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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실토, "중국은 우리의 핵무기 포기를 반대" 본문
북한 2차 핵실험 현장(사진)
고이즈미-김정일의 2차 회담이 있었던 2004년 5월은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고, 제2차 북핵(北核)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6자 회담이 베이징(北京)에서 열리고 있을 때였다. NHK가 입수한 회담록에 의하면 김정일은 열변을 토한다. 고이즈미를 앞에 두고 90분 회담의 약 3분의 1을 “왜 우리는 핵무기를 가질 수밖에 없느냐”라는 설명을 하는 데 썼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핵무기를 포기하여 얻는 이득이 핵무기을 가져서 얻는 이익보다 훨씬 많다. 천지(天地) 차이다”라고 설득했다. 그러자 김정일은 “그런 경제적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생존권을 지키기 위하여 核무기를 가지게 됐다”고 반박했다.
“미국은 우리를 선제(先制)공격하기 위하여 책상 위를 가득 채울 정도의 계획서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로선 기분이 나쁩니다. 상대가 몽둥이로 때리려 하는데 가만히 참고 있을 수 있습니까? 우리는 생존권을 지키기 위하여 핵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이라크는 핵무기(核武器)가 없었기 때문에 미국의 희생양이 되었어요. 우리의 생존권이 보장된다면 핵무기는 쓸모없는 물건이 되겠지요.”
김정일은 또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의 핵무기 보유를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에 우리 입장을 설명하였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입장에 동의(同意)하고, 동정하고, 이해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을 대하는 면에선 우리의 선배가 되는 나라입니다. 그들은 우리의 (일방적) 무장해제에 반대했습니다. 우리의 핵보유에 반대하는 것은 미국뿐입니다.”
김정일은 계속하여 독백(獨白) 같은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민주국가 지도자들끼리의 회담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 이어졌다.
“미국이, 자신들이 저지르는 일은 젖혀두고 우리에게만 핵무기의 완전폐기를 요구하는 것은 언어도단(言語道斷)입니다. 핵의 완전폐기는 패전국(敗戰國)에 대해 강요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라크와 같은 패전국이 아닙니다.”
고이즈미 총리는 리비아가 그 여섯 달 전에 핵개발 포기를 선언하고 국제사회에 복귀한 것을 북한이 참고로 해야 할 것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이에 대하여도 김정일은 반발한다.
“내 개인 의견으로는 리비아가 미국이 쓴 시나리오에 따라 연극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아무것도 만든 게 없으면서 있는 척하여 미국이 세계적으로 여론을 조작하는 데 이용당한 것이라고 봅니다.”
고이즈미는 “김 위원장은 오해하고 있다. 미국은 선제공격 의사가 없다.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에 복귀하여 안전을 보장받는 것이 낫다”고 말하자 김정일은 본심을 드러냈다.
“문제는 미국이 남조선 일변도의 정책을 쓰면서 그들을 동맹국, 우리를 적(敵)으로 본다는 점입니다. 미국이 진정으로 대국(大國)답게 행동한다면 모든 나라를 평등하게 대하고 우리를 적대시(敵對視)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김정일은 미국과 신뢰가 구축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핵무기를 먼저 폐기할 수 없고, 핵시설을 동결(凍結)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고이즈미는 그런 뜻을 부시 대통령에게 전하겠다고 약속했다. 베이징에서 진행 중이던 6者회담의 역할에 대하여 김정일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6자회담에서) 미국과 함께 목이 쉬도록 이중창(二重唱)을 부르고 싶습니다. 다른 네 나라는 오케스트라 반주를 잘해 주기를 바랍니다. 반주가 잘되면 노래도 잘 나올 것입니다.”
趙甲濟 조갑제닷컴 대표 http://www.chogab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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