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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미얀마 군부...정권 지지하는 승려들도 등 돌리나 본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미얀마 군부...정권 지지하는 승려들도 등 돌리나
CIA Bear 허관(許灌) 2024. 1. 27. 05:28
지난 16일(현지시간), 미얀마 중부의 유명 구릉 도시인 핀우린의 작은 중앙 광장엔 시민 수백 명이 시끌벅적하게 모여들었다. 안경을 쓴 어느 승려의 깜짝 놀랄 발언을 듣기 위해서였다.
이 승려는 민 아웅 흘라잉(67) 현 미얀마의 군 총사령관의 퇴진을 요구하며 소 윈 부사령관이 그 뒤를 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흘라잉은 지난 2021년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끌던 선출 정부를 몰아내며 미얀마에 재앙과도 같은 내전 사태를 일으킨 인물이다. 현재 그는 국제 사회로부터 여러 비난을 받고 있으며, 미얀마 국민 다수도 그를 끔찍이 싫어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난 발언의 주체가 조금 특이했다. ‘파욱 코 타우’라는 이름의 이 승려는 불교 승려 중 극단적인 민족주의 성향을 띤 인물로, 지금껏 군사 정권을 굳건히 지지해오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몇 주간 군부가 소수민족 반군에 맥을 못 추고 연달아 대패하면서 흘라잉의 지지자들은 상황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등 돌리는 지지자들
파욱 코 타우는 시민들을 향해 “소 윈의 얼굴을 봐라”면서 “그게 바로 진짜 군인의 얼굴이다. 흘라웅은 (제대로) 대처하고 있지 않다. 그는 민간인의 역할로 옮겨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욱 코 타우가 군부 내에서 어떤 지지를 받는진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그뿐만 아니라 다른 군부 지지자들도 비슷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미얀마 군부가 반대파에 맞서 전세를 역전하지 못하는 듯한 상황이 펼쳐지며 점점 더 걱정되기 때문이다.
파욱 코 타우는 BBC 미얀마어 서비스와의 인터뷰를 거부했다.
아울러 파욱 코 타우가 연설 장소로 핀우린 지역을 골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영국 식민지 시절 여름철 피서지였던 이곳은 이제 미얀마의 명문 ‘국방 사관학교’가 자리한 곳으로, 고위 육군 간부들이 훈련받는 곳이다.
육군 입장에선 이 은근한 경고를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다. 바로 지지자들이 미얀마 군부로부터 하나둘 등 돌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군부와 승려 간 결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얀마의 승려들은 1930년대의 식민 지배 저항 운동부터 1988년과 2007년 군부 통치 반대 봉기에 이르기까지 오랜 역사를 거쳐 종종 반권위주의에 맞서는 정치적 행동을 해왔다.
지난 2021년 쿠데타에도 많은 승려들이 반대했으며, 심지어 일부는 승려복을 벗으면서까지 군사정권에 대항했다.
그러나 일부 승려들은 불교와 미얀마의 문화가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는 공통된 믿음 아래 군 고위층과 결탁했다.
지난 2012년 라킨주에서의 지역 불교도들과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족 간 폭력 사태 이후 ‘위라투’라는 이름의 어느 호전적인 승려는 ‘마 바 타(인종 및 종교 보호 협회)’ 운동을 시작했다.
마 바 타는 미얀마의 불교가 이슬람교도들에 의해 설 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며 이슬람교도 소유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슬람교도는 미얀마 전체 인구의 8%에 불과하다.
마 바 타는 2017년 공식적으로 해체됐으나, 이후로도 계속 군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인종 분쟁을 선동한 혐의로 수감된 바 있는 승려 위라투는 2020년 다시 한번 투옥됐다. 그러나 1년도 채 되지 않아 군부에 의해 풀려났을 뿐만 아니라 흘라잉은 그에게 각종 포상 및 금전적 보상도 수여했다.
한편 2021년 2월 발발한 흘라잉의 쿠데타는 민주주의의 회복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 및 대중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그러나 군부는 이를 잔인하게 탄압했다.
그 이후 흘라잉은 자신이 불교 수호자라고 주장하며 합법성을 강화하고자 했다.
이에 관영 언론에선 자그마한 체구의 이 독재자가 불교 사원에 선물을 갖다 바치고, 원로 수도원장들의 장례식에서 직접 운구 작업에 참여하는 등의 모습 등이 계속 보도되고 있다.
아울러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선 군부의 재정 지원으로 세계 최대 좌불상을 건설했는데, 흘라잉이 그 초석을 놓는 장면도 공개됐다.
한편 미얀마의 최고 종교단체인 ‘불교평의회’는 흘라잉의 쿠데타에 대해 거의 공개적으로 발언하지 않고 있다. 일부 평의회 회원들만이 조용히 군부에 자제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곳의 원로 승려 중 하나인 시타구 사야도우는 공개적으로 군부를 지지할 뿐만 아니라, 흘라웅의 무기 구매를 위해 러시아에 동행하기까지 했다.
이보다 더 한발 나아간 승려들도 있다. 위라투의 추종자 중 한 명인 와타와는 자신의 고향인 사가잉주에서 무장 민병대 창설에 협력하고 있다. 군사 정권에 맞서고자 사가잉주 전역에서 자진해서 일어난 ‘인민방위군’을 막기 위해서다.
SNS에 올라온 사프란색 승려복 차림의 승려들이 소총을 쏘는 방법을 배우는 사진에선 부조화가 느껴진다.
미얀마의 전설적인 왕의 이름을 따 ‘피우사우티’라는 이름을 붙인 이 민병대는 현지 남성 주민들을 강제로 모집했을 뿐만 아니라 민간인을 대상으로 여러 잔혹 행위를 저질렀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피우사우티’는 군부 정당이 역사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소수의 일부 지역에서만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현재 광범위해지고 조직적인 모습으로 바뀐 반군부 운동엔 제대로 맞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BBC가 접촉한 한 남성에 따르면 와타와가 2022년 초부터 파우사우티의 대원을 모집했던 지역에선 마을마다 최대 10~15명만 모집됐다면서, 그조차도 집을 불태우겠다고 협박해야 겨우 데려올 수 있었다고 했다.
이 남성에 따르면 이렇게 모집해도 이후 많은 신병들이 탈출했으며, 다른 주민들도 이들을 와타와와 무장한 승려 대원들로부터 숨겨줬다고 한다.
고전하는 미얀마군
최근 소수민족 무장 단체들과의 전투에서 미얀마 군이 보여준 엉망진창의 성과는 군부 지지자들의 머리에 의심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한 유명 블로거는 흘라잉이 “무능하다”면서 흘라잉의 지도하에 미얀마는 역사적으로 보기 드문 상실감과 수치심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에 흘라잉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비난했다.
중국과 국경 지역인 미얀마 북부 샨주의 대부분 영토가 ‘형제 동맹’에 점령된 상황을 가리키는 대목이다. 소수민족 무장 단체 3곳이 결성한 ‘형제 동맹’은 현재 중국과의 국경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미얀마 군은 지난해 10월 이들에 맞서 작전을 개시했으나, 군인 수천 명과 군사 장비를 내주는 결과를 맞았다.
각종 장비로 잘 무장한 군대와 군사정권에 맞서고자 봉기해 민족주의 저항 세력과 합류한 민병대 수백 명 사이의 피비린내 나는 2년간의 교착 상태가 깨진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미얀마군은 올해 첫 주에도 계속 후퇴를 거듭했다.
한편 방글라데시와의 국경을 맞댄 미얀마 서부에선 ‘형제 동맹’을 구성한 소수민족 무장단체 중 하나인 ‘아라칸군(AA)’이 군 기지 몇 곳을 장악하고 친주와 라킨 주 일대를 장악한 상황이다.
AA는 너덜너덜한 군복을 입은 후줄근한 모습의 군인들이 케이블타이에 손이 묶인 채 끌려가는 모습과 획득한 무기 및 탄약이 가득 담긴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매복 공격으로 인해 도로 확보가 안 된 군부는 그나마도 수량이 한정된 헬리콥터에 의존해 주변 기지에 보급품을 조달하고 있으며, 이들을 방어하고자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민간인 희생자가 엄청난 상황이다.
미얀마 북부 가친주 반군들은 자신들이 이번 달에 군부의 헬리콥터 1대와 전투기 1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항복한 군인 중엔 전투 경험이 거의 전무한 이들도 섞인 부대 출신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많은 군인들이 가족과 함께 기지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을 미뤄볼 때 이들이 사실상 전투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수백 명이 국경을 넘어 인도로 도망쳤으며, 싸움을 포기하고 항복한 이들도 수 천명에 달한다. 샨주에선 장군 6명이 자신들을 붙잡은 이들과 건배하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이들은 굴욕감을 느끼기보단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이후 미얀마군은 돌아온 이들 6명 중 3명에겐 사형선고를, 다른 3명에겐 종신형을 선고했다. 이는 다른 장군들의 항복을 막으려는 조치로 보인다.
미얀마 군의 이러한 모습은 미얀마 군의 75년에 걸친 반군 소탕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로, 군의 사기 또한 곤두박질치고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 병력 모집은 무척 어렵다.
적이 된 아군?
그렇다면 미얀마의 쿠데타 지도자는 이러한 불만에 우려해야하는 상황일까.
지난주 승려 파욱 코 타우가 공개적으로 대담하게 자신을 비판한 상황이 분명 그의 신경을 건드린 건 맞아 보인다. 파욱 코 타우는 해당 발언 이후 군인들에 의해 구금돼 심문받았지만 이후 바로 풀려났는데, 이는 그를 향한 지지가 만만찮음을 의미한다.
또한 파욱 코 타우의 집회는 국영 언론에 보도됐으나, 흘라잉에 대한 발언은 편집됐다.
파욱 코 타우가 흘라잉 대신 군 지휘권을 넘겨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소 윈 부사령관은 군의 저조한 성과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은 상사인 흘라잉의 자리를 찬탈할 준비가 됐다는 조짐은 내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 당장 바뀔 것 같진 않은 모양새다.
아울러 흘라잉은 잠재적으로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는 인물을 우선 띄워준 다음 내치는 데 능숙하기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일례로 지난해 9월, 한때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알려졌던 모 민 툰 장군은 갑자기 체포돼 이후 부패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군부 정권의 열렬한 지지자들은 군부의 사기를 회복해줄, 빛나는 갑옷을 입은 기사가 등장하리라는 꿈을 꾸고 있지만, 눈에 띄는 후계자는 없는 상황이다.
한편 계속해서 전투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흘라잉은 군 통수권자보단 마치 국왕처럼 공식 행사를 주재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행보가 그의 자신감 때문인지, 혹은 현실에서 괴리돼 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미얀마 군부가 지난 3개월간 입은 엄청난 손실을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군부는 현재 포위된 북부 샨주의 주요 도시인 라시오에서도, 서부의 라킨주에서도, 태국과 접경 지역인 카렌니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다. 카렌니주에선 반군이 주도 로이코를 점령하기 직전으로, 이렇게 되면 군의 사기는 더욱더 땅에 떨어질 것이며, 결국 군부 정권 붕괴로도 이어질 수 있다.
미얀마 내전: 소수민족 반군과 시민방위군에 거듭 패배 중인 미얀마 군부, 흔들리는 승려 지지층? - BBC News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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