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궈원구이, 미국서 사기 혐의로 유죄 평결 … 중국 부동산 재벌은 어떻게 친트럼프 자금과 연관됐나 본문

Guide Ear&Bird's Eye/영국 BBC

궈원구이, 미국서 사기 혐의로 유죄 평결 … 중국 부동산 재벌은 어떻게 친트럼프 자금과 연관됐나

CIA Bear 허관(許灌) 2024. 7. 19. 15:18

궈원구이와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미국으로 망명한 중국 재벌 궈원구이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사기 및 자금 세탁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중국에서 한 때 부동산 제국을 건설했던 궈원구이는 어쩌다 미국에서 수십억달러 규모의 사기를 벌이게 된 것일까.

도시의 최초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막 끝나가던 무렵인 2020년 6월 초, 미 뉴욕 시민들은 갑자기 날아든 소형 비행기 떼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시민들의 머리 위를 빙빙 맴돌던 이 비행기는 ‘신중국연방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파란색 현수막을 매달고 있었다.

누군가가 관심을 끌고자 벌인 장난인 것일까? 아니면 이상한 선전 활동인 것일까.

이 미스터리는 그로부터 며칠 뒤 궈가 스티브 배너 전 백악관 수석전략과와 함께 온라인 생방송에 출연하면서 풀리게 된다.

자유의 여신상 근처에 떠 있는 배를 탄 이 두 사람의 뒤로 그 파란색 배너와 똑같은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던 것이다. 궈와 배너는 어색한 모습으로 교대로 카메라를 쳐다보며 말을 꺼냈다.

궈는 “우리는 마르크스-레닌주의, 즉 (국제사회에서) 외톨이 같은 중국 공산당 전체주의 정권을 없애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중국 지도층에 대한 반감, 공화당 대 트럼프에 대한 충성, 코로나19 및 백신 관련 음모론 신봉 등의 공통점을 바탕으로 온라인에서 여러 지지자를 모은 두 사람의 가장 최신 협업 결과물이었다.

해당 온라인 생방송 4년 뒤, 궈는 공갈, 사기, 자금 세탁 등 총 12건 중 9건에 대한 유죄 평결을 받게 된다.

배넌과 궈가 함께 등장하는 영상 속 한 장면

자금 사용의 흔적

미 검찰은 궈가 자신의 인맥과 온라인상에서의 영향력을 이용해 지지자들을 갈취했다고 본다.

중국 반체제 인사 수천 명이 (대부분이 해외에 거주한다) 궈에게 자금을 송금했다. 이들은 궈가 벌이는 사업의 주식 및 암호화폐를 사들이는 줄 알았다.

그러나 검찰은 궈와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사업 파트너 킨밍제가 이 돈을 투자하는 대신 고가의 부동산, 요트, 스포츠카, 100만달러짜리 깔개, 14만달러짜리 피아노 등을 사들이고 고위험 헤지펀드에 투자하며 사치스러운 삶을 영위했다고 주장한다.

BBC는 궈에게 수천달러를 송금했다는 몇몇 지지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미국 거주 10년째인 중국계 이민자 코코(가명)는 “매일 궈의 온라인 생방송을 봤다”고 털어놨다.

지지자들의 보복이 두려워 가명을 사용하는 코코는 “그의 영상은 정말 놀라웠다 … 우리는 궈를 전적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다른 지지자들과 과 마찬가지로 코코 또한 궈가 중국 공산당에 반대한다는 점, 중국 고위 관료들의 치부에 접근할 수 있다는 주장에 매력을 느꼈다.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코코는 궈와 배넌이 설립한 미디어 기업 ‘GTV’에 투자하게 됐다. 코코는 궈와 직접 대화할 수 있다고 약속하는 ‘왓츠앱’ 그룹에도 초대됐으며, 궈를 반대하는 사람의 집 밖에서 벌이는 시위에도 참여했다. 돈을 받고 시위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었으나, 대가를 받지 못하면서 의심이 싹트게 된다.

“궈가 한 번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게” 된 것이다.

미 검찰은 지지자들이 건넨 자금이 440만달러(약 60억원)에 달하는 맞춤형 ‘부가티’ 스포츠카 구입 등에 사용됐다고 말한다

코코는 6000달러 정도 투자했다고 하며, 코코의 친구 중엔 궈의 측근 세력이 되고자 10만달러 이상을 투자한 이도 있었다.

검찰은 피해자들이 막대한 투자 수익을 약속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궈의 회사와 재단엔 막대한 자금이 흘러들어갔으나, 지난해 궈는 자신의 자산이 10만달러도 되지 않는다며 파산을 신청했다.

개천에서 난 용

궈는 파산이 무엇인지 몸소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해 ‘더 뉴요커’지에 실린 프로필에 따르면 1970년 중국 북동부 산둥성에서 태어나 일곱 남매와 함께 자란 그의 어린 시절은 가난했다.

심지어 옥살이도 했던 궈는 출소 이후 부동산 개발업에 뛰어들게 되고, 이 덕에 중국 최고의 부자 반열에 오르게 된다. 궈는 자신이 중국 내 정보기관에도 연줄이 닿아 있었다고 말한다.

궈의 주장에 따르면 이러한 부와 연줄 덕에 내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맥 때문에 일부에선 그가 중국 정부를 위해 일하는 이중 스파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번 미 법정에서도 이러한 의혹이 제기됐다.

궈원구이가 개발한 베이징 소재 불꽃 모양 건물인 ‘판구 플라자’의 모습 (2017년 사진)

그러던 2014년, 정보기관 내 지인 중 하나가 체포되고, 사업적 분쟁을 겪게 된 궈는 중국을 탈출해 런던으로 향했고, 이후 뉴욕으로 건너갔다.

궈는 런던과 뉴욕에서 유명인들을 알게 된다. 2015년, 궈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운영하는 재단에 210만파운드(약 37억원)을 기부했다. 그리고 이때 얻은 블레어 전 총리의 추천장 등을 바탕으로 맨해튼 소재 고급 아파트 펜트하우스를 구입할 수 있었다. 이번 달 미 연방수사국(FBI)이 급습한 바로 그 아파트다.

해외에 거주하는 다른 반체제 인사들과 달리, 궈는 조용히 살아가고 싶지 않아 했다. 오히려 여러 고위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등 중국 지도층에 대해 공공연하게 반대 목소리를 냈다.

중국 지도부도 궈를 싫어하긴 마찬가지였다. 중국 정부는 그가 뇌물 수수, 납치, 사기, 돈세탁, 성폭행 등을 저질렀다면서 인터폴을 통해 ‘적색 수배’ 명단에 올렸다.

2017년, 궈는 트위터 계정을 개설하고 여러 미디어 플랫폼에서 지지층을 다지는 한편, 중국 당국으로부터 박해를 받고 있다며 미국에서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같은 해 말, 궈는 백악관 수석전략가 자리에서 쫓겨난 배넌을 만나게 된다. 공통점을 발견한 두 사람은 서로의 팟캐스트, 온라인 영상에 함께 자주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유출된 문서에 따르면 궈가 소유한 기업 중 한 곳은 배넌에게 컨설팅 명목으로 100만달러를 지불하기도 했다.

이후 두 사람은 GTV를 공동 설립하게 된다.

궈원구이는 뉴욕시 맨해튼 소재 이 고급 아파트 펜트하우스의 소유자였다

SNS 분석 업체 ‘그래피카’의 카일 와이스 선임 연구원은 지난 2021년 SNS 콘텐츠 공세에 힘입어 어떻게 궈가 온라인상에서 영향력을 키웠는지 설명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와이스 연구원은 “궈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언론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중국 공산당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던 그는 빠르게 지지층을 확보했다”면서 “이는 매우 흥미로운, 흔히 볼 수 없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와이스 연구원의 분석은 BBC가 만나 본 궈의 전 지지자들이 들려준 이야기와도 일치한다.

이름을 밝히기 원치 않는다는 중국계 이민자 사라는 “궈는 중국 공산당의 종말을 외쳤기에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사라는 과거 궈에게 5만달러를 송금했다고 한다.

‘반역자를 처벌하라’

배넌에게서 영감을 받은 콘텐츠 제작 공식이 효과를 거두자, 궈의 팬들은 온, 오프라인에서 행동에 나섰다.

심지어 일부 지지자들은 궈에 반대하는 이들의 집 앞에 찾아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궈에 반대하는 이들 대부분이 반체제 인사들로, 궈는 이들이 중국 스파이라고 주장했다.

궈는 자신이 폭력을 선동한 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궈는 ‘반역자를 처벌하라’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렇게 표적이 된 일부는 살해 협박에 시달리기도 했으며, 최소 1명은 궈의 팬들에게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탈출해 미국 시카고 대학 객원 교수로 재직 중인 텅 비아오도 ‘반역자를 처벌하라’ 캠페인으로 표적이 된 인물 중 하나다. 텅 교수는 궈가 중국 반체제 인사들의 평판을 떨어트린다고 생각해 2017년부터 그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에 궈는 명예 훼손 혐의로 텅 교수를 고소했으나, 사건은 기각됐다.

그러나 텅 교수를 향한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텅 교수에 따르면 뉴저지 소재 자택 앞엔 2021년 말까지 약 2달간 매일 30여 명이 모여들어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텅 교수는 “저들은 내 집 앞에 모여 나를 [중국 공산당의] 스파이라고 부르는 배너를 들고 있었다. 게다가 내 집을 계속 촬영하고, 생방송을 송출하고, 내 가족과 자녀들을 저주했다”면서 “심지어 살해 협박도 받았다”고 털어놨다.

한편 한 때 지지자였으나 이제 등을 돌린 코코는 자신 또한 다른 반 체제 인사인 밥 푸의 자택 앞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한 적 있다고 고백했다.

푸는 1990년대에 중국을 떠난 목사로, 종교의 자유를 외치는 운동가이기도 하다. 궈는 푸가 중국 스파이라고 주장했다.

코코는 “이러한 행동에 참여한 걸 정말 후회한다”면서 “궈의 주장과 달리 그들은 중국 공산당의 스파이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과거 궈의 지지자로 그를 위해 자진해서 통역사로 일했으나, 보복이 두려워 이름을 밝히기 꺼린 또 다른 인물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궈가 운영하는 기업들이 마치 시중 은행에서 하는 “고객 확인 제도”와 같은 것이라며 돈을 보낸 지지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고 주장했다.

“궈는 이 지지자들의 신상 정보, 여권, 신분증, 주소, 이메일, 전화번호 등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지지자들, 특히 여전히 중국에 거주하는 이들이 이러한 정보 유출이 우려돼 궈에 대해 말하기 두려워한다는 설명이다.

사기 혐의

그러나 지난해 3월, 미 당국이 궈를 10억달러 규모의 사기 혐의로 기소하면서 궈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투자자 총 5500명이 4억5200만 달러를 GTV에 투자했다고 한다. 궈는 GTV의 가치가 20억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신생 사업체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전혀 없었다고 알려져 있다.

검찰은 고급 요트 유지 보수 유지 서비스에 들인 230만달러 등 지지자들이 보낸 자금은 사치품 소비에 쓰였다고 설명했다

사건의 실마리가 포착된 건 2020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해외에 있던 배넌이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을 건설하려는 비영리 단체의 기부자들을 갈취한 혐의로 체포된 것이다. 배넌은 무죄를 주장했다. 배넌은 궈가 소유한 요트에서 체포됐다.

궈와 배넌이 ‘신연방국가’ 프로젝트를 통해 점점 더 활발한 파트너십을 펼치고 있던 당시, 미 당국은 이들의 사업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궈의 기업은 투자자들을 오도했다는 의혹에 휩싸였고, 결국 궈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소송 합의를 위해 5만3900달러를 지불해야만 했다. SEC는 궈가 투자자들에게 암호화폐와 GTV 주식을 불법적으로 판매했고 봤다.

그러나 궈의 법적, 재정적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3월, 궈는 인터넷뱅킹 사기, 증권 사기, 은행 사기, 자금 세탁 혐의로 결국 체포됐다.

궈의 재단을 통해 변호인단이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궈는 자신의 혐의가 “조작됐으며,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미 사법 시스템이 중국 공산당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궈 측은 추가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으며, 인터뷰 요청도 거절했다.

한편 궈의 사업 파트너인 킨밍제 측 변호사는 혐의를 강력히 부인한다고 밝혔다.

해당 기소장에 배넌의 이름은 올라오지 않았었다. 지난해 3월 취재진은 배넌에게 의견을 요청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기소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배넌 또한 자금 세탁 및 음모 모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 달부터 배넌은 의회 소환에 불응한 혐의로 징역 4개월 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궈원구이, 미국서 사기 혐의로 유죄 평결 … 중국 부동산 재벌은 어떻게 친트럼프 자금과 연관됐나 - BBC News 코리아

 

궈원구이, 미국서 사기 혐의로 유죄 평결 … 중국 부동산 재벌은 어떻게 친트럼프 자금과 연관됐

중국 부동산 재벌 출신으로 미국으로 망명해 친 트럼프 인사 등과 인맥을 쌓은 궈원구이가 지난 16일 미국에서 사기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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