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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는 노동자 급여가 달라질까? 본문
인공지능(AI)은 일의 성격과 소요 시간을 바꾸기 때문에, AI로 인해 노동자들이 임금을 받는 양상도 뒤집어질 수 있다.
이미 AI는 많은 직원들의 일상적인 업무 흐름 속에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이 AI 기술을 도입할 때, 직원들은 자신의 고용안정에 필요한 AI 기량을 점점 더 고민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AI가 가장 반복적인 업무 중 일부는 대체할 수 있어도, 분명 인간의 모든 일자리를 빼앗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대다수 전문가는 노동자들이 기계와 협력하며 일할 가능성이 높고, AI가 반복적이고 수동적인 작업을 없애줘 노동자의 역할이 더욱 정교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상적으로는 직원들이 현재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업무, 즉 문제 해결에 대한 창의적인 접근과 대인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해 더 나은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이 지적 노력을 더 많이 요구하는 업무로 옮겨가거나 AI의 이점을 활용해 생산성을 빠르게 높인다면, 임금도 함께 오를 것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론적으로는 직무가 달라지고 노동자가 생산성에 더 많은 기여를 한다면, 보상도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량이 뛰어나든 그렇지 않든 노동자의 향후 임금을 전망하는 일은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올라갈까? 내려갈까?
전문가들은 특히 지식 노동 직종에서 AI가 노동자의 업무 중 일부를 대체함에 따라 많은 일자리가 더욱 정교하고 창의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던 사소한 업무가 기계로 대체되면, 생산성 또한 급증할 수 있다. 일부 직원의 경우엔 이 과정에서 직무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수준 높은 결과물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기업들은 직원이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면 그에 맞춰 임금을 인상할 것이다. 하지만 MIT 경제학과 교수인 대런 아세모글루 등 일부 전문가들은 AI를 통해 다른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해서 모든 노동자가 임금 상승을 경험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세모글루는 동료인 파스쿠알 레스트레포와 함께 작성한 2019년 연구 논문에서 “자동화가 생산성 향상에 상응하는 임금 상승을 가져올 것이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이유 중 하나로 일반적으로 노동자의 생산성 향상으로 실현된 재정적 이익이 더 나은 보상 형태로 노동자에게 전달되는 게 아니라, 회사에 흡수되는 현상을 꼽았다.
조지타운 대학 공공정책학과 교수이자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비상임 연구원인 해리 J 홀저는 이러한 주장이 ‘AI가 보상의 수혜 대상을 노동자에서 기업으로 바꾼다’는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가 생산직 자동화에 대해 수행한 경제 연구가 하나 있다. 이에 따르면 독일,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에선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수익이 창고 근로자의 급여가 아닌 주주에게 돌아갔다.
높은 숙련도가 필요 없는 산업에 종사하는 시간제 및 교대 근무 노동자의 경우, AI가 수입 향상의 잠재력을 억제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업무의 일부가 자동화되면서 노동자의 근무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세모글루는 현재의 자동화 기술이 인간이 수행한 업무 품질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기업들은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대신 ‘그저 그런 자동화’를 점점 많이 받아들일 것이라 전망했다. 노동자의 임금이 많지 않더라도 이 상황이 도래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기술이 점점 더 발전하면 할수록, 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기량 수준과 상관없이, 노동자에 대한 모니터링이 증가한 것도 임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 어바인 캠퍼스의 법학 교수인 비나 두발은 이미 많은 기업이 생산성을 측정하고 임금을 결정하기 위해 AI를 사용 중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평가는 노동자들에게서 저임금과 임금 불평등을 유발한다. 그녀는 이를 “알고리즘에 의한 임금 차별(노동자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AI 평가에 따라 개별 노동자의 임금이 크게 달라지는 현상)”이라고 불렀다. 그녀는 또 기업이 생산성을 추적하는 기술에 막대하게 투자한다면, 문제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광범위하게 AI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급여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집단도 있다.
브루킹스의 메트로폴리탄 정책 프로그램 선임 연구원이자 정책 책임자인 마크 뮤로는 특히 직장에서 AI 사용 프로세스를 촉진하고 이를 결정하는 고위직 근로자의 경우, 임금 변동으로부터 더 많은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것(AI 전환)을 관리하거나 이 도구의 지원을 받아 가장 정교한 작업을 수행하는 일부 사람들은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평한 경쟁의 장?
그러나 AI와 급여에 관한 논의는 단순히 ‘임금이 상승할지, 정체될지, 하락할지’의 문제만은 아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터에서 AI가 부상하는 것은 다양한 집단에서 고숙련 근로자와 저숙련 근로자 간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MIT의 경제학 교수인 데이비드 오터는 AI가 일반적으로 고위직에게 필요했던 전통적인 엘리트 고등 교육을 불필요하게 만들어 고숙련 직종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AI를 통해 다양한 노동자들이 빠르고 폭넓게 전문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되면, 과거에는 진입 장벽이 높았던 직종의 벽이 점점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터는 “AI가 고급 전문 지식의 희소성을 떨어뜨리는 시나리오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노동자들이 AI와 더 많이 협력해 엘리트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이 주로 사용했던 고급 기술을 빨리 습득하게 되면, “4년제 학위가 없는 비전통적인 후보에게도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엔지니어링과 의학, 컴퓨터 과학, 법률 같은 산업을 예로 들어보죠. 이 산업에서 고도로 전문화된 지식에 대한 수요가 탄력적으로 유지된다면, AI의 도움으로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비전통적인 지원자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경쟁의 장이 공평해질 수 있습니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한때 희소했던 전문가들이 노동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만나 임금 하락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산업 전반에 걸쳐 더 많은 노동자들, 즉 더 다양한 인력들이 학위가 필요하지 않은 저숙련 직종에서 일하는 지금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조직화 및 목소리 내기
뮤로는 기술이 아직 발전 중인 터라, 지금은 모든 노동자에게 힘겨운 시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MIT의 아세모글루는 노동자 임금 및 기타 AI 관련 직장 내 문제를 둘러싼 논쟁의 결론은 기술 개발 및 기술 활용 방식에 대한 결정을 누가 내리는지와 그에 따른 노동자 보호 방안이 무엇일지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두발은 AI의 확산과 그로 인한 제반 의사 결정 과정에서 노동자도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 결정을 인간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고자 일터 내 노동자를 조직하고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내면, 보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소득 잠재력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노동자가 “고용주 및 규제 당국과 함께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면” 기업이 인간 노동의 본질적인 가치를 이해하도록 도울 수 있는 것이다. 그녀는 유럽 노동자들은 “현재 개발 중인 AI 법안처럼 특정한 상황에서 AI 사용을 제한하는 법률을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도로 숙련된 노동자가 저숙련 노동자만큼이나 자동화에 취약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어떤 유형의 노동자가 AI로 인해 임금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뮤로는 “누구도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AI 시대에는 노동자 급여가 달라질까? - BBC News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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