에 있었던 일을 기억할 것입니다."코로나19 규정에 따라 홍콩에서는 최대 8명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다. 그러나 경찰 소식통은 홍콩 일간지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서로 모르는 다른 일행이 "공통된 목적"을 위해 모일 경우, 이를 분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대만은 중국에 톈안먼 사태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천안문 사태 생존자들과 함께 만난 사진을 올리며 "전 세계적으로 1년에는 365일이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 중 하루가 매년 의도적으로 잊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이 같은 주장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반박했다.
자오 리젠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지난 70여 년간 새로운 중국 건국 이후 중국이 쌓아온 위대한 업적은 이 나라가 선택한 발전 경로가 항상 옳았다는 것을 완전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추모 집회가 내년에도 열릴까?
그레이스 소이, BBC 월드 서비스, 홍콩
톈안먼 사태를 기억하는 촛불집회는 항상 대형 스크린과 전문 음향기기가 도입되는 매우 조직적으로 운영되는 행사였다. 사람들의 연설과 꽃 조문도 여기 포함됐다.
하지만 올해 집회의 모습은 달랐다. 빅토리아 공원은 사람들이 이를 제거하기 전까지 금속 장벽에 입구가 막혔다.
집회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수만 명의 시민이 절박감에 공원으로 모였다.
추모 집회에 처음 참석했다는 20대 후반의 여성 에이미는 "국가보안법이 통과되고 나면 집회의 자유는 사라질 거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를 잊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저녁 8시가 되자, 사람들은 일제히 촛불이나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묵념을 올렸다. 집회에서 사람들은 "홍콩 해방, 우리 시대의 혁명"과 "하나의 홍콩, 하나의 나라" 등 여러 구호를 외쳤다.
많은 이들이 이 추모 행사가 미래에 허용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
중국 국가법은 무엇인가
홍콩 입법회는 4일 중국 국가의 모독 행위를 불법으로 처벌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을 모욕했다는 혐의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대 징역 3년과 5만 홍콩달러(770만원)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홍콩 내 교육 과정에 중국 국가와 이에 대한 역사를 포함시키는 것도 해당 법에 포함됐다.
홍콩 내 많은 사람은 이를 중국이 자신들의 의지를 홍콩에 강요하고 '일국양제' 원칙을 위협하는 움직임으로 본다.
4일 홍콩입법회에서 야당의원들이 오물을 던지면서 국가법 통과에 반발했다
야당의원들이 저지에 나섰으나 결국 표결을 막지 못했다. 이 법안은 찬성 41표 대 반대 1표로 가결됐다.
최근 몇 년간, 홍콩 축구팀이 참가하는 경기 전 나오는 중국 국가에 관중들이 야유를 퍼붓는 일이 종종 있었다. 이에 많은 축구팬은 홍콩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노래인 '글로리 투 홍콩'(Glory to Hong Kong)을 대신 부르기도 했다.
홍콩 보안법이란?
중국 정부는 중국 정부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를 범죄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보안법을 원한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사상 처음으로 중국이 자국 공안 기관을 홍콩 내에 설치할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보안법으로 인해 중국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본토에서 겪는 것처럼 홍콩에서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다.
또한 보안법이 시행되면 톈안먼 광장 추모 집회와 같은 행사조차 진행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홍콩 보안법에서 정확히 어떤 행위가 위법이 되는지에 대한 세부사항은 아직 불분명하다. 보안법은 9월 전 시행될 예정이다.
중국의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최근 다시 거리에 나와 곳곳에서 시위가 열렸다. 홍콩 정부는 지난 2003년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50만 명에 달하는 시민이 거리로 나와 이를 반대해 법안을 취소한 바 있다[BBC 뉴스 코리아]
'Guide Ear&Bird's Eye17 > 홍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 1주년...주민들 "독립 요구" (0) | 2020.06.10 |
---|---|
홍콩 출신 전인대 위원, 이달안에 ‘국가안전법제’ 성립 시사 (0) | 2020.06.08 |
홍콩, '텐안먼 추도 집회' 30년 만에 금지 (0) | 2020.06.02 |
북한 “홍콩 보안법 중국 지지”…대중 우호관계 부각 (0) | 2020.06.02 |
홍콩 시위: '존슨 총리, 홍콩보안법 대응 국제 동맹체 구성해야' (0) | 2020.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