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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해 NLL 탈북 가족, '북한 극심한 식량난에 인육 취식 소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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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해 NLL 탈북 가족, '북한 극심한 식량난에 인육 취식 소문'

CIA bear 허관(許灌) 2023. 6. 15. 18:51

지난 5월 31일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 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들녘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

지난달 6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탈북한 두 가족은 "북한의 일부 마을에서 인육 취식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식량난이 극심한 상태"라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BBC 코리아가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북한의 코로나 봉쇄 조치에 이어 올해 초 쌀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식량난이 가중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BBC 코리아가 확인한 이 자료에는 당시 이들이 서해 탈북에 사용한 어선 사진, 코로나 봉쇄 조치와 당국의 주민 감시 강화 등 북한 실상에 대해 진술한 내용이 담겨 있다.

BBC 코리아는 유상범 의원과 정부 관계자 등을 통해 이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길이 10미터 5톤급 목선 타고 탈북

김 씨 형제 가족이 타고 온 어선은 길이 10미터에 규모 5톤급으로 비교적 작고 낡은 목선으로 확인됐다. 이 목선은 김 씨 형제 중 동생이 직접 운항하던 어선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북한 황해도에서 선장으로 일해왔다고 진술했다.

김 씨 형제는 가족들을 이 배 갑판 아래에 태운 뒤 황해도 강령에서 출발, 지난달 5일 NLL을 넘었다. 이들은 서해 연평도 인근에서 한국군을 보자마자 귀순 의사를 밝혔다.

강령군은 북한 황해남도 남서부 해안에 위치해 있다. 북한이 지배하고 있는 영토 중에서 최남단에 해당한다.

북한 주민이 가족 단위로 어선을 타고 NLL을 넘어 귀순한 것은 2017년 7월 이후 약 6년 만이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사례다.

지난달 6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탈북한 두 가족이 타고 온 목선

형제 중 둘째가 탈북 주도

이번에 어선을 타고 탈북한 북한 주민은 모두 9명이다. 30대인 두 형제와 이들의 아내를 포함해 형제의 모친, 비교적 젊은 50대 장모(형제 중 둘째의 장모), 김 씨(둘째)의 처남, 김 씨(둘째)의 첫째 딸(5세)과 막내아들(3세) 등이다. 김 씨의 형은 자녀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 형제는 북한에서 한국 방송을 몰래 시청하며 한국 문화 사정에 밝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북한에서 선장으로 일했고, 형은 북한에서 일반 기업소에 다녔다고 한다. 유상범 의원은 BBC 코리아에 "김 씨 형제는 노동당 당원이 아닌 일반적인 서민층"이라고 말했다. 이번 탈북은 선장으로 일해오며 바다 사정에 밝았던 동생이 오래전부터 계획하고 주도했다는 전언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월 공개한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어린이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자료사진)

'자녀 세뇌 피해 탈북'

극심한 생활고도 고향을 떠난 주된 이유였지만 탈북 동기의 전부는 아니었다. 유상범 의원은 "형제 중 둘째인 김 씨는 '왜 하필 지금 탈북을 선택했는지'와 관련해 '첫째 딸이 유치원에서 세뇌 교육을 받기 전에 탈북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 어린이들은 6살에 유치원에 들어간 뒤, 7살에 소학교(초등학교)에 입학한다. 태어날 때부터 김정은 일가에 대한 세뇌 교육 환경에 놓이지만, 체계적인 세뇌 교육은 의무교육 제도에 포함되는 유치원 때부터 본격화된다. 이들은 이런 세뇌 교육을 자녀에게까지 받게 할 수 없었기에 자녀의 유치원 입학 전에 반드시 탈북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봉쇄로 식량난 가중

서해를 통해 탈북한 김 씨 형제 가족들은 정부 조사 과정에서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상세한 내용도 전했다. 가장 최근에 입국한 탈북자가 북한 내부의 구체적인 코로나 상황에 대해 증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진술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지난해까지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상당수 주민이 코로나에 걸렸다. 김 씨 형제 가족들은 "상당수의 주민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지역의 경우, 마을의 리 단위로 격리 조치가 이뤄지는 등 대규모 봉쇄 정책이 시행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북한의 물자 생산 유통이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면서 북한의 경제난은 가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북한 해안 지역에선 주민 상당수가 건설 수산사업소에 이름만 등록해 놓고 출근하지 않은 채 장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20년 9월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강령군 해안마을

주민 통제 감시 강화

주민들이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지만 북한 당국은 주민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감시는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부 지역과 남부 해안 지역에 더욱 강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이 강을 넘거나 어민들이 배를 타고 한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 수산사업소 노동당위원회는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해상탈출을 방지하기 위해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며 각 선단장들에게 감시장비(카메라, 배터리, 컴퓨터 등) 구입 후 어선에 설치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인접한 북한 해안가 주변에는 한국산 물품들이 조류를 타고 떠내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엔 비닐이나 플라스틱, 고무, 알루미늄 등 다양한 재료들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해안가 주민들은 이 한국산 물품들을 수거해 "매일 자전거로 7~8km를 이동해 재활용 공장에 넘기는 실정"이라고 김 씨 형제 가족들은 전했다.

2020년 9월 울산시 북구 한 해안가에서 북한에서 떠 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목선이 발견됐다

한류 유입에 처벌 강화

북한은 최근 주민들 사이에서 한국 드라마나 노래가 빠르게 확산하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 전방위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류 유입이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증언에 따르면 북한에서 지난해 여름 20대 초반 남성이 한국 영화와 노래들을 USB에 저장하고 이를 시청, 유포하던 중 붙잡혀 이른바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으로 공개 총살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지난 2020년 12월 북한 당국이 한류 등 모든 외부 문화와 종교, 자본주의적 생활방식 등 당국의 규범에 맞지 않는 행동과 요소를 뿌리뽑기 위해 제정한 법이다.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몰래 보던 주민이 처형됐다는 주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지난 3월 통일부가 공개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양강도에서는 한 남성이 '사랑의 불시착' 등 한국 드라마가 담긴 USB를 유포하다 붙잡혀 공개 총살됐고, 앞서 지난 2019년에는 지인들에게 한국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공유한 사람이 노동교화형 4년에 처했다.

김 씨 형제 가족들은 지난달 6일 북한 황해남도 남서부 해안에 위치한 강령에서 목선을 타고 탈출했다

'인육 취식 소문 들었다'

'최근 북한에서 인육 취식 소문이 돌고 있다'는 증언과 관련, 이는 '장기간 코로나 봉쇄 조치를 단행한 북한의 식량 사정이 매우 열악하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BBC 코리아에 "지난 1995년 '고난의 행군' 당시 약 4년 동안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100만 명에서 15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당시에도 사람이 굶주리고 배고프면 뭐든지 먹는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최근 그런 소문이 다시 나도는 것은 그만큼 북한의 식량 사정이 매우 심각하다는 걸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남 교수는 이어 "북한은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중국과의 물자 거래를 통해 최소한의 식량공급을 해왔지만 올해까지 3년에 걸친 장기간 코로나 봉쇄 조치로 식량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특히 내부적인 코로나 봉쇄 조치로 자체적인 식량 생산에도 차질이 생김에 따라 북한의 식량난은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 씨 형제 가족들은 정부 조사 과정에서 "올해 초 북한의 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식량난이 극심해졌다"고도 말했다.

지난 3월 1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바라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10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 주민들의 달러 사용은 공식적으로는 금지돼 있다. 하지만 북한 장마당에서는 북한 화폐보다 달러가 더 활발히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09년 당국의 화폐개혁 실패 후, 원화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사라지면서 시장에서 달러와 위안화 거래가 걷잡을 수 없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북한 당국도 주민들의 달러 사용을 묵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1달러 환율은 평양 기준 8000원 대를 기록하고 있고, 쌀값은 1kg에 5700원에 달한다. 북한 노동자들의 평균 월급이 5000원에도 훨씬 못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한 달 월급으로 쌀 1kg도 사지 못하는 셈이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굶주린 일부 북한 주민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인육을 동물 고기로 속여 판다는 등의 소문은 북한의 식량난이 극심한 상태일 때 터져 나오곤 했다.

이러한 소문은 지난 2011년 6월 공개된 북한 인민보안부의 문건에서도 확인됐다. 해당 문건에는 북한 경비원이 동료의 인육을 먹고, 나머지는 양고기로 속여 팔던 중 적발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북한 출신으로 국정원 산하 기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근무 중인 김광진 연구위원은 BBC 코리아에 "몇백만 명이 굶어 죽은 것으로 알려진 1996년 고난의 행군 시기, 평양시 만경대구역 장마당에서 한 시민이 인육을 내다 팔다가 당국에 붙잡혀 그 사람은 물론 관련 친인척까지 처벌받는 사례가 있었다"며 "지금 또다시 일부 지역에서 인육 취식 관련 사건이 발생한 게 사실이라면 북한의 식량난이 그만큼 매우 심각하고 엄중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단독] 서해 NLL 탈북 가족, '북한 극심한 식량난에 인육 취식 소문' - BBC News 코리아

 

목선 타고 넘어온 탈북 가족, '북한 식량난 악화에 인육 취식 소문' - BBC News 코리아

BBC 코리아는 최근 탈북한 두 가족이 북한의 심각한 상황에 대해 진술한 내용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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