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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세계 1·2위 꺾고 한국 13번째 금메달… 올림픽 최다 金 타이 본문
김유진, 세계 1·2위 꺾고 한국 13번째 금메달… 올림픽 최다 金 타이
CIA bear 허관(許灌) 2024. 8. 9. 08:50
한국 여자 태권도 기대주 김유진(24·24위)이 세계 5위와 4위, 1위, 2위를 차례로 ‘도장 깨기’하듯 격파하고 올림픽 금메달을 품었다. 한국 선수단은 김유진이 따낸 13번째 금메달로 2008 베이징, 2012 런던 대회에 이어 역대 최다 금메달 타이 기록을 세웠다.
김유진은 8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태권도 여자 57kg급 결승전에서 세계 2위이자 작년 세계선수권 챔피언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을 2대0(5-1 9-0)으로 눌렀다.
김유진은 1라운드를 잡았다. 김유진이 긴 다리로 얼굴을 노리자 키야니찬데가 연속적으로 김유진의 발을 잡으며 감점을 당했다. 막판 김유진이 몸통 공격을 성공하며 5-1로 승리했다.
김유진은 2라운드에서도 머리 공격을 성공하며 3-0으로 앞섰다. 키야니찬데의 공격을 피한 김유진은 몸통 공격을 성공하며 5-0으로 점수를 벌렸다. 상대 감점으로 6-0. 또 몸통을 때리며 8-0으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패배를 인정한 키야니찬데는 경기가 다 끝나기 전에 김유진에게 악수를 청했다. 9-0으로 금메달을 확정한 김유진은 도복에 있는 태극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세리머니로 기쁨을 만끽했다.
여자 57kg급에선 2008년 베이징 대회 임수정 이후 16년 만에 나온 금메달. 이 체급에선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00 시드니(정재은)부터 2004 아테네(장지원), 2008 베이징(임수정)까지 한국이 우승을 독식했지만, 2012 런던 대회부터는 메달이 하나도 없었는데 김유진이 그 침묵을 깼다.
도쿄 올림픽에서 ‘노 골드(은1 동2)’ 수모를 당했던 한국 태권도는 첫날 박태준이 남자 58kg급에서 우승한데 이어 김유진도 정상에 오르며 벌써 금메달 2개를 수확, 종주국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24위의 반란이었다. 하위 랭커 김유진은 상위 랭커들을 하나씩 제압하고 시상식에서 애국가를 울렸다. 앞서 16강전에서 5위 하티제 일귄(튀르키예)을 2대0으로 잡은 그는 8강전에서는 4위인 한국계 캐나다 선수 스카일라 박을 2대0으로 완파했다. 4강전에선 체급 최강자 1위 뤄쭝스(중국)까지 2대1로 물리쳤다. 결승 무대에서도 2위 키야니찬데를 잡으면서 이변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김유진은 올림픽을 앞둔 미디어데이에서 “첫 판이 긴장될 것 같은데 16강만 잘 넘기면 쭉쭉 올라갈 것 같다”고 했는데 그 말처럼 일귄과 첫 경기를 잘 치른 뒤 승승장구했다.
사실 김유진은 파리로 오는 길부터 험난했다. 남자 58kg급 박태준과 80kg급 서건우, 여자 67kg초과급 이다빈이 WT(세계태권도연맹) 랭킹 5위 안에 들어 파리행 티켓을 따낸 것과 달리 김유진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한국 태권도의 남은 티켓 한 장이 대륙별 선발전을 통해 주인공이 가려지는 상황에서 대한태권도협회는 내부 협의를 통해 여자 57kg급 올림픽 티켓에 도전하기로 했다.
김유진은 지난 2월 자체 선발전을 통해 아시아 선발전 출전 선수가 됐다. 그는 3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 선발전 4강전에서 줄리맘(캄보디아)을 상대해 쉴 새 없이 머리 공격을 적중하며 승리, 체급별 상위 2명에게 주는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그렇게 김유진은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었다.
김유진은 “이대훈 코치님에게 ‘올림픽에 대한 부담을 어떻게 이겨내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이 코치님이 ‘유진이가 국내 선발전과 대륙 선발전이란 큰 부담을 두 번 이겨냈으니 올림픽 별거 아닐거다’라고 했는데 그 말이 큰 도움이 됐다”며 “부담이 안된다면 거짓말이지만, 올림픽이 다가오는 게 설레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회를 앞두고 “지금이 내 태권도의 정점인 시기 같다”며 “하면 할수록 좋아진다고 느낀다”고 했다. 그 자신감이 금메달을 불렀다.
김유진은 별명이 ‘빨대’다. 키가 크고 말랐기 때문. 57kg급에 나선 그의 키는 183cm라 국제 무대에서도 피지컬에선 밀리지 않는다. 긴 다리로 빠르게 찍어누르는 머리 공격이 일품. 뤄쭝스와 4강전 때터럼 접근전에서도 다리를 높이 올려 얼굴을 가격한다.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속 캐릭터 춘리처럼 한 발을 계속 든 채 속사포처럼 차는 공격으로 상대 혼을 빼놓기도 한다.
김유진은 “키가 큰데 스피드도 좋아 상대가 쉽게 들어오지 못한다”고 자평한다. 큰 키에 비해 파워가 부족해 힘에 부칠 때가 있어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체력을 키우는 유산소 훈련에 매진했다. 프랑스·스페인 전지 훈련에서 유럽 선수들을 만나 실점 경험을 쌓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김유진은 8살 때 할머니가 자신의 몸을 보호하라는 의미로 도장에 데리고 가면서 태권도와 만났다. 서울체고 재학 시절 청소년 국가대표에 선발돼 2017년 캐나다 버나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여자부에서 유일하게 금메달을 수확하며 기대를 모았다. 한국체대 소속으로 2019 나폴리와 2023 청두 유니버시아드를 우승한 그는 작년 울산광역시체육회에 입단했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동메달을 땄다.
‘롤 모델’은 ‘배구 여제’ 김연경. 김유진은 “강한 멘털과 특유의 카리스마를 본받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올림픽이 끝나면 원 없이 자는 게 꿈”이라며 “해외는 대회에 나간 기억 밖에 없는데 일본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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