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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봤더라면…" 성 김 주한 美대사 눈물의 선서식 본문
성 김 신임 주한 미국대사(맨 왼쪽)가 3일 미 국무부 벤저민 프랭클린룸에서 신임 대사 부임에 앞서 전통적으로 열리는 국무부 의전행사인‘공식 선서식’에 참석해 왼손을 성경에 얹고 오른손을 들어 선서를 하고 있다. 김 대사의 부인 정재은씨는 성경을 들고 곁에 서서 눈물을 글썽이며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김 대사는 다음 주 중 서울에 부임할 예정이다. /워싱턴=연합뉴스
3일(현지 시각) 미 국무부 8층 벤저민 프랭클린룸(외교접견실). 성 김(51) 신임 주한 미국대사가 단상에 올라 웬디 셔먼 정무차관 앞에서 오른손을 들고 '특명전권대사로서 수임을 다할 것'을 선서했다. '김성용'이라는 이름을 갖고 한국에서 태어나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이민을 가야 했던 아이가 37년 만에 미국의 첫 한국계 주한대사로 발탁돼 첫 공식 일정을 수행하는 자리였다. 선서를 하는 동안 그의 옆에서는 부인 정재은씨가 성경을 들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날 행사는 신임 대사가 부임에 앞서 전통적으로 갖는 국무부 의전행사인 '공식 선서식(Swearing-in Ceremony)'이었다. 김 대사를 위한 작은 '파티'였던 셈이다. 웬디 셔먼 정무차관이 주재한 행사에는 국무부 주요 인사와 한덕수 주미대사, 후지사키 이치로 주미 일본대사 등 외교사절, 김 대사와 친분이 있는 교민 등 수십명이 참석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당초 선서식을 직접 주재할 예정이었지만 모친상을 당해 참석하지 못했다.
선서식은 김 대사를 칭찬하는 덕담과 농담 속에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셔먼 차관은 김 대사에 대해 "미묘한 외교현안을 다루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외교관"이라고 했고, 커트 캠벨 동아태차관보는 "최고의 주한대사가 될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하지만 김 대사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사상 첫 주한대사로 임명되기까지의 '아메리칸 드림'과 가족사를 얘기할 때는 김 대사는 물론 참석자들까지 눈물을 글썽이는 등 숙연한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1960년생인 그는 서울 은석초등학교에서 3학년까지 다녔고, 중앙정보부에서 근무하던 아버지 김재권씨가 주일공사로 발령받으면서 일본에서 3년여간 생활했다. 하지만 그의 가족은 1974년 아버지가 공직을 그만두면서 캘리포니아로 이민을 갔다. 그의 부친은 1973년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사건과 관련해 옷을 벗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대사는 1994년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거론하며 "돌아가신 아버지가 가족을 데리고 미국으로 올 때 중학교 1학년이던 아들이 한국 대사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아버지가 이 자리에 계셨다면 정말 자랑스러워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목이 메어 중간중간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1980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그는 펜실베이니아대와 로욜라 로스쿨, 런던정경대를 거쳐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서 검사를 하다 직업외교관으로 변신했다. 김 대사는 2006년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국무부 한국과장에 임명됐다. 6자회담 차석대표로 북한을 10차례 이상 방문하는 등 전문성을 인정받아 오바마 행정부 출범 직후에는 6자회담 특사로 지명돼 상원 인준을 거쳐 한국계로는 첫 '대사' 지위에 올랐다. 그리고 다시 첫 한국계 주한대사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는 미국 주류사회에 도전해 눈에 띄게 성공한 한국계 미국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지만, 집에서는 철저하게 한국식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에 김치와 된장찌개가 없으면 못 산다"는 말도 자주 한다. 그는 이날 행사에서 "이 자리에 한국계가 많이 와 계신데 여러분의 성장이 오늘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했다"고 말했다.
김 대사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두 딸(에린, 에리카)과 당분간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사실을 셔먼 차관이 전하며 안쓰러움을 표할 때는 함께한 두 딸이 계속 눈물을 흘려 좌중을 안타깝게 했다고 한다. 김 대사의 상원 인준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두 딸은 한국 학교와 학기가 맞지 않아 1년여간 미국 학교를 다니다 나중에 한국에 갈 것으로 알려졌다. 셔먼 차관은 김 대사의 두 딸에게 "나중에 한국에 가면 너희가 주니어 외교관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다음 주 중 서울에 부임해 공식 업무에 착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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