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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올림픽이냐 출산이냐… 양자택일해야 하는 여자 선수들 본문
올림픽 챔피언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훈련에 매진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여성 선수들은 금메달 획득과 아기를 갖는 것을 병행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으로 출산 이후 최상의 체력으로 돌아가기 위해 회복 시간이 필요하다. 출산 이후에도 각종 복잡한 육아 문제와 아이들로부터 떨어져 있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생길 수 있다.
많은 여성 운동선수들이 그들의 선수 생활이 끝날 때까지 가정을 꾸리는 것을 미루지만, 일부는 뛰어난 운동선수와 엄마라는 두 가지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네 명의 올림픽 선수들이 BBC와 인터뷰에서 올림픽을 향한 여정과 아이를 갖는 게 그들의 감정과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털어놨다.
녹아웃 출전 방식?
캐나다 권투선수 마리안 부졸드는 "아이를 갖는 것이 제게 이런 영향을 미칠 줄은 몰랐기 때문에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은 그의 경력에서 하이라이트가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올해 예선 대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취소된 후 그는 지금 출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앞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예선전을 치르는 대신 북미와 남미 선수들이 2018년과 2019년 중 3개 대회의 순위를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33세 플라이급 선수인 그는 당시 딸을 임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 복싱을 하지 않았다. 이는 11번이나 우승한 캐나다 챔피언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기회를 잃는 것을 의미했다.
부졸드는 "결국 출전 자격 기준을 변경하는 것이 문제였다"며 "나는 이 기준이 나에게는 공정하지 않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뿐인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는데, 친구는 인터넷 검색을 3분 해보고, 올림픽 헌장을 읽어보더니 이것이 차별이라고 하더라고요."
부졸드는 스포츠 중재 재판소에 그녀가 임신 전 세계 8위의 기록과 미주 2위였을 때의 순위를 출전 자격으로 인정해 달라고 항소했다.
그는 처음에는 낙관적이었지만, 지난달 IOC는 다른 선수들도 예외를 요청할 수 있다며 그의 요청을 거부했다.
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부졸드는 자신의 출전이 받아들여질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시합을 위해 훈련하고 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직후 그녀는 결혼했고, 다음 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 아기를 갖기로 결정했다.
그는 "운동선수들은 보통 올림픽이 열리는 4년 주기로 인생을 계획한다"고 설명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이후 저는 제가 원하는 것을 살펴봤고 아기를 갖기로 결심했습니다. 이후 다시 몸을 만들고 출전 준비를 하기 위한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했죠."
"저는 계획한 대로 정확히 해냈습니다. 전국 대회에 출전해 시상대에 올랐고, 제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어요. 이제 엄마의 힘이 생긴 겁니다."
줄어든 기회
영국 페럴림픽 양궁 선수인 조디 그린햄은 "일반적으로 전성기는 여성 가임기 절정의 시점"이라고 말했다.
"저는 올해 28살이고 지금쯤 아기를 갖고 싶지만, 제 경력에 맞지 않습니다. 저는 2028년 LA 올림픽에도 진출할 계획인데, 그때쯤이면 저는 40세에 가까워질 겁니다."
그린햄은 가정을 꾸리는 것과 프로 스포츠 경력을 동시에 쌓는 게 그들에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게 된 많은 여성들 중 한 명이다.
그는 2024년 파리 올림픽 전에 임신할 계획이지만, 코로나19로 그 기회는 일반적인 올림픽 때보다 더 줄어들었다.
그는 BBC에 "올림픽게임이 연기되면서, 이제 제가 임신할 수 있는 기간이 5개월 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며 "그렇지 않으면 3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 이건 저에게 엄청난 압박이 된다"고 털어놨다.
"기다려야 한다는 건 매우 가슴 아픈 일입니다. 만약 이번에 임신이 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영영 아기를 가질 수 없다면요? 저는 제 직업과 경력을 사랑해요. 일을 쉽게 관둘 수 있는 처지가 아닙니다."
그린햄은 파트너와 만약 남성이 아이를 가질 수 있었다면, 우리는 이미 부모가 됐을 것이라고 농담을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저는 제 파트너가 이제 아빠가 될 준비가 됐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건 그에게도 불공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임신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어요. 혹시라도 임신한다면 우리가 임신 중절을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그와 대화를 나눠야 했습니다. 저는 이해심이 깊은 그를 더욱 사랑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영국의 엘리트 운동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BBC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가 낙태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이 스포츠 경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낙태율은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전국 평균보다 두 배이상 높은 수치다.
무거운 마음
미국의 전 올림픽 400m 챔피언인 산야 리차즈 로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위해 비행기를 타기 전날 낙태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BBC에 "제가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제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며칠 동안 아무한테도 말 안 했어요. 당시 저에겐 올림픽 챔피언이 되기 위해 경쟁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저는 한 순간도 임신을 고려한 적이 없었어요. 제 위치에 있는 다른 사람이 아기를 갖는 것을 본 적도 없습니다. 임신하는 건 선택사항이 아니었던 거죠."
리차즈 로스는 400m 예선전과 준결승전에서 가장 빠른 기록을 세우며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결승전에서 3위를 차지했다.
그는 "베이징에서 엄청난 죄책감은 느꼈다"고 토로했다. "저는 챔피언이 될 자격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결승전 레인에 섰을 때 마음이 너무 무거웠고, 그런 부분이 우승에서 멀어지게 했죠."
개인종합 동메달에도 불구하고, 리차즈 로스는 베이징 4x4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400m 챔피언이 됐다.
리차즈 로스는 4번의 슈퍼볼 우승자인 남편 애런 로스와 항상 가정을 꾸리고 싶어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의 선수생활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스포츠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다른 중요한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저는 2017년에 아들을 낳았고, 아들은 제 삶을 변화시켰습니다."
"운동선수가 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일 중 하나이고, 부모가 되는 것은 가장 이타적인 일 중 하나입니다. 제 아들은 제 마음을 벅차게 했습니다."
다시 한번 금메달
얼마나 많은 남녀 올림픽 선수들이 부모인지에 대한 통계는 없지만, 임신과 출산이 항상 메달 획득을 막은 건 아니다.
카메룬의 세단뛰기 선수 프랑수와즈 음방고 에톤은 올림픽과 올림픽이 열리는 사이 기간에 아기를 가지고, 두 대회 연속 우승을 따낸 역사상 두 번째 선수였다. 첫 번째 선수는 1950년대 호주 허들 경기 선수인 셜리 스트리클랜드였다.
에톤은 2004년 아테네에서 금메달을 따낸 후 2008년에 다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그의 아들 닐스는 2006년에 태어났다.
에톤은 "스포츠와 함께 엄마가 되는 기쁨을 알고 싶었다"며 "임신을 하게 돼 매우 행복했다"고 말했다. "아들 목소리를 처음 들은 그때의 그 감격은 금메달 땄을 때보다 더 강력했고, 그보다 더 강한 감정은 없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아기를 낳았을 때의 그 기쁨은 저의 어떤 승리보다 컸어요."
"엄마가 된다고 해서 강도 높은 스포츠에 참여할 수 없게 되는 게 아닙니다. 참여할 수 있고, 여전히 엄마로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에톤이 베이징올림픽을 위해 훈련했을 당시, 그는 자신이 금메달 타이틀을 유지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훈련을 기본으로 되돌리고 힘을 기르는 데 집중했다.
그는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며 "아이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게 어려웠고, 특히 이동할 때 더욱 그랬다"고 덧붙였다. "저는 다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였고 올림픽 수준으로 다시 역량을 끌어올렸습니다."
에톤은 첫 대회였던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20여 년 만인 올해 여름 도쿄올림픽에 다시 출전할 예정이다.
'마미 로켓'
그 밖에 다른 선수들도 임신 및 출산과 올림픽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최근 역사상 두 번째로 빠른 여성이 된 쉘리 앤 프레이저 프라이스는 자신을 '마미 로켓'이라고 부른다. 자메이카 선수인 그는 올해 일곱 번째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그는 이미 올해 100m 경기에서 두 차례 금메달을 땄다.
부졸드는 프레이저 프라이스나 동료 복서 매리 콤과 같은 이른바 '마미 선수' 사례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인도의 플라이급 선수이자 네 자녀의 엄마인 매리 콤은 올 여름 마지막 올림픽에 출전할 예정이다. 이후 그는 권투 나이 제한을 초과하게 된다.
부졸드는 "운동선수가 되는 것과 아이를 갖는 것, 이 두 가지를 다 갖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후 저는 딸을 낳았고,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다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운동선수는 먹고 자고, 훈련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안 해요. 이제 저는 엄마가 됐고, 더 균형이 잡혔습니다. 체육관에 없을 때에는 엄마 역할을 하기 때문에 체육관에선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된 올림픽은 오는 7월 23일 일본에서 시작될 예정이지만, 부졸드는 그의 항소에 대한 최종 결정이 언제 내려질지 알 수 없다.
IOC는 "자격 시스템은 모든 대륙의 모든 선수에게 적용되는 일관된 절차"라고 밝혔다.
IOC는 성명을 통해 "그 어떤 변경도 잠재적으로 한 개인뿐 아니라 다른 많은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졸드는 자신은 물론 동료 엄마 선수들이 더 많은 배려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어머니가 된다는 것, 즉 출산과 임신은 모두 여성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라며 "여성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 내려질 때 이러한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가 임신했을 때 우리는 타이밍이 좋았다고 생각습니다. 도쿄에서 적어도 메달을 딸 기회를 얻고 제 선수생활을 마치고 싶었습니다."
도쿄올림픽: 올림픽이냐 출산이냐… 양자택일해야 하는 여자 선수들 - BBC News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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