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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김정일 건강이상'에 철저히 대비해야 본문

-미국 언론-/한국 언론

<연합시론> `김정일 건강이상'에 철저히 대비해야

CIA Bear 허관(許灌) 2008. 9. 10. 20:40

 (서울=연합뉴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병설'에 온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북한 정권 수립 60주년을 맞아 그 어느 때보다 성대하게 치러졌어야 할 김일성 광장의 군사 퍼레이드에 김 위원장이 돌연 불참한데다 행사 규모도 예년과 달리 대폭 축소되자 서방언론들이 이를 `건강이상'과 연계시키면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건강이상설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청와대를 비롯한 외교안보라인이 긴급대책회의를 갖는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통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정통한 외교소식통의 언급도 `변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상징후가 감지됐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평양의 상황은 간단치 않을 수도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불투명한 체제인 북한 당국이 이런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리가 만무하지만 어쨌든 특수한 상황인 만큼 정부는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단계별 대응전략을 꼼꼼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올해 66세인 김 위원장은 비만으로 인한 당뇨 외에 유전적으로 고 김일성 주석의 사인이었던 심장계통의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그의 건강을 둘러싼 각종 추측이 난무했던 게 어제 오늘의 상황은 아니다. 의료선진국의 전문 의료진으로부터 검진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화 됐으며, 작년 5월에는 심근경색증으로 독일 의료진으로부터 바이패스(관상동맥 우회) 시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때는 이전과 달리 수척하고 노쇠한 모습을 보였으나 "환자도 아닌데 집에서 뻗치고 있을 필요가 없죠"라고 건강이상설을 부인하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전에도 정권 창건 기념식때마다 꼬박꼬박 단상에 등장했던 김 위원장이고, 올해의 경우 대대적인 행사가 예고된 정권 창립 60주년인 만큼 사열과 열병식 등을 통해 자신의 건재를 한껏 과시했을 기회였는데도 모종의 신변이상이 그를 주저앉힌 것이다. 특히 경제난과 식량난 등으로 90년대의 `고난의 행군'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 속에 주민들의 동요를 달래고 대내 결속을 다져야 하는 시기인지라 그의 불참은 갖가지 추측을 낳고 있다.

  
그의 건강이상설이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권력세습과 군부통치, 집단지도체제 중 그 어느 쪽이건 후계구도가 미처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작스런 변고가 생길 경우 북한 사회의 내부적인 대혼란은 물론 그 여파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 때문이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 더 나아가 동북아 정세의 안정과도 직결된 만큼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은 6자회담 참가국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의 조롱과 비난을 무릅쓰고 세습으로 갈 경우 후계는 김 위원장의 세 아들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군부 통치 또는 당.군 수뇌부로 이뤄진 집단지도체제 등 몇 가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건 북한 사회의 동요와 혼란은 불가피하며 그런 과도기적 상황에서 혹시라도 권력투쟁이나 판단착오로 인한 돌발사태라도 발생한다면 예측불허의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특히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이후 `조정단계'라고는 하지만 남북관계가 대치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한데다 북핵 문제가 미결인 상태에서 체제 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아직 구체적인 대비책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한반도 위기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정부는 현재 여러가지 상황에 대비해 단계별 시나리오를 점검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 군은 북한 군의 동향을 철저히 감시하고 철통같은 경계태세를 갖춰 북한이 오판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외교안보라인 역시 대북 정보수집에 차질을 빚거나 상황 판단에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해서는 안된다. 한미 공조는 물론이거니와 중국과 일본 등 다른 주변국들과도 긴밀한 채널을 유지하면서 북한 내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후속조치에 이상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간단한 심장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라는 설도 있지만 당장 모든 것을 확인하기가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정부는 차분하되 신속하고도 정확한 상황 관리로 국민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끝)

http://www.yonhapnews.co.kr/advisory/2008/09/10/2201000000AKR2008091014100002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