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돌발 요구로 남북경협위 파행. 北 "쌀 합의서 보여달라" 고집..1차 전체회의 지연

(평양=공동취재단) 정준영 이정진 기자 =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 제13차 회의가 북측의 예상치 않았던 요구로 인해 파행 운영되고 있다.

북측은 회의 이틀째인 19일 오전 9시20분께 남측에 식량차관제공 합의서 초안과 공동보도문 초안, 기조발언문을 제1차 전체회의 전에 교환하자고 요청, 남측이 이를 거부했다고 우리 측 회담관계자가 전했다.

북측은 이에 기조발언문만이라도 교환하자고 수정 요구했지만 남측은 역시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남측 회담관계자는 "전체회의 전에 기조발언문을 주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관례도 없어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라고 우리 측 입장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당초 오전 10시부터 고려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1차 전체회의는 오후 4시20분 현재까지 개최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회담장 안팎에서는 남측이 북핵 2.13합의 이행과 쌀 지원을 연계하려는 의도를 내비치자 북측이 쌀 지원에 대한 확약을 받고 회담에 임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20차례의 장관급회담과 12차례의 경협위가 개최되는 과정에서 입장 차 등을 이유로 회담이 다소 지연되는 경우는 드물지는 않았지만 1차 전체회의가 이처럼 늦어진 적은 없었다.

남측은 당초 북측에 2.13합의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한반도 정세의 추가 악화가 없는 한 일단 쌀 차관 제공에 합의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일로 방침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은 이날 당초 일정대로 옥류관에서 오찬은 함께 했지만 오후 4시부터 예정됐던 김책공대 전자도서관 참관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남측은 전체회의가 열리면 "2.13합의의 조속한 이행은 남북경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확고한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지름길"이라며 북측에 영변핵시설 폐쇄 등 2.13합의 이행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할 방침이다.

남측은 또 5월 중 경의선.동해선 열차시험운행 실시에 이은 철도.도로 정식 개통, 경협물자의 육송운송 등도 제안할 예정이다.

prince@yna.co.kr

transil@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