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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한국인 첫 '블루카펫' 밟았다...스웨덴 국왕도 일어나 경의 본문

Guide Ear&Bird's Eye/21세기 동아시아인 노벨상

한강, 한국인 첫 '블루카펫' 밟았다...스웨덴 국왕도 일어나 경의

CIA Bear 허관(許灌) 2024. 12. 11. 09:15

 

한국 소설가 한강이 10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에서 스웨덴 칼 16세 구스타프 국왕으로부터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고 있다.

한국 소설가 한강(54)이 10일(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의 명소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에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한국인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다.

현지 시각 오후 4시부터 노벨상 시상식이 시작됐다. 칼 16세 구스타프 스웨덴 국왕이 입장하자 오케스트라 연주로 모차르트의 행진곡이 울려 퍼지며 검정색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한강이 다른 수상자들과 함께 입장해 시상식장 무대 중앙 왼편에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한강을 비롯한 노벨상 수상자들이 입장하자 스웨덴 국왕과 실비아 왕비 등 참석자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수상자에게 최고의 경의를 표시한다는 의미다.

한강은 부문별 시상 순서에 따라 네 번째로 국왕에게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노벨상은 스웨덴 과학자이자 발명가인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유언에 따라 “지난해 인류를 위해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1901년부터 시상을 시작했다.

노벨은 유언에 ‘물리학·화학·생리학·문학’ 순서로 수상 분야를 명시했다. 이에 따라 시상도 ‘노벨 순서’를 따르는 게 관례다. 노벨의 유언에 없었던 노벨경제학상은 1969년 뒤늦게 제정돼 맨 마지막 순서로 시상한다.

소설가 한강이 10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에 자리하고 있다

노벨상 시상식이 콘서트홀에서 열리기 시작한 1926년 이래 한국인이 이곳에 깔린 ‘블루카펫’을 밟은 것은 처음이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고 있어 2000년 수상자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슬로 시상식에 참석했다.

스웨덴 작가이자 한림원 위원인 엘렌 맛손은 이날 ‘2024 노벨상 시상식’ 문학 부문 시상 연설에서 한강의 작품 세계를 흰색과 빨강, 두 색(色)에 비유했다.

맛손은 “흰색은 그녀의 많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눈(雪)으로 화자와 세상 사이 보호막을 긋는 역할을 하지만, 슬픔과 죽음의 색이기도 하다”면서 “빨간색은 삶, 그리고 한편으로는 고통과 피를 의미한다”고 짚었다.

노벨상 시상식은 관례에 따라 각 분야 선정기관 대표가 공식 시상 연설을 통해 그해 수상자를 무대 위로 호명한다.

한강은 맛손의 호명에 따라 무대 위로 올라가 스웨덴 국왕에게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한강이 국왕으로부터 메달과 증서를 받는 순간 객석에 있는 모든 사람은 일어나 손뼉을 치며 축하와 경의를 표했다.

한강은 시상식에서는 소감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수상자 강연이 있었고, 시상식 직후 오후 7시(한국시각 11일 오전 3시)부터 스톡홀름 시청사에서 진행되는 만찬에서 3분 내외의 소감을 밝히는 시간을 갖기 때문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월 한강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하면서 선정 이유로 “역사의 트라우마에 맞서는 동시에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시적인 산문”을 꼽았다.

한편 한강은 지난 2016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도 수상한 바 있다. 당시 수상작인 ‘채식주의자’는 트라우마(강한 충격을 겪은 뒤 나타나는 정신적인 질병)를 지닌 한 여자가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극단적인 채식을 하는 이야기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문학 선임기자 보이드 턴킨은 “잊히지 않는 강력하고 근원적인 소설”이라며 “아름다움과 공포가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고 말했다. 이어 “서정적이면서도 통렬한 작품”이란 찬사를 보냈다.

한강, 한국인 첫 ‘블루카펫’ 밟았다...스웨덴 국왕도 일어나 경의

 

한강, 한국인 첫 ‘블루카펫’ 밟았다...스웨덴 국왕도 일어나 경의

한강, 한국인 첫 블루카펫 밟았다...스웨덴 국왕도 일어나 경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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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노벨상 수상 소감 "문학, 생명 파괴하는 행위에 반대하는 일" [전문]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에서 열린 연회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는 “문학작품을 읽고 쓰는 일은 필연적으로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이라고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강은 10일(현지시각) 스톡홀름 시청 블루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 연회에서 약 4분 동안 자신의 소감을 영어로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 비를 피하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한 경험을 털어놓으며 이를 글 쓰는 일에 비유했다.

한강은 “제가 8살이었던 날을 기억한다”며 “오후에 주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 비는 너무 세차게 쏟아져서 20명 정도의 아이들이 건물 처마 밑에 모여 웅크리고 있었다”며 “길 건너편에 비슷한 건물이 있었는데, 그 처마 밑에 또 다른 작은 무리가 보였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한강은 “빗줄기가 쏟아지고, 팔과 다리가 차가워지는 것을 느끼면서 저는 갑자기 깨달았다”며 “저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한 이 모든 사람들, 그리고 길 건너편에서 비를 피하는 사람들 모두 저마다의 권리를 가진 ‘나’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이어 “저와 마찬가지로, 그들 모두 각자가 이 비를 보고 있었다”며 “제 얼굴에 맺힌 물방울을, 그들도 느끼고 있었다. 수많은 1인칭 시점을 경험하며 경이로움을 느낀 순간이었다”고 했다.

한강은 “책을 읽고 쓴 시간을 되돌아보면, 저는 이 경이로운 순간을 몇 번이고 되새겼다”며 “언어의 실타래를 따라 마음 깊은 곳으로 들어가 다른 사람의 내면과 마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글쓰기를 “가장 중요하고 가장 시급한 질문을 실타래에 맡기고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한강은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를 어렸을 때부터 알고 싶었다”며 “이러한 질문은 수천 년 동안 문학에서 제기되어 왔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우리의 의미는 무엇인가?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으로 남아있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라고 질문했다.

그는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묻고, 이 행성에 사는 생명체의 관점에서 상상하기를 고집한다”며 “언어를 다루는 문학 작품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필연적으로, 문학 작품을 읽고 쓰는 행위는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이라며 “이 문학상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한강의 수상 소감 전문이다.

Your majesties, your royal highnesses, ladies and gentlemen.

I remember the day when I was eight years old. As I was leaving my afternoon abacus lesson, the skies opened in a sudden downpour. This rain was so fierce that two dozen children wound up huddled under the eaves of the building. Across the street was a similar building, and under those eaves I could see another small crowd— almost like looking into a mirror. Watching that streaming rain, the damp soaking my arms and calves, I suddenly understood. All these people standing with me, shoulder to shoulder, and all those people across the way — were living as an “I” in their own right. Each one was seeing this rain, just as I was. This damp on my face, they felt it as well. It was a moment of wonder, this experience of so many first-person perspectives.

Looking back over the time I have spent reading and writing, I have re-lived this moment of wonder, again and again. Following the thread of language into the depths of another heart, an encounter with another interior. Taking my most vital, and most urgent questions, trusting them to that thread, and sending them out to other selves.

Ever since I was a child, I have wanted to know. The reason we are born. The reason suffering and love exist. These questions have been asked by literature for thousands of years, and continue to be asked today. What is the meaning of our brief stay in this world? How difficult is it for us to remain human, come what may? In the darkest night, there is language that asks what we are made of, that insists on imagining into the first person perspectives of the people and living beings that inhabit this planet; language that connects us to one another. Literature that deals in this language inevitably holds a kind of body heat. Just as inevitably, the work of reading and writing literature stands in opposition to all acts that destroy life. I would like to share the meaning of this award, which is for literature, with you — standing here together. Thank you.