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 처형 20년

"집 밖이나 안에서도 절대 차우셰스쿠 얘기를 꺼내지 않았어요. 비밀경찰이 항상 감시하고 있었으니까요."
루마니아에서 대학을 마친 뒤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이주해온 페리(44) 씨는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가 펼친 도청, 고문 등 강압 통치가 끔찍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웃에 살던 청년 한 명이 다른 나라로 탈출하려다가 국경에서 붙잡혀 끌려왔는데 코뼈가 비뚤어질 정도로 맞았다"고 전했다.

   또 유일한 TV방송인 국영TV 방송은 주중에 5분 가량 뉴스를 보도한 뒤 차우셰스쿠를 찬양하는 방송만 2시간 내보내고 끝났고, 외국에 사는 친인척이 보내준 외화는 은행에서 찾을 수도 없었다고 그는 기억했다.

   20년 전 성탄절. 차우셰스쿠는 그해 12월16일 촉발된 반(反)정부 시위가 순식간에 민중봉기로 변하자 전용헬기를 타고 도주하다 붙잡힌 뒤 특별군사법정에서 반역ㆍ살인죄를 선고받고 부인 엘레나와 함께 5분 만에 즉결처형됐다.

   차우셰스쿠는 1971년 방문한 북한에서 김일성 정권의 주체사상과 개인 우상화 정책에 영향을 받아 독재체제 유지를 위해 북한식 통치방식을 적극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력 독점을 위해 1974년부터 대통령직을 겸임하고 부인 엘레나를 각료회의 제1부수상에 앉혔다. 또 두 아들을 비롯해 친인척 40여명을 주요 요직에 배치했다.

   또 영구집권을 위해 자신을 '카르파티아 산맥의 천재(GENIUL MUNTII CARPATI)'로 부르는 등 개인숭배 정책도 펼쳤다.

   특히 1980년대부터 비밀경찰 조직인 세쿠리타테를 활용해 강압 통치를 펼치면서 반대세력에 대해선 무자비한 탄압을 자행했다. 그의 집권 기간 처형된 사람이 6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천여개의 도청센터와 도청기 300만대를 통해 2천만명인 루마니아 전 국민을 사실상 감시하고 있었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루마니아 출신 독일 여성작가 헤르타 뮐러(56)는 "독재정권으로부터 매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강탈당하는 사람들을 위한 문장을 하나라도 쓰고 싶었다"며 차우셰스쿠의 억압통치가 그의 글쓰기의 출발이었다고 말했다.
경제 운용과 관련, 차우셰스쿠는 러시아로부터 자금을 빌려 공장을 짓고 여기서 생산된 제품들을 러시아에 수출하는 모델을 채택했으나 이 전략은 대외부채 증가로 결국 실패했다.

   이에 수입을 규제하고 농산물 수출을 추진하면서 1980년대 루마니아는 당시 동유럽 국가 중에서도 최악의 경제 상황으로 치달았다.

   차우셰스쿠의 아들 발렌틴 차우셰스쿠는 24일 AP통신과의 회견에서 측근들이 아버지를 세상과 차단한 탓에 잘못된 통치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마지막 순간까지 오판했다고 말했다.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