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Pacific Region Intelligence Center
대학로 유골 14구…경성의전 해부학교실 흔적? 본문
|
||||||
어린아이 두개골에 예리한 절단 자국
타살혐의 나와도 공소시효 지났을 가능성
■ 한국전쟁 피해자? 근거 불충분 유골을 먼저 조사한 기관은 국방부였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전사자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국방부는 군인은 아닌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국군임을 나타내는 근거가 전혀 없었고 신체적 특징이 여성으로 보여 경찰에 넘겼다”고 설명했습니다.
민간인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 의문의 백골들이 누구인지 여러가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선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들이 방공호에 숨어 있다가 폭격 등으로 집단적으로 숨진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어린이 두개골의 절단 흔적 때문에 이 추측은 힘을 얻지 못했습니다. 학살당한 뒤 버려진 것이란 추측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역시 총알 등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전혀 나오지 않아 불확실합니다.
■ 해부용 주검? 의대 해부실과 지척 거리 현재 나온 유력한 추측은 의과대학에서 해부학 실습을 한 뒤 버린 주검일 것이란 의견입니다. 어린이 두개골의 잘린 흔적이 해부할 때 절단하는 것과 비슷하며, 유골이 나온 자리가 서울대 의대의 전신인 옛 경성의학전문학교(경성의전) 터이기 때문입니다. 서울대 건축사 연구실 주상훈 연구원은 “1920년대 각종 지도들을 종합해보면 유해가 발견된 자리는 공터였고, 한국국제협력단 본관 자리엔 교수 실험실이, 제1별관 자리엔 병리해부실 및 부속실이 있었고 본관 위쪽 건물에 해부학 교실이 있었다”며 “유골이 발견된 곳은 당시 경성의전 해부학교실에서 60미터 떨어진 곳이고 병리해부실과는 40미터 떨어진 곳”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골들이 광복 이전 것으로 밝혀진다면 일제시기에 경성의전에서 해부실습한 뒤 버려진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경찰은 아직 해부와 관련한 증거가 나온 것이 아니어서 ‘해부용 주검설’에 대해 무척 조심스러워하는 상황입니다.
■ 수사는 어떻게 하나? 이 유골들의 정체를 파악하려면 시기를 밝히는 것이 우선이므로 경찰은 수습한 유골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에 넘겼습니다. 국과수 이양한 유전자 연구실장은 “뼈에서 디엔에이를 뽑아내는 거라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릴 것”이라며 “유골이 외부 환경에 노출돼 디엔에이 손상이 심하고 디엔에이 양도 적어 뽑아내기가 무척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힘들게 디엔에이를 뽑아내도 문제가 풀리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디엔에이만으로는 시기를 밝히기 어렵고, 유골 디엔에이와 비교할 유가족의 디엔에이 샘플이 있어야 신원을 밝힐 수 있습니다. 실제 국방부가 2000년 유해발굴감식단을 꾸려 지난해까지 찾은 2855구 유골 가운데 다른 근거 없이 디엔에이 추출만으로 신원을 밝힌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합니다. ‘내 가족을 찾아달라’며 디엔에이 샘플을 맡긴 유가족이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대학로 유골도 마찬가지로 경찰이 확보하고 있는 샘플과 일치하는 게 없으면 소용이 없게 됩니다. 그래서 국과수는 법인류학, 유전학 전문가 등을 모아 유가족 디엔에이 없이 시대를 추정할 근거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 범죄 희생자로 밝혀진다면? 시대가 밝혀져도 타살 혐의가 없으면 경찰 수사는 끝나게 됩니다. 하지만 타살 혐의가 나와도 수사는 더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유골 상태로 보아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면서 “혹시 모를 가능성을 위해 국과수에 의뢰한 것인데 공소시효가 지났으면 수사가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 유골들은 어떻게 처리될까요? 신원이 밝혀지면 유가족에게 넘기지만 그렇지 않으면 서울시가 무연고 시체로 화장 처리하게 됩니다. 다만 아직 대학로 유골들은 ‘무연고 시체’인지 ‘무연고 분묘’인지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주검이 흙으로 채워진 상태라면 무연고 분묘, 흙이 없이 공간상에 있었다면 무연고 시체로 간주됩니다. 대학로 유골은 누군가 만든 지하공간에서 발견됐는데, 유골들 위로 여유공간이 있었습니다. 분묘든 시체든 처리는 똑같지만 정확한 해석 역시 이들이 과연 어느 시기 어떻게 숨졌는지 결론이 지어진 뒤에 내려질 예정입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newspickup_section/330842.html
'-미국 언론- > 한국 언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리노이 주지사 탄핵안 내주 표결 가능성 (0) | 2009.01.03 |
---|---|
美, 이스라엘에 지상군 투입 자유행동권 (0) | 2009.01.03 |
이스라엘인 65%, 가자에 지상군 투입 원해 (0) | 2009.01.01 |
李대통령, "PKO활동 국제사회 존경받는 길" (0) | 2009.01.01 |
‘SBS 연기대상’ 문근영 “감사보다 죄송하다” (0) | 2009.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