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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합법화: 성매매도 직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본문

Guide Ear&Bird's Eye/영국 BBC

성매매 합법화: 성매매도 직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CIA Bear 허관(許灌) 2020. 7. 18. 20:03

암스테르담의 홍등가는 오랫동안 성적 자유의 중심지였으나 성 노동에 대한 논란이 세계 곳곳에서 확산하는 가운데 곧 큰 변화에 직면할 수 있다.

시뻘건 불빛으로 반짝이는 창문들이 가득한 구불구불한 골목. 그 안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여성들. 암스테르담의 홍등가는 그저 관광명소나 문화적 상징만이 아니다.

'합법적인' 성 노동이 수십 년 간 지속해 온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 그것도 곧 끝날지 모른다. 네덜란드 의회는 성매매가 과연 합법적인지를 논의하려고 한다.

기독교 우파와 페미니스트 좌파가 모두 성매매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홍등가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노동권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러한 논의가 전세계의 성노동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직업과 삶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네덜란드의 변화

"만약 당신의 여동생이라도 그럴 겁니까?"

성노동을 '불법'으로 만들고자 하는 네덜란드의 한 청소년 운동이 SNS에서 내세우는 모토 중 하나다.

이 운동은 7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4만 60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냈고 마침내 의회 내 논의까지 이끌어냈다고 이 운동에서 일하는 새러 루스는 말한다.

이 운동은 네덜란드의 현행법을 흔히 '노르딕 모델'로 알려진 형식으로 바꾸려 한다.

노르딕 모델이란 성노동 여성에 대한 폭력을 줄이기 위해 성매매를 한 남성에게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1971년부터 네덜란드에서는 상호간의 동의하에 이뤄진 성매매는 합법이다.

그러나 루스는 이 법이 '미투'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는 홍등가가 "더는 이 시대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한다.

2019년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이 캠페인은 성매매를 불법화할 것을 촉구한다

그렇지만 홍등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체리라는 가명을 쓰는 루마니아 출신의 여성은 성매매가 그저 자신의 임대료를 내고 '정상적인 직업'을 얻고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 때까지 돈을 모으는 방편이라고 말한다. 그는 홍등가에서 십 년 동안 일해왔다.

"(법 개정) 청원이 잘된다면 제가 여기를 떠나는 데 도움이 되겠죠." 그는 BBC의 애나 홀리건에게 말했다.

그러나 폭시라는 이름의 다른 성매매 여성은 이들의 청원 운동이 성매매를 더 금기시하고 불투명하게 만들어 사회적으로 용인이 덜 되고 감시도 덜 되게 해 성매매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우린 지하로 들어가야 할 거에요. 그럼 쉽게 경찰을 부르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워지겠죠."

"저는 저 스스로 선택으로 이 일을 해요." 그러면서 그는 인신매매 같은 문제가 단지 성노동 뿐만 아니라 많은 산업 부문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합법적인 성매매는 여성에게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더 많은 자유를 주는 것인가? 아니면 사실은 억압적인 것일까?

성매매 금지법

성매매법의 내용과 그 법이 여성을 얼마나 잘 보호하고 의료보험과 같은 제도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지는 나라마다 크게 상이하다.

전문가들은 보다 가난한 나라에서 성매매 금지법은 여성 성노동자들이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 데 대해 징벌하는 쪽으로 종종 악용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 법은 성병이나 인신매매, 그리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막는 데 언제나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성매매 금지법은 예외없이 성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도록 강요됩니다." 킹스칼리지 런던의 법 및 사회정의 교수 프라바 코티스와란은 말한다.

"어떤 일이 발생하느냐면 성노동자들이 스스로 경찰에게 뇌물을 줘야 하게 돼요. 성적으로든 금전적으로든지요. 그리고 법망을 회피하죠. 결국 더 많은 성노동을 해야 하게 되죠."

스스로를 '폐지론자'라고 부르는 청원 운동가들은 성을 구매하는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대체로) 남성 고객들에게 벌을 주는 방안을 모색한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성매매에 연루된 여성들의 권익을 신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한 최고의 방책은 성매매를 완전히 합법화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합법화의 장점

"섹스를 하는 데 돈을 내는 건 괜찮을 뿐만 아니라 아주 멋진 일이죠." 크리스티나 패레이라는 말한다.

"저는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이 남성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몇 안 되는 산업을 없애려고 하는 게 정말 바보같다고 생각해요."

패레이라는 미국 네바다 주 출신으로 때때로 성노동에 종사하며 박사 학위를 지니고 있다. 그는 성 산업을 연구한다. 그는 성매매의 불법화를 반대하며 자신은 성노동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한다.

암스테르담의 홍등가

"박사 학위를 마치고 일을 더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잘 벌었죠." 그는 말한다. "그러니까, 얼마나 호화로운 삶이에요. 성매매 폐지는 수십만 명을 실업자로 만들 거에요."

"사창가가 좋은 것은 합법적이기 때문에 거기에 있으면 보호받는다는 거죠." 패레이라는 네바다에 있는 사창가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 네바다에서는 몇몇 지역에서는 성매매가 합법이다.

"만약 클라이언트가 통제를 벗어나면 비상 버튼이 있어요."

그러나 언론인이자 성매매 반대 운동을 하는 줄리 빈들은 성매매가 합법인 곳에서 더 많은 성노동자들이 포주나 고객에게 살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이 기자로 일할 때 '비상 버튼'을 누를 필요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빈들은 네덜란드에서 논의되고 있는 '노르딕 모델'을 선호한다. 노르딕 모델은 성노동 자체는 불법으로 만들지 않으면서 성구매 행위는 불법으로 만들 수 있다.

빈들은 성노동이 여전히 여성에게 충분히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를 받는 커리어처럼 다뤄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는 성노동자들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게 계속되는 한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독일의 '초대형 사창가'를 그러한 예로 든다.

"점심 시간동안 버거와 맥주를 마시면서 원하는 만큼 많은 여성과 하라는 광고가 있어요." 그는 말한다. "소비 문화의 일부가 돼버렸죠. 버거 안의 고기와 같은 거에요."

빈들은 성매매가 젠더 불평등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그래서 상대 남성이 무엇을 잘못하거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성노동자가 전화를 꺼내 경찰에 신고할 수 있는 노르딕 모델을 선호하는 것이다.

여성단체 피멘의 멤버들이 2019년 3월 독일 함부르크의 사창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패레이라는 자신은 지금껏 그런 경험을 하지 못했으며 사창가 안에서 콘돔을 쓰기를 거부하는 것 같은 규칙을 어기는 경우도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는 또한 국제앰네스티의 데이터와 의학저널 '랜싯'의 데이터를 거론한다. 두 곳의 데이터 모두 완전한 합법화를 뒷받침한다. 일례로 미국의 로드아일랜드 주에서는 성매매가 합법화된 후 2003년과 2008년 사이 여성 성노동자에 대한 폭력이 30% 감소했다.

"성노동자의 숫자는 늘지 않았어요. 더 많은 여성이 성노동을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은 틀렸어요. 그리고 그게 반드시 나쁜 일인가요." 패레이라는 말한다.

그는 완전 합법화가 되면 성노동자들이 보다 안전한 성행위에 대해 협상을 할 수 있으며 사창가의 환경도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합법화 이후 성노동자들의 권리는 신장됐고 심지어 권리 침해에 대해 소송도 걸 수 있게 됐다.

노르딕 모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그건 여성들이 상업적인 섹스에 대해 동의할 수 없고 그것을 결코 즐기지 않는다는 잘못된 가정에 근거한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남자는 약탈자라고 보는 건데 대부분의 성노동자들이 겪는 현실은 달라요."

그에게 노르딕 모델은 "우리가 '우리 몸의 내부를 임대하고 있다'는 잘못된 극단적 페미니즘 내러티브에 기반한 것이에요. 폐지론자들이 말하는 방식은 제가 만난 어떤 고객보다도 여성을 비하하며 성적으로도 도착적입니다."

반면 폐지론자들은 성노동의 일부분을 불법화하는 것(책임을 고객에게 지우는 등)은 여성을 보다 안전하게 하며 여성의 권리를 신장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성매매 합법화에 대한 논쟁은 점점 그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패레이라는 폐지론자들이 더 많은 성노동자들과 직접 대화를 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빈들은 패레이라의 경험이 다른 모두의 경험과 같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논란은 이 문제가 얼마나 철저한 검토를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왜 우리가 성매매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고 말하는지에 대해서도 숙고하게 한다.

"남자가 있으면 섹스에 대한 수요가 있기 마련입니다." 패레이라는 말한다. "그리고 동의하는 성인 여성이 이를 하기로 선택하는 것은 괜찮은 거에요."[BBC 뉴스 코리아]

코로나19: 장갑과 투명 우비 활용해 일터로 돌아가는 성노동자들

볼리비아에서 성매매는 합법이다

볼리비아의 성노동자들이 장갑과 표백제,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우비 등을 활용해 생업으로 돌아간다.

볼리비아 야간 노동 기구(OTN-B)는 지난달 보건부와 만나 여성 성노동자의 안전을 지키는 방법에 대한 30쪽 분량의 매뉴얼을 제공했다.

성매매가 합법인 볼리비아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3월 이후 성산업이 제한됐다.

성노동자인 바네사는 두 아이를 둔 한부모 가장이다. 그는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들이 안전 문제를 이해한다"면서 "우리의 건강뿐 아니라 그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성노동자인 안토니에타는 일터에서 그가 춤을 출 때 사용하는 봉을 자주 소독하고, 근무 중에는 종이 마스크, 플라스틱 가리개, 장갑과 우비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볼리비아의 성노동자는 장갑과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우비 등을 활용해 코로나19를 예방한다

"이렇게 해야 우리가 일할 때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볼리비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5만 명이 넘었고, 사망자는 1898명이 발생했다. 지난주엔 볼리비아의 임시 대통령 제닌 아니즈 차베스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남미 지역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인 볼리비아에서는 충분한 코로나19 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있다. 현재 볼리비아는 인구 100만 명당 가장 적은 수의 검사를 진행한 나라 중 하나다.

볼리비아의 성노동자 노조 대표인 릴리 코르테스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특히 여성들에게 이 제약은 큰 위험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업 허가를 받은 윤락업소에서 소독 작업이 한창이다

코르테스는 "우리도 볼리비아 사회의 일원"이라며 "우린 근무 시간을 걱정하는 성노동자이자 여성이고, 이모이며 할머니이기도 하다"라고 호소했다.

"안타깝게도 성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서기 시작하면, 결과는 더 나빠질 것입니다."[BBC 뉴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