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Asia-Pacific Region Intelligence Center

나이지리아 대선: 야당 분열 여파… 볼라 티누부 여당 후보 당선 본문

Guide Ear&Bird's Eye/나이지리아

나이지리아 대선: 야당 분열 여파… 볼라 티누부 여당 후보 당선

CIA bear 허관(許灌) 2023. 3. 6. 02:25

나이지리아 대선에서 집권 여당인 범진보의회당(APC)의 볼라 티누보(70) 후보가 당선됐다.

하지만 만약 지난해 제1야당인 인민민주당(PDP)이 세 갈래로 갈라지기 전에 선거가 치러졌을 경우 패배했을 가능성이 컸다.

이번 대선에서 티누보 후보와 맞붙은 유력 후보 3명은 각각 PDP 소속 1명과 전 PDP 출신 2명으로, 이들의 득표수를 모두 합칠 경우 60%가 넘는다. 무난하게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는 비율이다.

PDP의 아티쿠 아부바카르 후보가 29%, 노동당(LP)의 피터 오비 후보가 25%, 신나이지리아인민당(NNPP)의 라비우 쾅크와소 후보가 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당선된 티누보 후보의 득표율은 약 37%로 집계됐다.

무함마두 부하리 전임 대통령과 집권 APC가 이끌던 시기의 경제적 어려움, 여러 사회 불안 요소, 기록적인 물가상승률 등에 국민들이 지쳐 있는 상태이기에 PDP는 분열하지 않았다면 이번 대선에서 고지를 차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정치계에선 1년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짧은 시간’이라는 오랜 격언을 증명하듯 티누보 후보는 야당이 분열된 사이 탄탄한 당내 기반을 토대로 대선 승리를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나이지리아의 경제 중심지인 서남부의 라고스의 주지사 출신인 티누부 당선자는 8년 전 부하리 대통령의 당선에 이바지한 “정치적 대부”로도 잘 알려져 있다. APC 또한 그의 작품이다.

야당의 개혁 실패

이번 선거는 1999년 군부 통치 종료 이후 나이지리아에서 가장 치열한 선거로 평가된다.

지난 20년 간의 양강 구도를 깨고 처음으로 3파전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PDP의 아티쿠 아부바카르 후보는 북부 일부 주에선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남부에선 노동당(LP)의 피터 오비 후보에 대패했다

물론 대선에 도전한 제3당 후보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었으나, 오비 후보만큼 청년층을 상대로 돌풍을 일으켰던 인물은 없었다.

오비 후보는 지난 2019년 선거에서 PDP 소속으로 부통령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PDP는 나이지리아에 민주주의가 다시 자리 잡은 이후 첫 16년간 집권한 정당이다. 전통 텃밭은 남부 지역이나, 전국적으로 수백만 명의 지지를 받는 진정한 국민 정당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2015년 대선에서 패한 PDP는 2019년 대선에서 연임을 노리는 부하리 현 대통령에 맞서 아부바카르 후보를 내세웠으나, 또 한 번 정권 교체에 실패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정치에서 소외감을 느끼며, 정치인들이 국가의 미비한 발전 속도에 책임이 있다고 보는 청년 수백만 명의 마음을 돌릴 대대적인 정당 개혁의 필요성이 더욱 분명해졌다.

한편 나이지리아는 크게 북부의 이슬람교도와 남부의 기독교도로 갈라진 국가로, 종교와 민족 또한 정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지금까지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남동부 지역이 있는데도, PDP가 대선 후보 출마 자격을 해당 지역으로 제한하지 않고 전국으로 확대하자 남부에선 자신들의 충성도를 너무 당연하게 여긴다는 불만이 높아졌다.

북동부 이슬람교도인 아부바카르 전 부통령이 2019년에 이어 또 한 번 PDP 소속 후보로 출마하게 된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동부 아남브라 주 출신으로 해당 지역에서 주지사를 2차례 지냈으며, 기독교인이기도 한 오비 후보는 당 경선을 며칠 앞두고 PDP를 떠나 LP로 향했다.

게다가 남부 주요 5개 주의 주지사들 또한 아부바카르 후보 지지를 거부했다. 일부는 집권 여당 후보를 지지하기까지 했다.

이에 더해 나이지리아 제2의 도시인 북부 카노주의 인기 정치인인 쾅크와소 전 의원 또한 대통령직에 도전하고자 PDP를 탈당해 NNPP 소속으로 출마했다.

이번 선거에서 PDP는 지난 2019년 선거에서 APC에 빼앗긴 일부 북부 지역을 되찾긴 했으나, 전통적인 표밭인 남부에선 오비 후보에 크게 뒤처졌다.

선거권을 박탈당한 유권자들

이렇듯 PDP가 분열한 상황은 APC에 득이 됐다. APC는 전통적인 기반인 북부와 서부를 집중 공략하는 등 과거 성공 전략을 그대로 내세웠다.

한편 APC는 야당이 우세한 몇몇 지역에선 선거 날 선관위 측이 늦게 도착하면서도 이득을 봤다. 심지어 선관위가 예정 투표 종료 시각 3시간 30분 뒤에나 도착한 지역도 있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선 많은 유권자들이 사실상 선거권을 박탈당했다.

피터 오비 후보는 도시 지역 유권자 및 기독교도를 주로 공략했다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마음에 동이 트기도 한참 전에 투표장에 도착했던 유권자들은 선관위 측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표를 행사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수도 아부자의 공항 도로변 근처 투표소에 다녀왔다는 유권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8시에 투표소에 도착했으나, 11시까지 아무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육 수준이 높으며 오비 후보를 지지하는 청년 유권자들이 밀집된 남부 라고스 지역에서 BBC 취재진은 투표소에 일찍 도착했으나 선거 관리자들이 나타나지 않아 몇 시간 동안 기다린 뒤 자리를 떠난 수많은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등록된 유권자가 수천 명에 달하는 일부 투표소에선 투표가 마감되기 1시간 30분 전인 오후 1시까지 투표가 시작되지 않았다.

이러한 지역에선 투표 시간이 연장되긴 했으나, 이미 날이 어두워지기도 했고 선관위 측도 길을 나서야 했기에 결국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들도 많았다.

결과적으로 잠재적인 표가 얼마나 사라졌는지는 계산하기 힘들다.

야당이 우세한 일부 지역 중엔 전혀 투표가 진행되지 않은 투표소도 있었다. 게다가 리버스, 라고스, 델타 등 야당을 지지하는 남부 주에선 투표함을 탈취하고 유권자들을 위협하며 폭력을 행사한 사례 등이 보고됐다.

선거 감시 단체인 ‘이아가’는 지난 25일엔 공식적인 투표 시작 시각 1시간 뒤인 오전 9시 기준으로 남동부 지역에선 투표소의 10%만이, 남부 지역에선 29%만이 투표가 실시됐다고 밝혔다.

APC의 텃밭으로 알려진 서남부 지역에선 투표소의 63%, 서북부 지역에선 투표소의 42%가 당시 투표를 시작한 상태였다.

NDI-IRI와 유럽연합(EU)의 국제 참관단은 이번 선거 과정에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나이지리아의 이번 대선 투표율은 고작 27%로 기록됐으며, 티누부 후보는 880만 표를 기록하며 당선됐다. 이는 9300만여 명에 이르는 전체 등록 유권자의 10%도 안 되는 숫자다.

이번 선거에 앞서 유권자 카드를 직접 받으러 간 유권자 수가 8700만 명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들이 이번 투표에 무관심했던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당선 수락 연설에서 티누부 당선자 또한 투표 과정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경우는 “상대적으로 소수로, 이번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큼은 아니”라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의 ‘독립국가선거위원회’ 또한 선거 결과를 공식 발표하며 이와 같은 입장을 내놨다.

티누부의 전략 성공

나이지리아에서 정치 전략의 달인으로 통하는 티누부 당선자는 이번 대선에서 요루바어로 “이번엔 내 차례”라는 뜻의 ‘이모이 로 칸’ 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티누부 본인의 출마를 오래전부터 계획했다는 뜻일 수도 있다.

티누부 후보의 지지 세력은 남서부 및 북부에 집중됐다

 

티누부가 일군 APC는 20년 전인 PDP 출신의 올루세군 오바산조가 대통령이던 시절 거의 와해된 민주동맹(AD)에서 성장한 당파다.

당시 티누부는 다른 주지사들과 달리 PDP 입당을 거부했다. 대신 자신이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주지사로 있었던 라고스의 막대한 자원을 이용해 남서부 지역에 지지층을 구축했다.

그렇게 끊임없이 당을 개혁해가며 2013년 결국 북부의 다른 정당과의 합병을 통해 APC를 출범시킨 티누부는 2015년 선거에선 부하리 후보를 내세워 정권 교체마저 이뤄냈다.

나이지리아 역사상 현직 대통령이 야당 후보에게 패한 첫 사례였다.

남부 이슬람교도인 티누부는 이번 선거에서 위험을 무릅썼다.

보통 나이지리아 선거에선 후보들이 이런 경우 북부 지역의 기독교인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해 균형을 추구하고자 한다. 그런데 북부의 이슬람교도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이슬람교도-이슬람교도 팀을 구성하면서 티누부 후보는 기독교인들의 반감을 샀으나, 북부의 거대한 이슬람교도 표밭을 끌어올 수 있었다.

한편 야당은 선관위 측이 투표소의 개표 결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부정선거의 증거라며 선거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선거 직후 연합한 PDP와 노동당은 결과 발표 장소에서 함께 걸어 나오며 2차례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