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지구서 하마스의 땅굴 미로 공격

가자지구의 하마스 지도자는 지하터널 길이가 500km에 달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가 지난 7일(현지시간) 전례 없는 공격을 감행하자 이에 대한 보복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그 일환으로 하마스가 가자 지구에 미로처럼 건설해 놓은 비밀 터널을 공격 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방위군(IDF) 대변인은 12일 영상을 통해 "가자지구를 민간인 거주 지역과 하마스 거주 지역으로 나눠서 생각한다. 우리는 하마스가 구축한 지역에 접근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 지하터널은 가자지구 민간인을 위한 벙커가 아니다. 하마스와 다른 테러리스트들이 계속해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발사하고, 작전을 계획하고, 테러리스트를 보내기 위한 용도"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하철"이라고 부르는 이 터널 망은 규모 파악이 쉽지 않다. 길이 41km, 폭 10km에 불과한 영토 아래에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IDF는 2021년 분쟁 이후 폭격으로 터널 100km 이상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반면 하마스는 이 터널 망이 500km에 달하며 피해를 입은 것은 5%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런던 지하철을 합쳐 놓은 길이가 약 400km이고 선로 대부분은 지상에 있다.

2005년 이스라엘이 군대 및 정착민 철수를 진행하기 전부터 가자지구 터널 건설이 시작됐다.

하마스가 2년 뒤 가자지구를 장악한 이래 터널 공사에 박차를 가했고, 이로 인해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안전상의 이유로 물품과 사람의 출입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터널 이용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이집트 국경 아래를 약 2500개의 터널이 통과했고, 하마스와 기타 무장 단체는 이를 통해 각종 상품, 연료, 무기를 밀반입했다.

2010년 이스라엘이 국경에서 더 많은 물품의 반입·반출을 허용하기 시작하자, 가자지구 밀반입 문제는 중요성이 낮아졌다. 이후 이집트는 터널을 침수시키거나 파괴하는 방식으로 밀반입을 막았다.

이집트 국경 아래 터널에서 온갖 종류의 상품과 무기가 오갔다

하마스와 기타 세력들은 이스라엘군을 공격하려는 목적으로도 땅굴을 파기 시작했다.

2006년 무장세력들이 이스라엘 국경 아래에 땅굴을 파 이스라엘 군인 2명을 사살하고 또 다른 군인 길라드 샬릿을 5년 동안 포로로 붙잡아 두기도 했다.

2013년에는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IDF가 출동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키부츠 근처로 이어지는 터널을 발견했는데, 지붕과 벽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졌고 길이는 1.6km, 깊이는 18m에 달했다.

이듬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대대적 공중·지상 공격을 위해 국경 아래 "테러 터널"을 이용하는 무장세력의 위협을 근절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IDF는 전투 중에 자국군이 30개 이상의 터널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무리의 무장세력이 터널을 이용해 공격을 감행해 이스라엘 군인 4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군 당국이 2014년 파악한 가자지구 터널 망

이스라엘 라이히만대학에서 강의하는 지하전쟁 전문가 다프네 리치몬드-바라크 박사는 "국경을 가로지르는 땅굴들은 어설픈 경우가 많고 무장도 거의 안 된 상태로, 이스라엘 영토를 침공할 때 일회성 사용을 염두에 두고 땅굴을 파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자지구 내 땅굴들은 하마스가 정기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곳과 다릅니다. 아마도 더 오랜 시간 머물기 편하게 돼 있을 겁니다. 확실히 더 장기적·계속적으로 주둔하기 위한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수뇌부가 여기 숨어 있습니다. 지휘통제 센터를 두고 터널을 운송·통신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전기·조명·철로도 있습니다. 더 많이 돌아다니고 대기할 수 있죠."

바라크 박사는 하마스가 알레포의 시리아 반군과 모술의 이슬람국가(IS) 지하디스트 무장세력의 전술을 관찰하면서 많은 정보를 얻고 최근 몇 년 동안 땅굴 건설과 전쟁의 "기술을 완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자지구 내 터널 깊이는 지하 30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무장세력이 탐지를 피할 수 있도록 주택, 모스크, 학교, 기타 공공건물 맨 아래층에 입구를 뒀다.

터널 망 건설로 인해 지역 주민들도 피해를 입었다. IDF는 가자지구에 제공된 수백만 달러의 지원금과 이전 전투에서 파괴된 주택 재건을 위해 제공된 수만 톤의 시멘트를 하마스가 터널 건설에 유용했다고 비난했다.

이 터널은 지난 주말 하마스 무장 정파의 기습 공격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

당시 공격으로 인해 이스라엘에서 최소 1300명이 사망했고 사망자 대부분은 민간인이었다. 또한, 150명 이상이 인질로 잡혔다. 민간인 수십 명이 학살된 크파르 아자 키부츠 근처에서 터널 출구가 발견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해당 터널은 이스라엘이 2021년 말에 정교한 터널 탐지 센서를 설치한 지하 콘크리트 장벽보다 아래에 건설됐을 것이다.

리치몬드-바라크 박사는 충격적이긴 하지만, 어떤 터널 탐지 시스템도 완벽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래서 옛날부터 전쟁에서 터널을 사용한 것입니다. 터널을 막을 방법이 없으니까요."

또한 박사는 지상 작전을 위해 수십만 병력이 가자지구 인근에 집결한 것을 감안하면, IDF가 하마스 터널 망을 모두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스라엘 정부와 일반 대중의 믿음은 현실성이 없다고 경고했다.

"어떤 이유로든 민간인이 대피하지 않는 터널 망이 남아있을 것입니다. 지하터널에는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중 일부는 부수적 피해가 엄청날 것입니다."

박사는 터널을 파괴할 경우 지상의 이스라엘군, 팔레스타인 민간인, 인질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명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자지구에서는 지난 7일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인해 팔레스타인인 15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여기에는 민간인도 많이 포함됐다.

리치몬드-바라크 박사는 "하마스는 인간 방패 사용에 매우 능숙하다. 공습이 임박했다는 것을 알면 무고한 민간인을 건물 꼭대기에 올려놓는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여러 번 공격을 취소해야 했다"고 말한다.

"이 전략을 터득한 하마스는 터널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쉽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인, 미국인, 기타 인질을 터널 안에 넣는 거죠."

2021년 분쟁에서 가자지구에 연달안 파괴적 공습이 가해졌고, 당시 주거용 건물 세 채가 무너져 42명이 사망했다. IDF는 지하터널이 표적이었지만 터널이 붕괴되면서 건물 기초가 함께 무너졌다고 말했다.

2021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터널 공격으로 인해 주변 건물 세 채가 무너졌다

리치몬드-바라크 박사에 따르면 터널 망은 IDF의 기술·정보 이점을 무효화하고 시가전을 더 어렵게 만들며, 이스라엘 군대에 치명적 위협이 될 것이다.

그는 "하마스가 전체 터널 망에 부비트랩을 설치할 시간이 충분했다"며 "하마스는 군인들을 터널에 들여보낸 뒤 모든 것을 폭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습 공격으로] 군인들을 납치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위험도 많습니다. 산소가 부족해지거나, 적과 일대일 전투를 벌이거나, 부상당한 병사를 구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터널에 안 들어가더라도, 터널 의심 지역을 확보하는 것은 일반 지역을 확보하는 것과 매우 다릅니다. 여기서는 눈에 안 보이는 것을 확보해야 하니까요."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위험을 완화할 방법도 있다.

보안 컨설팅 회사 '수판 그룹'의 콜린 클라크 연구 책임자에 따르면, 드론과 무인 차량을 터널에 투입해 지도를 만들고 부비트랩을 감지해 군인들의 트랩 제거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땅속 깊숙이 침투해 폭발하는 '벙커 파괴' 폭탄을 전투기로 투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밀집된 도시에서는 이 폭탄으로 인해 부수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스라엘, 가자 지구서 하마스의 땅굴 미로 공격 - BBC News 코리아

이스라엘, 가자 지구서 하마스의 땅굴 미로 공격 - BBC News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