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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 달러’ 盧 前대통령, 퇴임전 알고 있었나 본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지난해 2월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직전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에게 500만 달러를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의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전직 대통령 측에 거액이, 그것도 퇴임 이전에 흘러갔다는 사실은 경우에 따라서는 전직 대통령의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대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어디로 가나=지난해 11월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가 구속된 뒤 검찰과 정치권에서는 결국 노 전 대통령이 최종 타깃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대부분의 검찰 관계자들이 “검찰 수사에 목표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지만, 박 회장의 정관계 로비 수사의 종착점은 노 전 대통령 쪽이 될 것이라는 관측을 강하게 부인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검찰은 이달 중순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을 구속한 뒤 송은복 전 경남 김해시장, 추부길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 박정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 공직자 출신 인사들을 구속했다.
수사 과정에서 큰 장애가 없고 혐의를 부인하기 어려운 공직자 출신 인사들이 형사처벌 우선 순위였다는 해석이 검찰 주변에서 흘러나왔다.
그 다음은 민주당 이광재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혐의를 모두 부인했지만 구속됐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 의원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는 정치권 쪽으로 기수를 돌리는 형국이 됐다. 그 뒤 한나라당 박진 의원과 민주당 서갑원 의원이 소환 조사를 받으면서 검찰 수사가 정치권에 소용돌이를 일으킬 거라는 의견도 나왔지만 수사의 종착점이 어디인지는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다.
검찰 안팎에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당연한 수순으로 거론되지만, 결국 최종 판단은 여권 핵심부의 의중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면 수사는 단순히 비리수사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고개를 들고 있지만 명확하게 혐의가 포착되지 않는 한 검찰로선 부담스러울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수사한다 해도 쉽지 않다”=노 전 대통령 측이 금품 로비와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다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인척에게 500만 달러가 전달됐다는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가 중요하다. 돈은 노 전 대통령 퇴임 직전 건네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노 전 대통령이 그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에 따라 ‘거액이 전달됐다’는 사실은 해프닝이 될 수도 있고 범죄도 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 퇴임 전에 돈이 전달됐다 해도 노 전 대통령이 그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면 법적으로 문제 삼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으로부터 돈이 건네졌다는 사실을 재임 기간 중에 알았다 해도 검찰 수사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검찰이 그러한 정황을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입증해 낼 수 있어야 형사적으로 문제를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전 대통령 측에 500만 달러라는 거액이 전달된 것 자체의 폭발성 때문에 검찰이 그냥 지나갈 수는 없다는 견해가 훨씬 많다. 국정에 대한 포괄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노 전 대통령에게 지난 정권 내내 핵심 후원자로 알려졌던 박 회장이 거액을 건넸다면 당연히 뭔가 대가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돈이 건네진 경로도 복잡하다. 검찰은 홍콩의 APC에서 나온 500만 달러가 신한은행 홍콩지점을 거쳐 HSBC와 씨티은행 등을 통해 미국 등으로 흘러나간 정황을 포착하고 홍콩 사법당국에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에 이렇다 할 연고가 없는 연 씨가 어떻게 미국에 거액을 건네받을 계좌를 개설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박 회장의 비자금이 DNS사를 통해 연 씨에게 건네졌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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