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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키운 콘크리트 2m 둔덕…어느 공항서도 못 봐" 전문가도 깜짝 본문
30일 오후 2시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 도로. 성인 남성 키의 배가 넘는 4m 높이의 흙언덕 주위로 항공기 파편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폭 15m, 길이 58m가 넘는 흙더미 위에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은 전날 항공기와의 충돌로 곳곳이 파손된 상태였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무안공항의 활주로 끝에 설치된 구조물을 놓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피해를 키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구조물은 공항 측이 항공기 착륙을 돕는 로컬라이저(Localizer·방위각 시설)를 교체하면서 만든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인규 항공대 비행교육원장은 30일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활주로에 있는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다면 사고나 폭발이 덜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제주항공 7C2216편이 착륙을 시도하면서 발생한 참사는 활주로에 설치된 구조물과의 충돌로 인해 피해가 커졌다는 취지다.
“무안공항 같은 둔덕, 다른 공항선 못 봤다”
김 원장은 사고 당시 여객기가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견고하게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을 들이받은 후 폭발한 부분에 주목했다. 그는 “사고 당시 항공기 동체가 구조물에 부딪혀 큰 충돌이 일어나면서 곧바로 화재가 발생했다”며 “활주로 끝에 이런 높이의 둔덕은 어느 공항에서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7C2216편이 구조물을 충돌해 인명 피해가 컸다는 주장이 나온다. 항공 전문가인 데이비드 리어마운트(David Learmount)는 영국 스카이뉴스에 출연해 “승객들은 활주로 끝을 조금 벗어난 곳에 있던 견고한 구조물에 부딪혀 사망했는데, 원래라면 그런 단단한 구조물이 있으면 안 되는 위치였다”고 주장했다.
높이 2m 둔덕, 작년 로컬라이저 교체 때 설치
무안공항에 따르면 콘크리트 구조물은 지난해 공항 로컬라이저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설치됐다. 로컬라이저는 항공기 착륙을 돕는 계기착륙시스템에 사용되는 항법 장비다. 교체 공사 당시 무안공항은 활주로 종단부 이후 기울어진 지면에 흙더미를 쌓아 수평을 맞춘 뒤 콘크리트를 씌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무안공항은 활주로 끝단에서 약 251m 거리에 방위각 시설이 설치돼 있다”며 “여수공항과 청주공항 등에도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로 방위각 시설이 있다”고 말했다. 무안공항 측도 “항공기의 착륙을 안전하게 유도하기 위한 로컬라이저는 내구연한이 도래해 규정대로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둔덕 없었다면 피해 줄었을 것”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무안공항처럼 로컬라이저를 견고하고 높은 콘크리트 돌출 구조물로 만드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때문에 “공항 내 둔덕은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만들어야 하는데 법 규정을 준수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예규에 따르면 공항 장비와 설치물은 항공기가 충돌했을 때 최소한의 손상 만을 입히도록 규정돼 있다.
한국항공보안학회 회장인 황호원 한국항공대학 항공우주법학과 교수는 “활주로 내 방위각 시설은 항공기 충돌을 염두에 둔 구조물이 아닌, 길을 안내하는 등대 역할을 한다”며 “가정이지만 흙더미와 콘크리트로 설치된 둔덕이 없었다면 인명 피해가 줄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참사 키운 콘크리트 2m 둔덕…어느 공항서도 못 봐" 전문가도 깜짝 | 중앙일보
英 전문가 "활주로 끝 콘크리트벽, 어디서도 못 봐... 범죄에 가까운 일"
영국의 항공 안전 분야 전문가는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안공항 참사와 관련해 활주로 끝에 있던 벽과의 충돌이 재난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플라이트 인터내셔널 매거진의 편집자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30일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행기가 벽에 부딪히지 않았다면 탑승객들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라고 했다. 리어마운트는 영국 공군에서 조종사이자 비행 강사로 근무했으며 영국 왕립 항공학회에서 최우수상을 두 차례 수상한 항공 문제 전문가다.
그는 “상황을 고려할 때 조종사는 아주 훌륭하게 비행기를 착륙시켰다”며 “비행기가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지만, 땅을 미끄러지듯 내려왔다”고 했다.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내려오지 않은 채 빠른 속도로 달리던 사고기는 결국 활주로 외벽과 충돌해 불길에 휩싸였다.
리어마운트는 “그런 종류의 구조물은 거기에 있어서는 안 된다”며 “활주로에서 200m 떨어진 곳에 단단한 물체가 있다는 건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일”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30일 브리핑에서 “활주로 끝단에서 콘크리트 외벽까지는 251m 떨어져 있다”며 “비행기가 방위를 계기판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신호를 주는 방위각 시설”이라고 했다. 리어마운트는 대부분의 방위각 시설은 접을 수 있는 형태로 되어 있다고 했다.
비행기가 벽과 충돌하지 않았다면 울타리를 뚫고 도로를 지나가 인접한 들판에 멈췄을 것이라고 그는 예측했다. 리어마운트는 “비행기가 속도를 줄이고 멈출 수 있는 공간이 충분했다”며 “조종사들이 보안 울타리 등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피해를 입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탑승객들이 살아남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리어마운트는 “(콘크리트 외벽은) 그곳에 있을 이유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그곳에 있는 건 범죄에 가까운 일”이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다”고 했다.
또 다른 항공 전문가인 샐리 게딘 역시 외벽의 위치에 대한 우려에는 공감했다. 다만 “비행기가 속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활주로 끝에 더 많은 공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재앙으로 끝났을 수도 있다”고 했다.
국내 전문가도 활주로 끝에 개활지 등 충분한 완충지역을 뒀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TV조선에 “비상 착륙을 할 경우에는 일반 착륙 시보다 약 1.5배에서 2배 정도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게 보통”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여수공항과 포항, 경주공항 등에도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로 방위각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방위각 시설을 어떤 토대 위에 놓느냐는 공항별로 다양한 형태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해진 규격화된 형태는 없다”고 했다.
英 전문가 “활주로 끝 콘크리트벽, 어디서도 못 봐... 범죄에 가까운 일”
참사 키운 콘크리트 둔덕…美규정은 "단단한 구조물 안돼"
181명 중 179명의 목숨을 앗아가면서 1997년 229명이 숨진 대한항공 괌 추락 사고에 이어 27년만의 대형 항공 참사로 기록된 무안공항 참사의 피해규모가 이토록 커진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의 로컬라이저(착륙 유도 안전시설)를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여수공항 등을 예로 들며 구조물처럼 둔덕에 설치된 형태도 있다며 정형화된 로컬라이저 형태는 없다는 식으로 해명했지만, 미국연방항공청 기준에 따르면 활주로 너머에 설치하는 로컬라이저 안테나를 위해 부러지지 않는 탑(tower)을 쌓아선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항행안전구역에서 접근지시등과 로컬라이저 안테나를 위해 부러지지 않는 탑(tower)을 쌓아선 안 된다. 부러지지 않는 탑은 항공기에 심각한 위험으로 작용하기에 로컬라이저 안테나를 위한 시설을 설치하더라도 견고한 콘크리트가 아닌 부러지거나 저항이 작은 구조물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미 국방부 UFC(통합시설기준)는 “(로컬라이즈 등) 항법보조시설(NAVAID)을 포함한 활주로 근처에 위치한 모든 물체는 항공기 운항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항법보조시설이 특정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특정 위치에 있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그 위치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 시설은 필요시 활주로 등 항공기의 비행을 안전하게 보장하기 위해 정의된 구역에 위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활주로 주변 보호구역에 위치한 항법보조시설은 “항공기가 충돌할 경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파손 가능한(frangible) 구조로 지지되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활주로 인근에 단단한 구조물이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로컬라이저 둔덕의 위치 또한 활주로로부터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부칙 10조에서도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시단으로부터 약 300m 지점에 설치하여아 한다”고 적혀 있다. 미국 연방항공국(FAA)도 공항에 설치되는 로컬라이저에 대해 활주로 시단과 로컬라이저 안테나까지의 최적 거리가 305m여야 하며, 최소 거리는 91.4m에서 183m까지를 기준으로 제시한다. 300m 정도의 거리가 권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의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끝에서 약 251m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 위치는 국내 다른 주요 공항과 비교해서도 유독 짧다는 분석이 나온다. 본지가 국내 주요 공항들의 활주로 끝과 로컬라이저 사이의 거리를 비교한 결과, 인천공항은 활주로 4개에 설치된 로컬라이저와 활주로 끝 간 거리가 290~300m 정도, 김포공항은 310여m로 분석됐다. 제주와 김해, 청주, 대구, 양양 등 그 외 국제공항도 모두 300m 이상으로 기록됐지만 무안공항만은 유독 안전거리가 짧았다.
윤석준 세종대 기계항공우주과 전 교수는 “로컬라이저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할 순 없다”면서도 “활주로가 더 길었다면 미끄러지면서 속도가 보다 줄어들 수도 있었을 테니 피해가 커지게 했다고는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로컬라이저 구조물이 콘크리트로 된 것이 (참사를 키운) 문제인 건 맞는다”고 했다.
한편 본인을 ‘한국 무안공항에 착륙한 항공기(보잉737-800기)와 같은 기체를 모는 기장’이라고 밝힌 우크라이나 파일럿 유튜버 데니스 다비도브(Denys Davydov)도 무안공항 참사의 원인으로 로컬라이저 구조를 언급했다. 그는 “기체 상황 관련 요소도 파악해야 하지만 기체가 로컬라이저가 마련된 콘크리트 벽에 충돌해 참극이 발생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사고 당시) 영상이 많이 흔들렸지만 날개 하단이 깔끔한 걸 보면 플랩(flap·날개 뒤에 설치된, 중력과 같은 방향의 힘을 유도하는 장치)이 펼쳐지지 않은 걸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그 상태로 비행기가 활주로를 미끄러지다가 로컬라이저 안테나와 충돌한 걸로 보이는데, 이 안테나가 이렇게 설치된 영문을 모르겠다”고도 했다. 공항 활주로 끝(threshold•한계점)에 위치한 로컬라이저는 통상 지상(ground level)에 안테나를 설치하는데 무안공항처럼 견고한 형태로 짓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해당 영상은 게시 9시간 만에 조회수 130만회를 넘겼다.
참사 키운 콘크리트 둔덕…美규정은 “단단한 구조물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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