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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시민사회 탐구와 연대의 '새로운'공간 - 허성우 (성공회대학교 민주주의와사회운동연구소 연구교수) 본문

-국가주석이나 대통령 임기제한/로마교황청

아시아 시민사회 탐구와 연대의 '새로운'공간 - 허성우 (성공회대학교 민주주의와사회운동연구소 연구교수)

CIA bear 허관(許灌) 2007. 4. 14. 19:33
아시아 시민사회 탐구와 연대의 '새로운'공간 - 허성우
 

아시아 시민사회 활동가들을 위한 대학 내 연구 공간

성공회대학교는 199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NGO대학원을 설립하고 이후 국내 NGO 활동가들을 위한 석사과정을 운영해 왔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봄 학기에 아시아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을 위한 NGO 학위과정을 개설했다. 메인즈(MAINS)는 Master of Arts in Inter-Asia NGO Studies의 약자이다. 메인즈 운영팀의 정보에 따르면 사회운동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아시아 비정부기구학 전문 석사과정이 있다는 것은 확인된 바가 없다. 근대화 이후 상당히 축적된 고도의 경쟁문화, 발전에 대한 끝없는 욕망과 배타적 민족주의 감성에 힘입어 한국 사람들이 매우 즐겨 쓰는 수사 중 하나가 된 ‘최초’ 담론의 문제점을 익히 알고 있는 필자로서 또 하나의 ‘최초’ 담론을 쓴다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다. 그러나 굳이 쓰는 이유는 메인즈의 새로움을 말하기 위해서이다. 새로움이라는 언어는 낡아 보이고 새로 나온 상품들 외에는 새로운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현실에서 메인즈가 지향하고 걷는 길의 새로움을 손끝에 만져보기 위해서이다.

왜 메인즈(MAINS)인가?

‘아시아’가 한국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일단 무엇이든지 열기가 오르면 급기야 유행이 되고야 마는 회오리바람의 사회(Society of Vortex) 한국에서 ‘아시아’는 무엇인가. 동북아 안보 평화협력체계 구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정치적 기획들, 1980년대 후반 이후 아시아에 진출하기 시작했던 기업들, ‘한류’를 형성한 대중문화의 아시아 진출과 미디어의 아시아에 대한 기획 보도들, 국내 여러 대학의 아시아 학생들을 위한 국제관계학 프로그램이나 한국어 교육과정 등 특수교육과정 등의 제도적 장치들이 아시아에 대한 ‘담론’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장이자 아시아교육연구원장으로 최근 취임한 오재식 선생에 따르면 이런 주류 권력과 문화적 장치들이 만들어 내는 담론은 우리를 오해로 인도한다. 이 주류 담론은 아시아를 경제활동의 대상으로 보면서 아시아를 상품화한다. 그리고 미국 주도의 세계경제질서에 대항하는 정치·경제적 블록으로서의 아시아는 국가 혹은 국제 정치의 대상물로 나타난다(서귀포 인터넷 일간신문, 2006.6.28.). 나아가 아시아는 한국보다 덜 민주주의적이며, 덜 발전한 존재로서 교육의 대상자요 경제 수혜자로 나타나면서 한국과 아시아 사이에는 수직적 관계가 형성된다. 한국은 아시아를 선진국 미국의 눈을 통해서 ‘바라’본다(오마이뉴스, 2006.10.27.).
메인즈는 아시아 시민사회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활동가들이 경험을 나누며 배우고 아시아 시민사회 운동과 이론들을 이들의 눈으로 다시 보며 탈식민지적 지식을 생산하기 위한 공간이다. 여기서 핵심 교육정책은 소통과 상호 배움이다. 학생과 교수 그리고 한국 사회와 아시아 사회가 서로를 듣고 이해하고 배우는 과정이다. 미국과 유럽이 장악해 온 아시아에 관한 지식생산체계를 아시아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눈으로 읽고 비판하고 토론하며 이것을 새로운 것으로 다시 만들고자 한다.

아시아, 불안정의 호(弧)로부터의
탈출을 위한 연대 의지와 실천


키니데 무샤코지(전 유엔대학 부총장) 선생은 아레나
(ARENA, Asian Regional Exchage for New Alternatives)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분이다. 아레나는 아시아 지역의 학자들과 사회운동활동가들의 네트워크로 지난 20여 년 동안 아시아 지역의 풀뿌리 지역수준에서부터 지식사회와 운동조직들에 걸쳐서 진보적이고 민중이 중심 되는 사회개혁 이슈들을 연구, 교육하고 알리며 대안적인 모델을 추구해왔다. 2006년 4월 성공회대학교와 아레나는 아시아 시민사회 연구와 교육에서의 협력을 골자로 한 협정을 맺었다. 이를 계기로 아레나는 홍콩 사무실을 축소하고 성공회대학교 안에 서울사무실(ARENA Centre in Seoul)을 열게 되었다. 메인즈는 아레나와 성공회대학교 협력의 첫 번째 산물이기도 하다. 이런 인연으로 무샤코지 선생은 메인즈의 명예 의장 교수 직을 맡고 있다.
지난달 초 메인즈 개강 기념 아시아 석학 초청강연에서 선생은 아시아 국가들이 어떻게 ‘내생적’ 민주주의를 실현해 갈 것인가 하는 화두를 던졌다. 지구적 패권국가인 미국의 ‘대 테러전쟁’은 아시아 국가들의 내생적 민주주의를 방해하면서 미국식 외생적 민주주의를 전파하려는 기획이며 이 과정에서 중동으로부터 동북아시아를 연결하는 기다란 ‘불안정의 호(弧)’가 그려졌다. 미국의 입장에서 이 ‘불안정의 호(弧)’의 두 개의 전략지대는 팔레스타인과 한반도이다. ‘불안정의 호(弧)’는 곧 ‘재식민화의 호(弧)’이기도 한데 재식민화에 맞서 싸우는 것이 내생적 민주화를 이룩해야 할 아시아 시민사회의 몫이라는 것이다(무샤코지 선생 강연록, http://www.democracy.or.kr).
주류 사회의 아시아 접근과 달리 시민사회 단체와 여성운동 조직의 아시아 관련단체들과의 교류와 연대 그리고 아시아 사회의 이슈들을 직접 다루는 작은 풀뿌리 조직들의 출발은 마치 아시아의 외부로 존재했던 한국 사회에서 매우 의미 있는 변화이다. 메인즈는 무샤코지 선생이 개념화한 탈재식민화(de?recolonialisation)나 필리핀 사회학자 월든 벨로 선생의 탈지구화(de?globalisation)(월든 벨로 강연록, 위 사이트 참조)가 엄청난 다양성과 이질성을 내포한 아시아 시민사회들에게 연대의 한 지점이 된다고 인식한다. 아시아 사회운동과 여성운동 사이의 연대 그리고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 내기 위해 아시아 시민사회와 대학간 연대가 필요하다고 인식한다. 메인즈가 이 연대의 촉매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실천한다.

메인즈(MAINS)과정 둘러보기

2007년 과정은 아시아의 지구화, 민주주의, 평화라는 세 가지 필수과목을 만들었다. 아레나 펠로우로 방글라데시 출신의 사회운동 활동가이자 가르치고 책을 쓰는 사회과학자이며 시인인 모히우딘 아마드(Mohiuddin Ahamad) 초빙교수가 성공회대학교 교수진과 함께 가르치고 있다. 영어로 진행되는 1년 4학기제의 이 집중 과정은 필수과목 외에 아시아의 발전, 환경, 젠더, 종교와 문화 등을 이해하는 과목들을 개설하고 있다. 특별히 여름학기에는 ‘민주주의’를 주제로 10일 동안의 숙박 교육과정을 기획 중인데 한국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한편 정규과정 외에 개인들의 삶을 나누는 활동 경험 나누기 워크숍(Life Experience Workshop)이 있고 관심에 따라 여러 한국 사회운동 모임들에 참여하고 방문하는 기회를 갖는다.


  현재 학생들은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버마, 몽고, 스리랑카,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에서 온 10명과 한국 학생 2명이다. 이들은 최소 5년에서 최대 20여 년의 사회운동 경력을 가진 남성 활동가 5인과 여성 활동가 5인이다. 지원자들 중 아시아 학생 10명에게는 1년 동안 최소한의 생활비를 포함한 전액 장학금이 주어진다. 일본과 한국 등 보다 발전한 나라 외 아시아 국가들의 합격자들에게는 당분간 장학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성공회대학교는 없는 것이 많은 대학이고 (‘교문, 담, 교수식당, 총장 판공비’가 없고, 학생과 교수의 수도 적다), 결정적으로 ‘돈’이 없다”(한겨레21, 2004.6.16. 514호). 그래서 가난한 아시아 활동가들에게 장학금 없이 공부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 대학과 뜻있는 기업, 시민사회 기금으로 전액장학금을 만들었다. 올해는 현대기아차그룹 외 중소기업들과 5·18기념재단, 아름다운재단 등 시민사회 후원이 든든한 지지가 되었다. 이른바 대학, 기업과 시민사회간 삼자협력체제 모델의 실현이다. 지난 해 많은 지원서류들을 검토하며 장기간 휴식 없이 일해 온 활동가들이 지적인 환기를 통해 휴식하고 새 힘을 축적하는 기회를 절실히 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삼자간 협력모델의 의미는 충분함을 넘는다.


거대한 정치적 기획과 일상의 작은 축제들

메인즈 학생들이 ‘집들이’ 잔치를 열었다. 결코 호화롭지 않은 기숙사다. 몽고의 만다가 지은 밥과 감자샐러드, 방글라데시의 마퓨자가 지은 카레밥, 인도의 보노짓이 만든 돼지고기 볶음에 태국의 닐라니가 만든 새우에 토마토, 버섯, 레몬즙과 줄기를 넣어 끓인 국을 맛있게 먹었다. 작은 방에서 북적이며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이야기하고 춤을 추었다.
말레이시아의 바드룰은 촛불기원에서 민주주의를 위해서 죽을 수도 있다며 깊이 울었다.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으로, 민주주의여 만세”를 불렀던 1980년대를 생각했고, 그 친구와 함께 운다는 것은 미완의 현재를 살아가는 내가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과거를 현재로 기꺼이 다시 불러들이는 시간들의 교차이자 새로운 시간의 탄생을 의미한다.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의 공간과 말레이시아라는 그의 공간의 교차이며 경계가 교란된 두 공간들이 다시 거대한 ‘불안정의 호(弧)’선 상에서 만들어내는 하나의 새로운 공간의 탄생을 뜻한다. 이것이 새로움의 실체다. 메인즈의 거대한 정치적 기획은 일상의 작은 축제들 안에서 몸을 입는다.

글·사진제공 허성우 성공회대학교 민주주의와사회운동연구소 연구교수. 여성학 박사. 메인즈 개설 실무책임을 맡았었고 현재 NGO대학원 내 메인즈와 실천여성학과정에서 여성학 과목들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